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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수백 쪽 예산서 몇 초 만에 요약’ … 용인시의회, AI 의정 활동 시동

생성형 AI, 의정활동 속으로 … 예·결산 분석 및 정책자료 검토

용인신문 |

 

 

수백 쪽에 달하는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 결산자료를 펼쳐놓고 일일이 숫자를 대조하며 밤을 지새우던 지방의회의 풍경이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방대한 수치 자료를 넣고 질문을 던지면 증감 폭을 찾아내고, 항목별 변화를 분류하며, 추가로 검토해야 할 쟁점까지 단 몇 초 만에 제시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용인특례시의회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기술을 의정 활동에 적극 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례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용인특례시 지방의회 AI 연구모임’은 지난 27일 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의정활동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사례와 안전한 자료 활용’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연구모임 대표인 오수정 의원을 비롯해 이주연 간사, 황재욱·이교우·임현수·김종억·심정은 의원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은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김규상 특임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단순한 AI 사용법을 넘어 생성형 AI를 실제 의정 현장에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공 영역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윤리적 선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은 사실상 ‘자료와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안과 결산서, 행정사무감사 제출 자료, 각종 조례 및 상위 법령, 정책보고서 등 방대한 문서를 다뤄야 한다.

 

특강에서는 예산·결산 자료를 활용해 연도별 증감액을 비교하고, 특정 사업의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 등 실제 활용 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예컨대 전년 대비 예산이 급증한 사업을 자동으로 추려내거나, 복잡한 정책자료를 쟁점별로 분류해 회의에서 사용할 질문 초안을 작성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

 

AI 도입이 확산하면 의원과 보좌 인력이 단순 자료 검색 및 정리에 소모하던 시간을 대폭 줄이고, 정책의 타당성이나 예산의 우선순위, 시민 삶에 미치는 영향 등 본질적인 정책적 판단을 검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내놓은 답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통계나 법률 조문을 실제처럼 제시하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의 핵심 메시지도 AI의 결과를 완성된 답이 아닌 ‘검토를 위한 초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예산 수치, 법령 조문, 통계 자료 등 의정 판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는 반드시 정부나 지자체의 공식 원문 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크로스 체크'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의원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역량으로 ‘질문하는 능력’, 즉 ‘프롬프트 작성 역량’이 떠올랐다.

 

단순히 “이 자료를 분석해 달라”는 모호한 지시보다는 “최근 3년간 예산 증가율이 높은 사업 10개를 선정하고, 증가 원인과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쟁점을 정리해 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명령을 내릴 때 비로소 고품질의 의정 지원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 활동의 특성상 보안 유지도 넘어야 할 주요 과제다. 행정기관과 지방의회가 다루는 문서에는 개인정보나 민감 정보, 비공개 행정자료 및 내부 검토자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를 검증 없이 외부 상용 AI 서비스에 입력할 경우 심각한 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김규상 교수는 “외부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해당 자료의 공개 가능 여부를 반드시 사전 판단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거나 삭제하는 등 안전 조치를 거쳐야 하며, 서비스 업체의 데이터 처리 정책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I를 잘 다루는 기술적 역량만큼이나 ‘무엇을 입력해서는 안 되는지’를 선별하는 보안 의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수정 대표의원은 “AI 기술이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통합적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단계로 발전하는 만큼, 생성형 AI를 의정 활동에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역량은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지방의원에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특강이 책임 있고 안전한 AI 활용의 실천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