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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웰빙/의학)

암 치료, ‘없애는 것’에서 ‘돌아오지 못하게’로…맞춤 백신 3상 첫 성공

환자 종양 돌연변이 분석해 ‘나만의 암 표적’ 제작…재발·원격전이 억제
폐·방광·신장암 등으로 임상 확대…“수술 뒤 재발 막는 시대” 가능성

 

 

용인신문 | 암 치료에서 환자를 가장 오래 두렵게 만드는 단어는 ‘재발’이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떼어내더라도 어딘가에 숨어 있던 미세 암세포가 수개월 또는 수년 뒤 다시 자라거나 폐·간·뇌 등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들이 정기검사를 반복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암 치료의 오래된 숙제에 변화가 시작됐다. 환자마다 다른 암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읽어 ‘그 사람의 암만 공격하도록’ 만든 개인맞춤형 mRNA 치료제가 대규모 임상 3상에서 처음으로 효과를 입증했다.

 

모더나와 미국 머크(MSD)는 19일(현지시간)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V940·mRNA-4157)’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임상 3상 ‘INTerpath-001’ 중간분석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재발 생존기간(RFS)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암이 먼 장기로 퍼지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을 보는 주요 2차 지표인 원격전이 없는 생존기간(DMFS)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개인맞춤형 신생항원 치료제와 mRNA 기반 암 치료제가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은 처음이다.

 

임상에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2B~4기 고위험 피부 흑색종 환자 1137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받거나 키트루다만 투여받았으며, 연구진은 수술 이후 암이 다시 나타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개인맞춤 치료제를 추가한 환자군에서 재발과 원격전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체생존기간(OS)에 대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항암제 하나가 추가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암 치료제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티스메란은 병원이나 약국에서 같은 제품을 모든 환자에게 투여하는 일반적인 약과 다르다. 먼저 수술 과정에서 얻은 환자의 암 조직을 분석한다. 정상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찾아낸 뒤 면역세포가 공격하기 좋은 표적을 골라낸다. 이렇게 선정된 신생항원 가운데 최대 34개 정보를 mRNA에 담아 환자 한 사람을 위한 치료제를 별도로 만든다.

 

몸속에 투여된 mRNA는 면역체계에 일종의 ‘수배 전단’을 뿌리는 역할을 한다. T세포가 암세포의 특징을 기억하도록 훈련해 수술 뒤 몸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면역 브레이크’를 풀어준다. 하나는 암세포의 얼굴을 가르쳐주고, 다른 하나는 실제 공격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흔히 ‘암 백신’이라고 불리지만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건강한 사람이 암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맞는 예방주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종양 정보를 이용해 재발과 전이를 막는 ‘치료용 백신’에 가깝다.

 

앞선 2b상 장기추적 결과도 기대를 키웠다.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5년 추적 결과에서는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군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49% 낮았고, 원격전이 또는 사망 위험은 59% 낮았다. 이번 3상은 훨씬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 ‘암 정복’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회사 측은 이번 3상의 구체적인 위험비와 실제 재발률, 생존기간 등의 세부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전체생존기간이 실제로 연장되는지도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확인된 효과는 수술이 가능한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3상 성공이 곧바로 의약품 허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들은 상세 데이터를 국제 의학 학술대회에서 공개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규제당국과 허가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다.

 

맞춤형 치료제가 가진 현실적인 숙제도 남아 있다. 환자의 암 조직을 유전자 분석하고 돌연변이를 골라낸 뒤 개별 mRNA 치료제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암제보다 제조과정이 복잡하다. 치료제 제작기간과 가격, 대량생산 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실제 의료현장 확산을 좌우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가 흑색종 하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세계 항암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모더나와 MSD는 현재 인티스메란을 비소세포폐암과 방광암, 신장암 등으로 확대해 모두 9개의 2·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흑색종에서 확인된 방식이 다른 고형암에서도 재현된다면 암 치료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과열에 가까웠다. 임상 결과가 공개된 19일 미국 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77% 뛰었고, MSD 주가도 12% 넘게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단순히 흑색종 신약 하나가 아니라 mRNA 기술이 코로나19 백신을 넘어 암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암 치료는 오랫동안 ‘얼마나 잘 없애느냐’를 놓고 싸워왔다. 수술로 자르고, 방사선으로 태우고, 항암제로 죽였다. 개인맞춤형 암 백신이 이번 3상의 벽을 넘어 실제 치료현장까지 들어온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암을 제거했는가”에서 “암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가”로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