용인신문 |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대대적인 전력요금 개편에 착수했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산업용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고,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이나 국가균형발전이 필요한 지역에는 지금보다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사실상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전기요금을 산업 경쟁력 회복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중 산업용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은 전국을 크게 4개로 나눈 뒤 전력 자립도와 송전 비용, 인구감소지역 여부 등을 추가 반영해 세분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그동안 지역별 차등요금 도입 원칙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권역 구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손보는 이유는 산업 경쟁력 때문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중국 등 경쟁국과의 가격 경쟁력도 약화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단지와 지방 제조업에 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해 생산비를 줄이고 지역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으로도 전력 공급 여건에 따라 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은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고려해 지역별 요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같은 국가 안에서도 전기요금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진다.
정부 역시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지역 차등요금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전력 전략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AIDC) 전용 전기요금제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기존 산업용 요금체계와 분리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AI 산업의 입지 선정에도 전기요금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는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전은 누적 적자와 부채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인하 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력 공급의 근간을 둘러싼 논의도 동시에 속도를 낸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시작해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기요금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으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가 다시 정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과 원전 확대 여부가 함께 결정되면 국내 에너지 정책은 물론 기업 투자 전략과 산업 입지 지형까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