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하얀 손수건 위에 자연의 색이 번졌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물든 천을 들여다봤고, 곁에 있던 어르신과 대학생들은 왜 자연의 색을 이용하는지, 우리가 쓰고 버리는 물건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씩 이야기해 줬다. 어렵게만 들리는 ‘환경보호’와 ‘자원순환’이 이날만큼은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니었다. 직접 만지고 만들고 놀면서 배우는 하나의 놀이가 됐다.
용인특례시가 환경교육에 조금 색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어린이에게 환경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어르신과 대학생, 어린이가 한 공간에서 함께 체험하며 배우는 ‘세대 연계형 환경교육’이다.
용인특례시는 ‘환경실천 서포터즈 용인 Eco-조아용’을 중심으로 지역 어린이집을 찾아가는 세대 연계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가르치느냐’에 있다. 전문 환경교육을 받은 어르신과 대학생 서포터즈가 직접 어린이들의 선생님이 된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과 새로운 환경문제에 익숙한 대학생, 그리고 환경의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셈이다.
시는 세대가 서로 다른 경험과 시각을 나누면서 환경보호를 단순한 지식이 아닌 일상의 습관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13일 용인시청 상록어린이집에서는 그 취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용인 Eco-조아용’ 유아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아들 앞에 어르신과 대학생 서포터즈가 나섰다.
수업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지구환경과 생태계 이야기를 듣고, 물건을 사고 버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했다. 자원은 한 번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하고 순환시킬 수 있다는 것도 놀이를 통해 배웠다.
아이들의 반응은 체험이 시작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직접 자연염색 손수건을 만들고 단풍나무 씨앗을 만들어 보면서 식물과 자연의 구조를 접했다. 평범한 에코백은 아이들의 손을 거치며 하나뿐인 가방으로 변했다. 만들기 활동 하나하나가 자연과 생태계, 친환경 소비와 자원순환이라는 환경교육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연염색은 아이들에게 환경을 설명하는 좋은 매개가 됐다. 자연에서 얻은 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자연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가까이 연결돼 있는지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에게도, 대학생에게도 이날 수업은 단순한 봉사활동과는 달랐다. 환경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세대가 만나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환경교육이 됐다. 아이에게는 새로운 배움이 되고, 어른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는 환경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는 구조다.
용인시는 올해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한층 높였다. 단국대학교 부설 통합과학교육연구소와 협력해 서포터즈 교육을 진행하고 프로그램 내용도 체계화했다. 단순한 만들기 수업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놀이와 체험이 지구환경과 생태계, 소비습관, 자원순환이라는 교육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아이들이 환경을 배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물을 아껴 써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 것보다 직접 물건을 다시 사용하고 자연의 재료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생활습관을 만드는 데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오는 25일에도 상록어린이집 원아들을 대상으로 세대 연계 환경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용인시가 추진하는 생애주기 환경교육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용인특례시는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 어르신까지 연령과 생활환경에 맞춰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용인시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기후환경에너지부로부터 전국 시·군 최초로 ‘환경교육도시’에 재지정됐다. 이제 환경교육도시의 무게중심을 시설이나 일회성 행사에서 시민들의 생활 속 실천으로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문제는 거대하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자원순환 같은 단어는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멀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손수건 한 장을 자연의 색으로 물들이고, 버리는 대신 다시 쓰는 방법을 배우는 순간 환경은 아이들의 일상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옆에는 먼저 살아온 어르신과 이제 사회로 나아갈 대학생이 있다.
환경을 지키는 일에는 세대가 따로 없다는 것. 용인의 작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초록 교실’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시 관계자는 “어르신과 대학생이 각 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세대 간 교류”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가 함께 배우고 실천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