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용인 수지구 일대는 지난 30여 년간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특히 수지 1·2지구 개발 초기엔 끝없는 임야와 논밭이 이어지던 전형적인 서울 근교의 농촌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신분당선 동천역 개통과 더불어 판교·분당·광교를 잇는 수도권 남부의 핵심 자족형 도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이 역동적인 도시화의 중심부인 28만 7700여㎡ 규모의 ‘동천 유통업무단지’만은 여전히 1990년 상공부 고시 시절에 멈춰 서 있다. 전체 18개 필지 중 상당수가 나대지로 방치되어 토지이용 효율이 극도로 저하되었고, 노후 물류창고를 드나드는 대형 화물차량은 인접 주거지역의 정주 환경과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과거 외곽 물류 거점으로 계획되었던 부지가 도시 성장의 축 한가운데 놓이면서, 기능적 수명을 다한 채 도시의 단절과 쇠퇴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난 속에서 신규 택지 확보를 둘러싼 정책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 외곽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훼손 논란까지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광역 교통망과 기반시설이 완비된 도심 내 대규모 유휴부지를 방치하는 것은 도시계획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자원 낭비다. 또한 행정의 비효율성을 방치하는 당국의 안일함은 더 큰 문제다.
기자는 지금이라도 시대적 요구에 맞지 않는 옛 도시계획시설 규제를 과감히 깨버리고, 고밀·복합 토지이용을 통해 주거와 첨단산업, 상업이 어우러진 주거복합도시로 재편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의 행정은 여전히 지루한 눈치작전과 책임 떠넘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용인시와 경기도, 중앙정부가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표면적 배경으로는 이른바 ‘특혜 시비’에 대한 과도한 방어기제 작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를 해제할 경우 이에 따른 개발 이익이 특정 기업이나 민간에 귀속될 것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복지부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불필요한 행정 불신, 때론 유착 의혹마저 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은 실용과 결단을 기조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도 명백히 배치된다. 공정성을 빌미로 그 뒤에 숨어 결정을 미루는 보신주의야말로 공공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진정한 공공성은 엄격하고 투명한 공공기여(기부채납) 시스템을 통해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이를 기반시설 확충과 서민 주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의 재원으로 환원할 때 확보되는 것이다.
30년의 세월은 도시의 위상과 시민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동천 유통업무단지도 낡은 도시계획에서 탈피해야 한다. 용인시와 경기도, 정부는 더 이상 감사와 비판의 부담을 눈치보지 말고, 즉각 다자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투명한 공론화와 합리적인 이익 환수 장치를 전제로 도심의 잠재력을 깨운다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행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단이 늦어질수록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커지고, 도시 발전의 기회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끊어내는 미래지향적인 결단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