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오는 10월 2일 대한민국의 수사 지도가 크게 바뀐다. 폭행과 절도, 교통사고 같은 일상 범죄는 지금처럼 경찰이 맡지만, 대규모 전세사기와 조직적 보이스피싱, 투자 리딩방, 다단계 사기, 주가조작 등 사회적 피해가 큰 범죄는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검찰청 폐지 이후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할 중수청이 등장하면서 시민 입장에서는 범죄의 성격과 피해 규모에 따라 사건을 맡는 기관 자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수사기관의 간판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소·고발 이후 사건이 이동하는 경로와 수사 주체, 대형 경제범죄 대응 방식까지 함께 재편되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이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투자사기처럼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경제범죄다. 중수청법상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분야의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수사한다. 대형 주가조작 사건이나 조직적으로 이뤄진 전세사기, 다단계 범죄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사기나 횡령 사건은 피해 규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라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가로챈 금액이 5억 원을 넘는 사실이 확인되고 중수청 수사 대상에 해당하면 사건이 중수청으로 넘어갈 수 있다. 피해자가 처음부터 전체 피해 규모를 계산해 어느 기관으로 갈지 판단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중수청 사건으로 판단해 통보하고,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건을 넘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바로 이 경계에서 시작된다.
사기와 마약, 경제범죄처럼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영역이 맞닿아 있는 사건에서는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을지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러 지역에 피해자가 흩어져 있거나 개별 피해액은 작지만 전체 피해액이 큰 조직형 범죄는 사건 초기부터 수사 주체를 명확히 나누기 쉽지 않다. 중수청의 이첩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구체적인 기준도 제도 시행 전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수사권 충돌이 발생하면 수사권 관할조정협의회를 통해 조정하게 되지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사건 이송과 재배당 과정에서 수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이 길어질수록 피해자가 가장 먼저 불편을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수청은 금융·경제범죄뿐 아니라 군사기밀과 산업기술 유출,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무원 부패, 국가 주요 시설을 노린 해킹 등도 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이뤄진 담합이나 시장질서 교란 사건 역시 중수청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 수사망도 새로 짜인다. 중수청은 본청과 함께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접근성 문제도 벌써 제기된다. 제주나 경기 북부, 도서지역처럼 지방청과 거리가 먼 지역의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별도 분소 설치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청사 준비도 빠듯하다. 일부 지방청은 출범 직전까지 공사가 이어질 예정이고, 수원지방청은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내년에 정식 청사로 옮길 계획이다. 제도는 10월 2일 시작되지만 조직과 시설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다.
중수청 정원은 2874명이다. 검찰청이 폐지되면 중수청에서 실제 수사를 맡는 인력은 모두 ‘수사관’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된다. 현직 검사와 검찰 수사관은 일정 기간 본인이 희망할 경우 시험 없이 중수청으로 옮길 수 있고, 정원이 부족하면 경찰관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도 충원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직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숙련도다. 거액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를 찾아내며,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해외 공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대형 경제범죄 수사는 짧은 교육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수십 년 동안 검찰과 경찰, 금융수사 부서에 축적된 경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새 조직에 옮길 수 있느냐가 중수청의 초기 수사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중수청으로 이동한 뒤 맡게 될 업무와 근무지, 승진 체계, 순환보직 방식 등이 충분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동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경찰 내부에서는 새로운 수사기관에서 장기적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원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중수청 출범은 단순한 ‘검찰청의 대체 기관’ 탄생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경찰과 중수청이 어떤 사건을 어디까지 맡을지 경계를 분명히 하고, 전국 어디에서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속하게 수사기관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며, 기존의 전문 수사 역량까지 끊김 없이 이어받아야 비로소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새 기관의 이름이 아니다. 전세보증금을 잃고, 보이스피싱에 노후자금을 빼앗기고, 투자사기에 전 재산을 잃었을 때 누가 가장 빨리 범인을 추적하고 돈의 흐름을 찾아낼 수 있느냐다.
10월 2일 시작될 형사사법 대전환의 성패는 결국 그 질문에 얼마나 명확하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