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여성이 연상인 부부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지난해 초혼 부부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은 여성이 연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와 결혼에서 나이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랑의 공식은 바뀌었어도 생물학의 법칙은 그대로"라며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결혼 시기는 늦어져도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나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부부 가운데 여성이 연상인 비율은 20.2%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남성이 연상인 부부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치관과 성격, 경제적 독립 여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나이 차이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자연스러운 결혼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사회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남성이 반드시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졌다. 유명 연예인들의 여성 연상 결혼도 대중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난임 전문의들은 결혼 상대의 나이보다 첫 임신을 언제 시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난임 전문의 백은찬 분당제일병원 원장은 "남편이 아무리 젊고 건강하더라도 여성의 난소 기능은 나이를 거스를 수 없다"며 "35세 이후에는 난자의 수와 질이 함께 감소하기 시작하고, 40세 이후에는 자연임신은 물론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도 급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난임병원을 찾는 여성 가운데에는 "남편이 어려서 괜찮을 줄 알고 임신을 미뤘는데, 검사해 보니 난소 기능이 예상보다 많이 저하돼 있었다"고 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남성의 젊은 나이가 여성의 난소 노화를 보완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난임 전문의들은 특히 연상녀·연하남 부부일수록 결혼 후 임신 계획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지마리아병원 양광문 원장은 "결혼은 인생의 선택이지만 출산은 생물학적 시간표를 따른다"며 "여성이 30대 후반 이후 결혼했다면 '몇 년 살아보고 아이를 갖자'고 미루기보다 난소 기능을 먼저 확인하고 임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나이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일반적으로 35세 이후에는 난소 예비력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염색체 이상을 가진 난자의 비율도 빠르게 증가한다. 40세를 넘어서면 건강한 배아를 얻을 확률 자체가 크게 낮아져 시험관아기 시술을 반복하는 경우도 흔하다.
반면 남성은 나이에 따른 생식능력 저하가 상대적으로 완만하지만, 고령이 될수록 정자의 DNA 손상률 증가와 임신 성공률 저하, 유산 위험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어 남성 역시 결혼과 출산을 무한정 늦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여성 연상 결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결혼 문화의 변화와 생식 건강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난임 전문의들은 "누구와 결혼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언제 아이를 가질 것인지는 의학의 영역"이라며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사회일수록 임신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는 생식 건강 검진과 난임 예방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에는 더 이상 나이의 경계가 없다. 그러나 출산에는 여전히 생물학적 시간이 존재한다. 결혼이 늦어질수록 '언제 아이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더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난임 전문의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