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건강은 혈압과 혈당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 동안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못하고, 함께 웃을 사람도 없이 TV 소리만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반복된다면 마음의 건강까지 지키기는 쉽지 않다. 용인특례시가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운동 처방과 건강검사뿐 아니라 ‘함께 웃고 이야기할 사람’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다.
용인특례시 수지구보건소는 9월 15일까지 홀로 생활하는 지역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건강여가 프로그램 ‘슬기로운 실버생활’을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창한 치료나 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간’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수지구보건소 4층 보건교육실에 어르신들이 모인다. 한 차례 20명씩 모두 6회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서로 이름을 알고 얼굴을 익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첫 시간에는 자기소개와 웃음치료가 이어진다. 굳어 있던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고 평소 생활습관도 함께 돌아본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또래와 한 공간에서 웃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몸이 풀리면 활동은 조금씩 넓어진다. 실버체조와 근력운동으로 떨어지기 쉬운 신체기능을 관리하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법을 통해 긴장을 다스리는 방법도 익힌다. 단순히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직접 따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몸을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익숙한 음악을 함께 듣고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회상활동을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 기쁘거나 서운했던 기억, 요즘 느끼는 감정도 자연스럽게 꺼내놓는다. 혼자 있을 때에는 마음속에 묻어두기 쉬웠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시간이 되는 셈이다.
게임도 있다. 그룹을 나눠 함께 문제를 풀고 협동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다. 퀴즈를 풀고 추억의 노래를 떠올리는 인지활동도 이어진다. 신체활동과 정서교류, 기억을 자극하는 활동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엮은 것이다.
마지막 시간에는 조금 특별한 질문을 던진다. ‘1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어르신들은 프로그램을 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단순히 여섯 번의 수업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오늘의 건강관리가 내일의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건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살핀다. 방문간호사가 프로그램 전후 어르신들의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을 검사하고 우울감과 삶의 만족도도 확인한다. 프로그램을 즐겁게 참여했는지를 묻는 만족도 조사까지 진행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인 변화까지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의 건강 문제는 병원과 약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끼니를 챙기고 운동하는 것 못지않게 누군가와 대화하고, 함께 웃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 역시 건강한 노후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지구보건소 관계자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건강은 몸을 돌보는 일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에서도 시작된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활력을 더하고 서로 안부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인이 마련한 ‘슬기로운 실버생활’은 그래서 단순한 노인 건강 프로그램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혈압을 재고 근력을 키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혼자였던 하루에 사람을 더하고 대화를 더하고 웃음을 더하는 일이다. 어쩌면 건강한 노후에 가장 필요한 처방은 약 봉투 안이 아니라 “다음 주에 또 만나요”라는 짧은 인사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