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 (토)

  • 흐림동두천 20.5℃
  • 흐림강릉 20.2℃
  • 흐림서울 20.9℃
  • 구름많음대전 22.9℃
  • 맑음대구 23.9℃
  • 맑음울산 24.6℃
  • 맑음광주 25.6℃
  • 맑음부산 27.4℃
  • 맑음고창 24.1℃
  • 맑음제주 26.2℃
  • 흐림강화 20.4℃
  • 구름많음보은 20.5℃
  • 맑음금산 23.3℃
  • 맑음강진군 26.1℃
  • 맑음경주시 24.0℃
  • 맑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이승주의 음식이야기 - 식탁 위의 오해와 진실

된장 푹 찍어 싱싱한 풋고추 한입… 밥 한 그릇 ‘뚝딱’

이승주의 음식이야기 _ 식탁 위의 오해와 진실 8 풋고추

‘비타민C’ 항산화 작용·콜라겐 생성 관여
정상적인 면역 기능 유지 필요한 영양소

 

 

 

용인신문 | 입맛 떨어지는 한여름, 찬물에 밥 한 숟갈 말아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한입 베어 물면 그만한 반찬도 없다. 아삭하고 풋풋한 향이 입안에 퍼지고 짭조름한 된장이 따라오면 고기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이 금세 비워진다. 냉장고 속에 반찬이 아무리 많아도 무더운 날이면 이상하게 이런 소박한 밥상이 더 당긴다.

 

어릴 적 여름 밥상을 떠올려도 풋고추는 빠지지 않는다. 상추와 오이, 열무김치 옆에 풋고추 몇 개가 놓이고 된장 한 종지만 있으면 한 끼가 됐다. 특별히 조리할 것도 없었다. 밭에서 따온 고추를 씻어 그대로 상에 올리면 끝이었다. 불 앞에 오래 서 있기도 힘든 여름철에 이보다 간편한 반찬도 드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별것 없어 보이는 풋고추가 영양으로 따져보면 제법 괜찮은 채소다.

 

대표적인 영양소가 비타민 C다. 고추류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 가운데 하나다. 비타민 C는 몸속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고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며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철분의 흡수를 돕는 역할도 한다.

 

풋고추는 특히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타민 C는 열에 민감해 오래 가열할수록 손실될 수 있는데, 된장에 찍어 그대로 먹는 풋고추는 별도의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여름 밥상에서 몇 개씩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채소 섭취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고추의 초록색과 특유의 향을 만드는 여러 식물성 성분도 빼놓을 수 없다.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다양한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풋고추도 특별한 ‘보약’이라기보다 매일 먹는 채소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섭취할 때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매운 고추라면 또 하나 등장하는 성분이 있다. 바로 캡사이신이다.

 

고추를 먹었을 때 입안이 화끈거리고 이마에 땀이 나는 이유가 캡사이신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매운맛이 단맛이나 짠맛처럼 전형적인 ‘맛’이라기보다 열과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에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 고추가 뜨거운 것은 아닌데 캡사이신이 입안의 감각신경을 자극하면서 뇌가 마치 뜨거운 것을 먹은 것처럼 받아들인다.

 

캡사이신은 오랫동안 건강 연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에너지 소비와 지방 산화, 식욕 조절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됐다. 그래서 한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도 유행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과장이 섞이기 쉽다. 고추 몇 개를 먹는다고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건강 효과가 비례해 커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추 하나의 특정 성분보다 전체 식사와 생활습관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매운 고추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속이 쓰리거나 복통, 설사, 가슴 쓰림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굳이 참아가며 먹을 필요가 없다. 특히 위장이나 장이 예민한 사람은 강한 매운맛이 불편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매운맛을 잘 못 먹는 사람이 “몸에 좋다니까” 하며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을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오이고추, 아삭이고추처럼 매운맛은 거의 없고 식감은 좋은 고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크고 두툼해 한입 베어 물면 오이처럼 아삭하다. 된장이나 쌈장에 찍으면 고추 특유의 풋풋한 향은 살아 있으면서도 매운맛에 대한 부담은 훨씬 적다.

 

그래서 어린아이부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까지 풋고추를 즐길 선택지가 많아졌다. 고추의 맛은 꼭 “얼마나 매우냐”로 평가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어떤 고추는 화끈한 매운맛이 매력이고, 어떤 고추는 시원하고 달큰한 아삭함이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