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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자발적 퇴사도 생애 한 번 실업급여

정년연장·플랫폼노동 보호까지 노동제도 대전환

 

용인신문 | "회사를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없다." 수십 년 동안 당연했던 노동시장 공식이 바뀔 전망이다. 정부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청년에게도 생애 한 차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 고용안전망이 사실상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고용노동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청년 고용안전망 확대와 정년연장, 플랫폼노동자 보호, 산업안전 강화 등을 담은 하반기 노동정책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개별 정책을 나열한 수준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호받는다'는 새로운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발적 이직 청년에 대한 실업급여 도입이다. 지금까지 실업급여는 권고사직이나 계약만료 등 비자발적 실직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35세 미만 청년이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이직하는 경우에도 생애 한 번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이 추진된다.

 

정부가 검토하는 안은 이직 전 임금의 60% 수준을 지원하되 월 최대 100만 원 한도다. 다만 기존 실업급여처럼 최장 270일까지 지급하는 방식과는 달리 재정 부담을 고려해 별도 제도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청년의 잦은 이직을 부추기려는 정책이라기보다,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닌 현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안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의 축이 이동하는 셈이다.

 

청년 지원도 한층 확대된다. 첫 취업에 도전하는 청년만을 위한 '청년첫취업지원제(K-유스개런티)'가 새롭게 도입되고,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촉진수당도 현재 월 60만 원에서 내년부터 월 65만 원으로 인상된다. 대기업과 연계한 직무훈련 프로그램인 'K-뉴딜 아카데미'도 확대하고, 교육 이후 실제 취업까지 연결하는 사후 지원 체계도 마련된다.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된다. 정부는 연내 '세대 상생형 정년연장' 입법을 추진한다. 단순히 정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임금체계를 함께 개편해 기업 부담과 청년채용 감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플랫폼노동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비정형 노동자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연말까지 추진하고, 복지 전달체계인 'K-노동복지회의소'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안전 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최근 10년간 추락·끼임·화재 등 같은 유형의 중대재해가 반복된 기업 183곳을 별도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면 특별감독 수준의 강도 높은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제도 손질도 예고됐다. 기간제 노동자의 반복적인 쪼개기 계약을 개선하고 차별 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며, 민간 건설업과 조선업에도 임금구분지급제를 확대 적용해 임금체불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업무보고는 실업급여 확대나 정년연장 같은 개별 정책보다 노동정책의 철학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청년과 고령층을 따로 관리하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호받는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정책의 중심축을 옮기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제 노동시장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이동'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그 이동의 위험을 국가가 함께 부담하는 제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