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폐암 환자들에게는 가장 답답한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기적처럼 암이 줄어들던 표적항암제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듣지 않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은 다시 커지고 치료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의사들도 "약물 내성이 생겼다"고 설명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마침내 그 '범인'을 찾아냈다.
단국대학교 조정희 교수 연구팀과 성균관대학교 김훈 교수 연구팀은 비소세포폐암에서 표적항암제가 더 이상 듣지 않게 만드는 새로운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염색체 밖에 새로운 DNA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RAF1이라는 유전자를 폭발적으로 늘려 항암제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암세포가 스스로 무기를 만들어 약을 피해 가는 셈이다.
더 주목받는 것은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RAF1의 작용을 막거나 새로운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단하자, 이미 효과를 잃었던 기존 EGFR 표적항암제가 다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다. "항암제가 안 듣는다"며 새로운 약으로 바꾸기보다 기존 치료제를 다시 살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폐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였던 '약물 내성'을 정면으로 공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폐암이다. 특히 국내를 비롯한 동양인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다.
조정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표적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존 표적항암제와 병용치료를 통해 재발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영향력지수 IF 81.2)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