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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이 정자 DNA의 ‘유전자 스위치’를 바꾼다

 

용인신문 | 아버지가 마신 공기, 정자에 흔적 남긴다?…2000명 연구서 DNA 스위치 변화”

오존·이산화질소 노출과 정자 DNA 메틸화 변화 연관…남성 2015명 대규모 분석

정자 생성·염색체 분리에 관여하는 유전자까지 변화…부계 각인유전자 GNAS도 포함

 

매일 마시는 공기가 남성의 정자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정자 수나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수준을 넘어 정자 DNA에서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이른바 ‘유전자 스위치’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유럽생식의학회 연례학술대회 ESHRE 2026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남성 2015명을 추적하고 이 가운데 1220명의 정자 DNA 메틸화 상태를 분석했다.

 

DNA 메틸화는 DNA 염기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를 조절하는 대표적인 후성유전학적 기전이다. 쉽게 말하면 유전정보가 적힌 책의 문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읽을지, 얼마나 자주 읽을지를 조절하는 표시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대기오염 노출과 정자 DNA 메틸화 패턴을 비교한 결과 여러 유전자 영역에서 대기오염과 연관된 메틸화 변화를 확인했다. 특히 오존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이러한 변화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변화가 발견된 유전자들의 기능이다. 일부는 정원줄기세포를 유지하거나 정원세포가 성숙한 생식세포로 분화하는 과정, 세포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정확하게 나뉘도록 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었다.

 

정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세포가 아니다. 정원줄기세포에서 시작해 여러 단계의 분열과 성숙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조절 체계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면 남성 생식 건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연구에서는 GNAS 유전자에서도 메틸화 변화가 관찰됐다. GNAS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가운데 어느 쪽 유전자가 발현되는지가 중요하게 조절되는 ‘각인유전자’와 관련된 영역이다. 정자의 후성유전학적 정보가 수정 이후 배아 발달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연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신율·자녀 건강 영향은 추가 연구 필요

 

다만 이번 결과를 “대기오염이 정자의 유전자를 돌연변이시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DNA 염기서열 자체가 변하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DNA에 화학적 표지가 붙거나 떨어지면서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일부는 환경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더 중요한 한계도 있다. 정자 DNA 메틸화 변화가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남성 난임이나 IVF 성공률 저하, 유산 또는 아이의 건강 이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만으로는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실제 수정과 배아 발달, 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남성 생식 건강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자 수와 운동성, 형태 같은 전통적인 정액검사 지표에서 한 단계 확장했다는 데 있다.

 

그동안 미세먼지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이 정자의 농도나 운동성, 산화스트레스와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는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 환경 노출이 정자에 남기는 ‘분자적 흔적’을 후성유전학 수준에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정자의 유전정보 가운데 수정 후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후성유전학적 표지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남성 난임 연구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은 “공기가 나쁘면 아이에게 유전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 대기오염과 정자 DNA 메틸화 사이의 연관성이 반복 연구에서 확인되는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수정과 배아 발달 과정에서도 유지되는지, 나아가 임신과 출산 결과에 영향을 주는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폐와 심혈관계뿐 아니라 생식세포 수준에도 흔적을 남길 가능성을 보여준다. 남성 난임을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정액검사 수치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그가 살아가는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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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ESHRE 2026(유럽생식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남성 2015명 대상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