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친일재산이 땅에서 현금으로 바뀌어도 국가의 추적은 끝나지 않는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물려받은 재산을 이미 제3자에게 팔아 원래 재산을 국가가 되찾을 수 없게 됐다면 앞으로는 그 재산을 팔고 받은 돈까지 환수 대상이 된다.
광복 81주년을 지나며 멈춰 있던 친일재산 환수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0년 활동을 끝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부활하고, 과거보다 촘촘해진 법적 장치를 바탕으로 미완의 친일재산 추적에 다시 나선다.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의 가장 큰 변화는 환수의 범위를 ‘재산 그 자체’에서 ‘재산을 처분해 얻은 대가’까지 넓혔다는 점이다. 법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신, 이 때문에 친일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할 수 없을 경우 그 처분 대가를 환수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사실상 재산의 명의만 바꾸거나 매각하는 방법으로 국가귀속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친일재산을 찾아내는 방식도 달라진다. 정부 조사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제보를 환수의 새로운 통로로 활용한다. 친일재산을 적발·신고하거나 조사와 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포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다시 환수한다.
이번 법 제정의 배경에는 16년에 걸친 전담 조사기구의 공백이 있다. 2006년 출범한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까지 4년간 활동하며 당시 가격으로 약 2373억원 상당의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후 관련 소송은 법무부가 이어왔지만 새롭게 드러나는 친일재산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귀속 여부를 결정할 전담기구는 사라진 상태였다. 정부가 새 법 제정 이유에서 직접 이 같은 ‘조사 기능의 부재’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 조사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된다. 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위원회 역시 구성 후 3년 이내 활동을 마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조사를 끝내기 어려울 경우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회 동의를 거쳐 한 차례에 한해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과거 조사 과정에서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사건과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과규정도 마련됐다.
환수된 재산의 쓰임도 법에 못 박았다. 국가에 귀속된 친일재산과 환수된 처분 대가는 독립유공자와 유족의 생활 안정,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 등 독립유공자 예우를 위한 용도에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 친일행위로 축적된 부가 한 세기를 돌아 독립운동의 희생을 기리는 재원으로 쓰이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추가 환수 규모도 적지 않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광복절인 15일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할 경우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추가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재출범의 성패는 결국 지난 16년 동안 재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상속되고, 쪼개지고, 매매되며 여러 차례 명의가 바뀐 재산의 흐름을 추적해 최초 취득 과정까지 거슬러 올라가 친일행위와의 연결고리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한 가지 허점이 막혔다. 친일재산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게 됐다. 16년 만에 다시 출범하는 조사위원회의 핵심 임무는 단순히 남아 있는 땅을 찾는 것이 아니다. 땅이 사라졌다면 그 땅이 어떤 돈으로 바뀌었는지까지 쫓는 것, 이제 친일재산 환수는 ‘부동산 찾기’에서 ‘재산의 흔적 찾기’로 한 단계 더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