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어린 시절의 체중은 성인이 된 뒤 건강검진 수치에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었다. 여섯 살 무렵부터 비만한 체중 흐름을 보인 여성은 평균 체중으로 성장한 여성보다 성인이 된 뒤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크게 낮았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차이는 20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대 이후 급격히 벌어졌다. 다만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비율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비만이 곧바로 의학적 난임으로 이어진다기보다, 임신 능력과 배우자 선택, 가족 형성, 출산 결정 등 여러 요인이 오랜 시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병원 제니퍼 L. 베이커 교수 연구팀은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여성 6만864명의 학교 건강검진 자료와 국가등록 자료를 연계해 어린 시절 체질량지수(BMI) 변화와 성인기 출산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5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됐다.
연구 대상자는 1950년부터 1989년 사이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여성들이다. 연구팀은 이들의 6세부터 15세까지 BMI 변화 양상을 평균 이하, 평균, 평균 이상, 과체중, 비만 등 5개 유형으로 나눈 뒤 18세부터 45세까지 출산 여부와 난임 진단 기록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체 여성 가운데 78.3%인 4만7669명은 평균 27.2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 반면 약 22%는 연구 종료 시점까지 출산 기록이 없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어린 시절 비만 궤적을 보인 여성에게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BMI로 성장한 여성보다 25~29세에 출산할 가능성이 22% 낮았다. 30~34세에는 42%, 35~45세에는 44%까지 낮아졌다.
아동기 과체중 여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평균 체중 여성과 비교해 출산 가능성은 25~29세에 9%, 30~34세에 26%, 35~45세에 18% 낮았다.
주목할 점은 난임 진단과의 관계다. 전체 여성 가운데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비율은 9.3~11%였지만 어린 시절 BMI 유형에 따른 뚜렷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연구 결과를 단순히 ‘비만 때문에 임신이 안 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병원에서 진단하는 난임은 일정 기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를 중심으로 집계된다. 반면 실제 출산 여부에는 임신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 경우, 결혼과 출산을 미룬 경우, 건강 문제나 사회·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한 경우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비만이 출산 가능성을 낮추는 경로에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생물학적으로는 비만이 여성의 배란과 생식 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자의 질이나 자궁내막 환경, 대사 건강도 장기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비만이 자존감과 대인관계, 배우자 선택, 결혼 시기, 가족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산은 의학적 임신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개인의 관계와 경제 상황, 사회적 환경까지 함께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출산율 하락과 아동·청소년 비만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된다.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는 1965년 전후 출생 여성 가운데 약 20%가 평생 자녀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녀를 원하지 않았던 여성은 이보다 훨씬 적은 약 5%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국 상당수 여성의 무자녀 상태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건강과 관계, 사회적 조건이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
베이커 교수는 “여성의 생식 건강은 임신을 준비하는 시점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며 “어린 시절부터 쌓인 신체적·사회적 경험이 성인이 된 뒤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기 과체중과 비만이 의도하지 않은 무자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족계획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여성의 건강과 생식 능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 비만이 반드시 난임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출산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의 결혼 상태나 임신 의향, 생활습관, 성인기 체중 변화 등을 모두 설명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연구는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저출생 대책을 결혼과 출산 지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생식 건강을 아동기부터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출산은 서른 살에 시작되지만, 출산 가능성을 만드는 건강의 시간은 훨씬 더 일찍 시작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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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미국의사협회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