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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자 골라주면 성공률도 오를까?”

정자 선별 ‘애드온’, 누구에게나 통하진 않았다
PICSI, 기존 ICSI 실패·히알루론산 결합능 낮은 환자서 배반포 형성률 31.1%→44.0%
미세유체 정자선별은 정상 정자군서 생아출산 이득 없어…“좋은 기술보다 맞는 환자 찾는 게 먼저”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난자 하나에 정자 하나를 직접 넣는 세포질내정자주입술(ICSI)을 할 때 배아연구원은 수많은 정자 가운데 모양과 움직임이 좋은 정자를 골라낸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더 좋은 정자’를 골라주는 기술을 추가하면 임신과 출산 가능성도 높아질까.

 

최근 열린 유럽생식의학회 연례학술대회(ESHRE 2026)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답은 간단하지 않다.

 

어떤 환자에게서는 배반포 발달이 뚜렷하게 좋아졌지만 다른 환자군에서는 생아출산율이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정자 선별기술도 모든 난임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붙이는 ‘애드온’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 환자인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PICSI다.

 

PICSI는 일반 ICSI처럼 배아연구원이 정자의 모양과 운동성만 보고 선택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난자를 둘러싼 물질인 히알루론산에 잘 결합하는 정자를 골라 주입하는 방식이다. 히알루론산 결합능력이 높은 정자는 상대적으로 성숙도가 높고 DNA 손상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물학적 원리를 이용한다.

 

일본 교노 ART 클리닉 연구진은 기존 ICSI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 95명의 이전 ICSI 주기와 이후 PICSI 주기를 비교했다.

 

수정률은 72.6%와 76.6%로 큰 차이가 없었고 3일째 좋은 배아 비율도 비슷했다.

 

차이는 배양이 진행되면서 나타났다. 배반포 형성률이 기존 ICSI 31.1%에서 PICSI 44.0%로 높아졌고, 좋은 배반포 비율은 5.0%에서 13.5%,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배반포 비율도 23.8%에서 39.9%로 증가했다.

 

특히 정자의 히알루론산 결합률이 65% 미만인 환자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 집단에서는 PICSI 후 배반포 형성률이 32.7%에서 43.0%로, 사용할 수 있는 배반포 비율은 23.4%에서 32.5%로 높아졌다.

 

반대로 결합률이 65% 이상인 집단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즉 PICSI가 모든 남성에게 좋은 기술이라기보다 ‘히알루론산 결합능력이 떨어지는 정자’라는 특정 조건에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임신 결과도 흥미롭다. 동결 배반포 이식 후 임신율은 기존 ICSI 25.0%, PICSI 41.2%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유산율은 각각 70.0%와 14.3%로 크게 달랐지만 실제 임신 사례가 각각 10건과 21건에 불과해 이 수치만으로 PICSI가 유산을 줄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구진 역시 임신 결과를 분석한 사례 수가 적고 적절한 히알루론산 결합률 기준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무작위시험이 아니라 같은 환자의 이전 주기와 이후 주기를 비교한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미세유체 정자선별에서는 정반대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이 기술은 정자를 원심분리해 골라내는 기존 밀도구배법과 달리 아주 미세한 통로를 스스로 헤엄쳐 통과한 운동성 좋은 정자를 선택한다. 여성 생식관에서 벌어지는 자연적인 정자 선택 과정 일부를 모방하면서 원심분리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세유체 장치로 선별한 정자에서 DNA 손상이 적다는 연구들은 있지만 이것이 곧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ESHRE 2026에서 발표된 POSEIDON 3군 여성 대상 연구는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정상 정액 소견의 남성 파트너를 둔 268회의 ICSI 주기를 분석해 미세유체 정자선별 151주기와 기존 이중 밀도구배법 117주기를 비교했다. 수정률은 87%와 90%로 차이가 없었다. 배반포 형성률은 미세유체군이 59%, 기존 방식이 51%로 높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출산 결과에서는 우위가 사라졌다.

 

생아출산율은 미세유체군 50%, 기존 밀도구배군 56%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배아 이식 후 착상률은 미세유체군 44%, 기존 방식 63%로 미세유체군이 유의하게 낮았다. 임상임신율도 55%와 66%였지만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은 정상 정자 남성을 동반한 POSEIDON 3군에서 미세유체 정자선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그렇다고 미세유체 정자선별 자체가 효과 없는 기술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같은 ESHRE 2026에서 발표된 1600회의 반복 ICSI 주기 연구에서는 정자 DNA 분절률이 30~49%로 중등도 이상 높았던 남성에서 미세유체 선별 후 착상과 생아출산 결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

 

또 2957주기를 분석한 다른 연구에서도 정자 DNA 분절이 높거나 남성 나이가 많거나 이전 IVF 실패가 있었던 집단에서는 이득 가능성이 나타난 반면 정상적인 조건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할 근거는 부족했다. 두 연구 역시 후향적·비무작위 연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이번 연구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 정교한 기술이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단순한 공식과 거리가 있다.

 

PICSI든 미세유체 정자선별이든 정자 자체에 특정한 문제가 있는 환자에서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상 정자까지 포함한 환자에게 일괄 적용한다고 출산 가능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난임 치료에서 새로운 검사나 배양법, 정자·배아 선별법은 그럴듯한 생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자의 DNA 손상이 줄거나 좋은 배반포가 조금 늘어나는 것과 실제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2025년 발표된 정자 선별기술 리뷰 역시 미세유체 선별이 DNA 손상이 적은 정자를 골라내는 데에는 장점이 있지만 일상적인 사용이 생아출산율을 높인다는 임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정리했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가장 최신 정자 선별기술을 쓸 것인가”보다 “우리 부부에게 이 기술을 써야 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에 가깝다.

 

이전 ICSI에서 반복적으로 배아 발달이 좋지 않았는지, 정자 DNA 분절이 높은지, 히알루론산 결합능력이 떨어지는지 등 명확한 적응증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ESHRE 2026의 정자 선별 연구들이 보여준 결론도 결국 한곳으로 모인다. 좋은 기술을 모든 환자에게 더하는 것보다, 그 기술이 필요한 환자를 제대로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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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26년 유럽생식의학회(ESHRE 2026)에서 발표된 PICSI와 미세유체 정자선별 관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