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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추천 영화&드라마

다시 봐도 밑줄 긋게 된다…명언이 살아 있는 중드 3편

용인신문 |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줄거리보다 한마디 대사가 더 오래 남는 작품이 있다. 처음 볼 때는 멋있다고 지나쳤던 말이 몇 년 뒤 다시 들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을 해보고, 사람에게 실망해보고, 조직과 세상의 냉정함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알아듣게 되는 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사극은 유난히 ‘다시 보는 맛’이 강하다. 황제를 둘러싼 권력 싸움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묻는 것은 사람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힘을 가진 순간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화려한 궁궐과 정치적 암투 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세 작품을 골랐다. 《랑야방: 권력의 기록》, 《경여년》, 《천성장가》다.

 

 

“사람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나”…《랑야방: 권력의 기록》

 


2015년 작품 《랑야방: 권력의 기록》은 ‘명대사가 많은 중국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작품이다. 7만 적염군과 아버지를 잃은 장군 임수가 병약한 책사 매장소로 돌아와 세력이 약한 황자 정왕을 황위에 올리고 과거의 진실을 바로잡아가는 이야기다. 국내에 공개된 드라마는 54부작으로, 호가와 왕카이가 주연을 맡았다.


겉으로는 치밀한 복수극이고 킹메이커 이야기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복수보다 ‘신의’라는 단어가 더 오래 남는다. 매장소는 누구보다 영리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남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원작 《랑야방》에서 널리 회자되는 문장이 있다.


“세상에는 본래 자유로운 사람이란 없다.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는 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을 때 들으면 그저 멋있는 문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살아보면 조금 달라진다. 가족도, 사랑도, 책임도, 욕망도 결국 사람을 어딘가에 묶는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버리는 것이 자유인 것도 아니다. 《랑야방》의 힘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에 묶여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무엇을 지킬지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결말을 알고 다시 봐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두 번째 볼 때 매장소의 침묵과 짧은 대사가 더 아프게 들린다.

 

 

웃다가 멈칫한다…《경여년》

 


《경여년》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현대의 기억을 가진 범한이 고대 경국에서 성장해 수도 경도에 들어가면서 거대한 권력의 세계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장약윤이 범한을 연기했고, 시즌1은 2019년, 시즌2는 2024년 공개됐다.


처음에는 코미디처럼 보인다. 범한은 기존 사극 주인공처럼 황제 앞에서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는 인물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신분질서에도 의문을 품고, 권력자에게도 엉뚱할 만큼 당당하다.


그런데 웃다가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계속해서 묻기 때문이다. 높은 사람이 사람의 생사를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가. 세상을 바꾼다는 명분 아래 한 사람을 희생해도 되는가.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


《경여년》의 좋은 대사는 거창하게 인생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범한과 황제, 대신들이 서로 떠보고 협박하고 농담하는 평범한 대화 안에 권력의 본질을 숨겨놓는다. 그래서 재미만 놓고 보면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쉽게 빠져든다.


특히 범한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그는 영웅이 되고 싶어서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 때문에 계속 권력과 충돌한다. 바로 그 단순함이 오히려 지금의 시청자에게는 가장 현대적인 명언처럼 다가온다.

 

 

문장 자체가 아름답다…《천성장가》

 


《천성장가》는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느리고, 가장 무겁고, 가장 문학적이다.


왕실에서 쫓겨난 뒤 남자로 변장해 관리가 된 봉지미와 복수를 품은 6황자 영혁이 거대한 권력투쟁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천쿤과 니니가 주연을 맡았으며 국내 공개본은 70화에 이른다.


70화라는 분량 때문에 시작을 망설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작품의 호흡에 들어가면 다른 드라마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대사의 깊이가 있다.


《천성장가》에서 사랑은 사랑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멀어져야 하고, 이기기 위해 물러나야 하며, 갖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대사는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정치 이야기이고, 권력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영혁과 봉지미가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세상에는 사랑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옳다고 해서 반드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젊을 때 보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선택하지 못했던 것 하나쯤 생긴 뒤 다시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들어온다.
좋은 명언은 시간이 지나야 완성된다.


세 작품은 결이 다르다. 《랑야방》이 신의와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면 《경여년》은 인간과 권력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천성장가》는 사랑과 포기의 의미를 파고든다.


공통점은 하나다. 등장인물들이 ‘좋은 말’을 하기 위해 명언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절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결국 할 수밖에 없는 말이 대사가 된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좋은 명언은 처음 들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말이었다가 몇 년을 살아낸 뒤 다시 들었을 때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된다.


이미 본 작품이라도 괜찮다. 어쩌면 이런 드라마는 두 번째가 진짜 시작이다.


2026년 8월 현재 《랑야방: 권력의 기록》, 《경여년》, 《천성장가》 모두 티빙과 웨이브에서 작품 페이지와 다시보기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