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동결배아이식을 앞둔 여성들이 한 번쯤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내가 자연스럽게 배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아를 이식하는 것이 좋을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해 자궁내막을 만든 뒤 날짜를 맞춰 이식하는 것이 좋을까.”
벨기에 5개 난임센터에서 여성 561명을 무작위 배정해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과 호르몬주기 동결배아이식을 비교한 연구 결과, 임신 성공률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자연주기는 치료 도중 이식이 취소되는 비율이 더 낮았고, 출산한 여성 가운데 제왕절개 비율도 호르몬주기보다 크게 낮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8월호에 실렸으며 지난 6월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배란하는 18~45세 여성 561명을 자연주기 284명과 호르몬주기 277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두 방법의 차이는 자궁내막을 이식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방식에 있다. 자연주기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 배란을 따라간다.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통해 난포 성장과 호르몬 변화를 관찰하고 배란 시점에 맞춰 동결배아를 해동해 이식한다.
반면 호르몬주기는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자궁내막을 키운 뒤 프로게스테론을 추가해 이식 날짜를 조절한다. 쉽게 말하면 자연주기는 몸의 시계를 따라가는 방식이고, 호르몬주기는 약으로 자궁의 시계를 맞추는 방식이다.
가장 중요한 결과인 임신율은 비슷했다. 초음파에서 태아 심박이 확인된 임상임신율은 자연주기에서 33.1%, 호르몬주기에서 28.9%였다. 숫자만 보면 자연주기가 약 4%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즉 이번 연구만으로 자연주기가 호르몬주기보다 임신이 더 잘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차이가 더 뚜렷했던 것은 주기 취소율이었다. 자연주기에서는 3.9%가 이식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주기가 취소됐지만 호르몬주기에서는 9.4%가 취소됐다. 자연주기의 취소율이 절반 이하 수준이었던 셈이다.
다만 자연주기가 무조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자연 배란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면 난포 성장과 호르몬 변화를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모니터링 방문 횟수는 자연주기 3.0회, 호르몬주기 2.4회로 자연주기가 더 많았다. 직장이나 거리 문제 등으로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호르몬주기가 오히려 편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출산 방법이었다. 제왕절개 비율이 자연주기에서는 20.2%였지만 호르몬주기에서는 42.7%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자연주기로 임신한 여성에서 제왕절개가 상당히 적게 나타난 것이다.
최근 난임 분야에서는 자연 배란이 없는 호르몬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 황체가 형성되지 않는 점이 임신 이후 산과적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황체는 임신 초기 프로게스테론뿐 아니라 혈관과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여러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자연주기와 호르몬주기의 차이가 단순히 이식 당일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만 보고 “자연주기를 하면 제왕절개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연구는 애초에 제왕절개나 임신중독증 같은 산과적 합병증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설계된 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여 인원도 임신율 차이를 확인하는 데 맞춰져 있어 제왕절개율과 산과적 합병증을 정확하게 비교하기에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제왕절개율 차이는 흥미로운 신호지만 더 큰 무작위시험을 통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연주기와 호르몬주기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데 있지 않다. 규칙적으로 배란하는 여성이라면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호르몬주기를 선택해야 할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연주기는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이번 연구에서는 주기 취소율도 낮았다. 반면 배란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조금 더 자주 방문해야 한다. 호르몬주기는 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식 날짜를 계획하기 쉽고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동결배아이식 방법을 선택할 때는 “어느 방법이 임신이 더 잘 되느냐”만 따질 것이 아니라 여성의 배란 상태와 병원 방문 여건, 약물 사용 부담, 치료 일정, 임신 이후의 산과적 안전성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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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8월호에 게재된 벨기에 5개 난임센터의 561명 무작위 대조시험(RCT)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본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 브레히트 게이센베르흐(Brecht Geysenbergh) 외, 「배란 여성의 동결·해동 배아이식을 위한 자궁내막 준비에서 자연주기와 인공주기의 비교: 무작위 대조시험」, 『휴먼 리프로덕션』 제41권 8호, 2026년 8월, 1420~1429쪽. 온라인 공개 2026년 6월 19일.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