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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술 한잔이면 잊힐 줄 알았는데…”

스트레스 뒤 마신 술, 우울증 더 키웠다

용인신문 |

 

힘든 일이 생기면 “술 한잔으로 털어버리자”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는 해답이 아니라 오히려 우울증을 키우는 촉매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교통사고나 범죄 피해, 안전사고처럼 예상치 못한 충격을 겪은 뒤 술에 의존할수록 우울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이 직장인 8000여 명의 정신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경험과 음주가 결합할 경우 우울 증상이 뚜렷하게 악화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사고와 범죄 피해, 질병, 직장 문제, 대인관계 갈등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비교 분석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예기치 않은 충격적 사건이었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 가운데 평소 음주량이 많거나 알코올 의존 성향이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이 훨씬 심했다.

 

연구는 술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신 건강의 회복력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뇌와 간이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술은 마시는 순간 긴장을 완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의 스트레스 조절 기능을 떨어뜨리고 감정 회복력을 약화시킨다.

 

여기에 만성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염증 반응도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간에도 부담을 준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자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간의 대사와 회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숙취가 더 오래가고 몸이 더 쉽게 지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시 말해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마시는 술은 몸과 마음 모두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충격을 경험한 직후일수록 술 대신 다른 회복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이나 친구의 정서적 지지를 받고 충분히 쉬며, 필요하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장기적인 정신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뇌과학(Brain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