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동천 유통단지 28만 7783㎡ 면적
30년 묶인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열쇠’
대규모 택지 개발 한계 숨통 기회의 땅
뛰어난 입지에도 시대 뒤떨어진 규제
용도지역·도시계획 과감히 손질해야
용인신문 | 수도권 주택 시장을 잡기 위한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세제 완화나 강화 등 징세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시장의 불안 심리와 역작용을 자극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 23만 호+α 규모의 추가 공급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난관에 봉착했다. 주택을 건설할 땅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논란은 서울 용산공원 부지 활용과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여부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용산공원 개발은 국가적 상징성과 환경 문제로 사실상 제외되었고, 경기도 일대 그린벨트 해제 추진은 “서울의 주택 수요를 지방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난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날로 심각해지는 이유다. 이처럼 신규 택지 확보가 한계에 도달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과거 규제에 묶여 방치된 ‘도시계획시설 용지’를 해제해 주택용지로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동천동 ‘유통업무단지’ 도심 속 방치된 노른자위 땅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898번지 일원에 위치한 ‘동천 유통업무단지(약 28만 7783㎡)’다.
이곳은 1990년 당시 상공부(현 산업부) 고시 등에 의해 도시계획시설(유통업무설비)로 지정된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법적 규제에 묶여 있다.
지정 목적에 따라 오직 물류창고, 운송·집배송 시설 등 유통관련 설비만 건립이 가능하며, 주거시설이나 일반 상업용 건축물은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지정 당시와 달리 현재 동천동 일대는 신분당선 동천역이 개통하고 판교·분당·광교 등 주변 신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급격히 도심화되었다.
과거 외곽에 위치했던 물류 부지가 이제는 강남 및 판교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한복판 노른자위 땅’으로 변모한 것이다.
해당 부지는 현재 전체 18개 필지 중 물류창고 등 지정 목적에 맞게 활용 중인 곳은 11개 필지에 불과하며, 나머지 부지는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노후화된 물류창고와 대형 화물차 출입은 인근 주거지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교통 난개발 및 주거 환경 악화 민원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있다.
이미 도시화가 완료되어 당초 지정 목적이었던 대형 물류단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과거의 도시계획 굴레에 갇혀 토지 활용도가 극도로 저하된 상태다.
■ 토지주, 민간 개발 추진 … 이해관계에 ‘지지부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고 주택, 첨단산업, 상업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해 달라는 요구가 민간에서부터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토지주들은 수년 전부터 개발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체 필지 소유자의 다수 동의를 얻어 지구지정 제안을 준비하는 등 민간 차원의 개발 승인 요청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존 물류창고를 운영 중인 일부 대기업 토지주들과의 영업권 보상 문제, 대체 부지 마련 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또 도시계획시설 해제에 따른 용도변경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용인시와의 공공기여(기부채납) 비율 협의, 민간 개발과 공공 수용 방식 간의 입장 차이도 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직권 해제 및 개발을 강행하기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 규제 틀 깨야 수도권 공급 ‘물꼬'
전문가들은 동천 유통단지와 같이 입지적 가치가 높음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묶여 있는 부지야말로 수도권 공급난을 풀 핵심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및 기존 입주 기업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주 대책과 합리적 공공기여 방안을 도출하고, 해당 부지를 주택 용지 및 첨단 융복합 부지로 전환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권과 정책 당국에서도 전향적인 법제화 및 규제 완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언주 국회의원은 토론회를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내 지식산업센터에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를 허용하는 등 관련 법안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과거의 틀에 매여 있던 용도지역 및 도시계획 규제를 과감히 완화함으로써 도심 내 숨은 주택 공급 여력을 발굴하자는 취지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난은 더 이상 외곽 지역의 그린벨트를 헐거나 단순 세제 개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다다랐다.
30년 전 지정된 용인 동천 유통업무단지처럼 도시 환경 변화로 기능을 다한 옛 도시계획시설을 과감히 해제하고, 주거와 첨단 산업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행정적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동천동 유통업무단지 일대 항공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