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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0세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10년 새 2.7배, ‘장수 대한민국’의 숙제

100세 이상 8604명…2015년보다 172% 급증
남성은 10년 만에 3.3배…초고령층 지형도 달라졌다
10명 중 9명 만성질환…일상생활 제약 없는 사람은 5.6%
장수 비결 1위는 ‘절제된 식사’…술·담배 모두 안 한 사람 76%

 

용인신문 | ‘백세인생’이 더 이상 노래 속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100번째 생일을 넘긴 사람이 8600명을 넘어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3000명 남짓했던 100세 이상 인구가 2.7배로 불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통계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장수 기록만이 아니다. 100세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활습관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고, 동시에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인구주택총조사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에 따르면 2025년 11월 1일 기준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8604명이다. 2015년 3159명과 비교하면 5445명, 172.4%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도 2015년보다 10.9명 늘어난 17.3명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응한 최고령자는 116세였다.

 

100세 인구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여성이다. 여성은 7176명으로 전체의 83.4%, 남성은 1428명으로 16.6%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증가 속도는 남성이 훨씬 빨랐다. 여성은 162.8% 증가한 반면 남성은 233.6%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은 2.6배, 남성은 3.3배가 됐다.

 

과거에는 100세 장수를 ‘여성의 영역’처럼 보는 인식이 강했지만 남성 생존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초고령층의 성별 구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100세를 넘긴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을 장수의 비결로 생각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나온 답은 특별한 보약이나 운동법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59.7%가 ‘소식 등 절제된 식생활’을 꼽았다. 규칙적인 생활이 44.5%, 유전적 요인이 32.1%로 뒤를 이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한 비율도 두드러졌다.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응답은 79.6%,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았다는 응답은 86.9%에 달했다. 술과 담배를 모두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전체의 75.8%였다. 반대로 현재까지 술과 담배를 모두 하는 사람은 0.4%에 불과했다.

 

많이 먹지 않고, 일정한 생활을 유지하며,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건강 원칙이 100세 노인들의 삶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눈길을 끈다. 100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이 넘는 50.8%가 최근 한 달간 따로 사는 자녀나 이웃, 요양보호사 등을 10차례 이상 만났다고 답했다. 월평균 만남 횟수는 12.7회였다. 한 달 동안 다른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초고령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으로 단절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족과 이웃, 돌봄 인력과의 지속적인 접촉이 100세 이후 삶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100세 인구 증가’를 건강한 노년의 확대와 동일하게 볼 수만은 없다.

 

조사 대상자의 90.0%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고혈압이 56.7%로 가장 많았고 관절염 39.9%, 치매 29.1%, 당뇨병 15.7% 순이었다.

 

인지기능도 영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87.4%, 가족을 알아보는 사람은 87.8%로 높았지만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아는 비율은 61.9%였다. 돈 계산이 가능한 사람은 43.6%였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답한 100세 이상 고령자는 5.6%에 불과했다. 100세까지 살아가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의미다.

 

결국 8604명이라는 숫자는 한국 사회에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다.

 

의료와 영양,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은 더 이상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병과 돌봄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기간도 함께 길어지고 있다.

 

이제 초고령사회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100세까지 살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00세까지 어떻게 건강과 자립을 유지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100세 인구 8604명 시대. 한국은 이미 장수사회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숙제는 수명만 긴 나라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