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운동은 오래 해야 효과가 있다는 통념에 흥미로운 반론이 나왔다. 자전거를 타거나 가볍게 뛰는 운동을 1시간 넘게 하는 것보다 불과 3분간 온힘을 다해 운동했을 때 혈액 속에서 훨씬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다.
변화는 단순히 심박수가 오르고 땀이 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혈관과 지방세포, 호르몬, 에너지 대사를 연결하는 수백 가지 단백질과 신호물질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짧고 강한 운동이 몸 전체에 일종의 ‘분자 비상벨’을 울린 셈이다.
미국 록펠러대 폴 코언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메디슨(Cell Reports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운동은 30초 동안 최대 능력에 가깝게 전력질주한 뒤 회복하는 방식을 6차례 반복하는 고강도 운동이었다. 실제 전력질주 시간은 모두 합쳐 3분이다.
연구진은 운동 전과 직후, 3시간 뒤 혈액을 채취해 단백질과 대사물질의 변화를 분석했다. 비교 대상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약 90분 운동한 사람들이었다.
차이는 컸다.
혈액에서 확인된 단백질 2884개 가운데 3분 전력질주 뒤 변화한 단백질은 714개로 약 25%에 달했다. 반면 90분간 중간 강도로 운동한 뒤 변화한 단백질은 7개에 그쳤다. 운동시간은 30분의 1에 불과했지만 혈액 속에서는 오히려 훨씬 큰 파장이 일어난 것이다.
혈액이 3분 만에 ‘메신저’로 변했다
전력질주 직후 혈액에서는 혈관 성장과 조직 재형성, 호르몬 전달 등에 관여하는 다양한 신호물질이 급격히 증가했다. 200종이 넘는 대사물질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몸은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을 만나자 새로운 신호물질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단백질 일부를 잘라 혈액 속으로 빠르게 내보내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이른바 ‘엑토도메인 절단’이다.
쉽게 말해 강한 운동이 시작되자 근육과 여러 조직이 신호장치를 혈액 속으로 내보내 다른 장기와 빠르게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이 단순히 근육만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전신의 장기와 세포가 동시에 대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력질주 후 혈액, 지방세포까지 바꿨다
연구팀은 전력질주를 마친 사람의 혈액을 인간 지방세포에 적용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살폈다.
그 결과 지방세포의 유전자 작동 패턴이 달라졌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과 호르몬 신호에 반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반면 90분간 중간 강도로 운동한 사람의 혈액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작았다.
짧은 고강도 운동의 영향이 근육에서 끝나지 않고 혈액을 통해 지방조직 등 다른 기관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또 영국 UK바이오뱅크 약 5만3000명의 자료를 활용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과 관련된 단백질 33개를 추렸다. 3분 전력질주 뒤에는 이 가운데 32개가 반응했다. 90분 중강도 운동에서는 3개만 변했다.
‘90분보다 3분이 낫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번 연구를 ‘3분만 뛰면 90분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운동 직후 혈액 속 단백질과 대사물질의 급격한 변화다. 심폐지구력 향상이나 체중 감량, 혈압 개선, 심혈관질환 예방 등 장기적인 건강 효과까지 3분 운동이 90분 운동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운동 효과를 판단할 때 ‘몇 분이나 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강하게 몸을 자극했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퇴근과 육아, 업무 때문에 하루 1시간 운동이 부담스러운 현대인에게는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강도를 높이면 몸이 예상보다 훨씬 큰 생리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운동을 바라보는 질문은 ‘얼마나 오래 했느냐’에서 ‘몸을 얼마나 강하게 깨웠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3분의 전력질주가 90분 운동을 지워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단 3분 만에 우리 몸 전체가 얼마나 빠르고 크게 반응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게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