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디자인 회사를 직접 차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생각을 설득력 있는 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지능(AI)이 직업을 바꾸는 시대에는 진로를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할까.” 교과서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래서 용인에서는 올가을 ‘책’이 아니라 책 속에 담길 만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직접 교실로 들어간다.
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경험을 가진 시민부터 글쓰기를 가르치는 멘토, 독서와 명상·일기쓰기를 이야기하는 시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진로를 설명하는 전문가까지 분야도 제각각이다.
용인시는 9월부터 지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반기 ‘찾아가는 휴먼북 멘토링’을 운영한다.
‘휴먼북’은 말 그대로 ‘사람책’이다.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빌리는 대신 특정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다. 용인시 도서관에 등록된 휴먼북들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단순한 직업소개와는 조금 다르다. ‘무슨 직업이 유망하다’고 가르치기보다는 실제로 그 일을 해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에 실패했고, 어떻게 방향을 바꿨는지를 들려준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 상반기 반응도 좋았다.
지난 4월 구성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지역 내 10개 학교에서 휴먼북들이 학생들을 만났다. 글쓰기와 과학, 여행, 진로, 독서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살아온 시민들이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교과서 밖 진로수업을 진행했다.
용인시는 학교와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조사해 강연 주제를 연결했다. 일방적으로 정해진 진로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분야의 ‘사람책’을 학교로 보내는 방식이다.
하반기에는 그 범위가 더욱 현실적인 진로 고민으로 확장된다.
첫 수업은 9월 11일 덕영고등학교에서 열린다. 안소현 휴먼북이 ‘디자인 회사 창업기’를 주제로 직접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과 진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10월 16일에는 신봉중학교에서 장석진 휴먼북이 ‘논설문·에세이 쓰는 화작시간’을 진행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글을 어떻게 쓰는지 학생들과 함께 풀어간다.
10월 28일 도현중학교에서는 조금 색다른 수업이 열린다. 김숙희 휴먼북이 ‘독서·명상·일기쓰기’를 주제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같은 날 처인고등학교에서는 미래 직업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화두가 교실로 들어온다.
이경호 휴먼북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챗지피티(ChatGPT)를 활용한 진로 재설정’을 주제로 강연한다. AI가 빠르게 직업과 산업 구조를 바꾸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준비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결국 네 번의 수업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진로를 정해야 하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 목록만은 아니다. 먼저 살아본 사람의 시행착오와 선택, 때로는 실패까지 들을 수 있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용인시가 휴먼북을 학교까지 직접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시민들이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휴먼북 멘토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의 휴먼북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꽂혀 있던 책 대신, 올가을 용인의 교실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