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하면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난임 치료를 받는 부부라면 한 번쯤 떠올려봤을 질문이다. 특히 정자 한 마리를 난자 안에 직접 넣는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이하 ICSI),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난소자극제, 수정된 배아를 며칠간 배양하는 과정이 아이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문제를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로 들여다본 연구가 나왔다.
중국 난징의과대학 연구진은 7851가족, 부모와 자녀를 합쳐 모두 2만4030명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8월 7일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쉽게 말해 부모와 아이의 DNA를 통째로 비교해 부모에게는 없는데 아이에게 새로 생긴 유전변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모두 39만924개의 새로운 단일염기변이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이와 시험관아기 등 보조생식술(ART)로 태어난 아이를 비교했다.
사람은 원래 ‘새 변이’를 갖고 태어난다
먼저 알아둘 것이 있다.
‘새로운 유전변이’ 또는 ‘돌연변이’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유전병이나 기형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의미는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에게는 없던 새로운 DNA 변화를 가지고 태어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고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번 연구에서도 아이 한 명당 평균 약 61.6개의 새로운 변이가 발견됐다.
그런데 시험관아기 시술(IVF) 등 보조생식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에서는 자연임신 아이보다 평균 2.48개의 새로운 변이가 더 관찰됐다. 하지만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에게는 변이가 없는데 IVF로 태어난 아기에게만 변이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평균 60개가 넘는 새로운 변이가 생기는데,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아이에서 평균적으로 2~3개 정도가 더 발견됐다는 의미다.
숫자만 보면 약 4% 정도의 차이다.
ICSI에서 아버지 쪽 차이가 보였다
연구진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나로 묶지 않고 어떤 과정에서 차이가 나타나는지도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이하 ICSI)이었다.
ICSI는 정자 한 마리를 골라 아주 가는 바늘로 난자 안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남성난임에서 많이 사용한다.
연구 결과 ICSI를 시행한 경우 아버지의 정자에서 유래한 새로운 유전변이가 평균 약 1개 더 많은 것과 연관돼 있었다.
반면 일반 시험관수정(IVF), 즉 정자와 난자를 함께 두고 자연스럽게 수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에서는 아버지 쪽 변이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ICSI가 변이를 만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ICSI를 받는 남성 가운데는 애초부터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낮고 형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정자 수·운동성·형태에 문제가 있는 남성이 ICSI군에 훨씬 많았다.
따라서 차이가 ICSI 시술 자체 때문인지, 원래 정자의 상태 때문인지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진이 남성난임 요인을 따로 고려해 분석한 뒤에도 ICSI와 유전변이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남아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원인과 결과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난소자극에서도 하나의 신호
어머니 쪽에서는 난소자극 방법과 관련된 결과가 나왔다.
시험관 시술에서는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자극한다. 이때 난자가 너무 일찍 배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약 가운데 하나가 GnRH 길항제(GnRH antagonist)다.
이번 연구에서는 GnRH 길항제를 사용한 경우 어머니의 난자에서 유래한 새로운 유전변이가 평균 약 1.69개 더 많은 것과 연관돼 있었다.
사용량이 많을수록 변이가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그렇다고 앞으로 GnRH 길항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GnRH 길항제 요법은 현재 전 세계 시험관 시술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준적인 난소자극 방법 가운데 하나다. 치료 기간이 비교적 짧고 난소과자극증후군(OHSS) 위험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더구나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1.69개의 변이 증가’는 아이의 유전질환이나 기형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DNA에서 발견되는 작은 차이의 숫자가 평균적으로 조금 많았다는 뜻이다.
배아를 오래 배양했을 때도 차이가
연구진은 수정이 끝난 뒤 배아가 자라면서 새롭게 생기는 변이도 따로 살펴봤다.
이를 초기 수정후 모자이크 변이(early post-zygotic mosaic mutation)라고 한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하다.
정자나 난자가 가지고 있던 변이가 아니라 수정란이 2세포, 4세포, 8세포로 나뉘는 과정에서 일부 세포에 새롭게 생긴 DNA 변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선배아보다 동결배아에서, 수정 후 2~3일 정도 배양한 분할기 배아보다 5~6일 키운 배반포에서 이런 변이가 조금 더 많이 관찰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동결 배반포를 이식해 태어난 아이에서는 자연임신 아이보다 초기 배아 단계의 모자이크 변이가 평균 약 1.23개 더 많았다.
연구진은 한 가지 가능성으로 배아를 체외에서 오래 배양하면서 받는 산화스트레스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배반포 배양이 돌연변이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배반포까지 키우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는 나이, 난자 수, 배아 상태, 난임 원인 등 여러 조건이 다르다. 동결배아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관찰연구에서는 이런 차이를 모두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위험한가
난임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인가.”
현재 연구 결과만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단일염기변이 가운데 대부분은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유전자 영역 밖에 있었다.
실제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코딩 영역의 변이는 전체의 약 0.34%에 불과했다.
명확하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병적 변이는 극히 드물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시험관아기에서 유전질환이 증가했다’는 연구가 아니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의 일부 과정과 아이의 DNA에서 발견되는 아주 작은 변화 사이에 통계적인 연관성이 보였다는 연구에 가깝다.
‘돌연변이 2.48개’보다 중요한 것
연구에서는 일부 유전변이와 조산이나 출생체중 사이의 연관성도 살펴봤다.
아버지 쪽에서 유래한 새로운 변이가 많을수록 임신기간이 조금 짧아지고 조산이나 저체중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ICSI가 임신기간에 미치는 차이 가운데 이러한 유전변이가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약 4% 정도에 그쳤다. 또 선천성 기형이나 생후 1년의 전반적인 신경발달과 뚜렷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초기 배아에서 발생한 일부 특정 형태의 변이와 1세 신경인지 발달 사이에서 통계적인 신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전체 모자이크 변이 숫자와 발달지연 사이에는 뚜렷한 관계가 없었다.
생후 1년이라는 시점도 아이의 장기적인 지능이나 학습능력, 발달을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따라서 이 결과를 발달장애 위험과 연결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IVF시술을 겁낼 연구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동안 IVF로 태어난 아기를 자연임신과 비교한 연구는 많았지만, 2만4000명이 넘는 부모와 아이의 전체 DNA를 읽어 정자, 난자, 수정, 배아배양 단계까지 나눠 살펴본 연구는 드물었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있다.
이 연구는 특정 약이나 시술을 무작위로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실제 시험관 시술을 받은 사람과 자연임신한 사람을 비교한 관찰연구다.
따라서 ICSI를 했기 때문에 변이가 늘었는지, 원래 정자의 상태 때문에 늘었는지 완전히 가려내기 어렵다.
GnRH 길항제를 사용한 여성 역시 나이, 난소기능, 사용한 약물과 용량 등이 서로 다르다.
연구 대상도 중국의 한 출생 코호트에 집중돼 있어 다른 인종과 국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대상으로 했다. 임신 초기에 유산됐거나 출산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얼마나 덜 건드릴 것인가’
이번 연구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난자를 얻고, 더 좋은 배아를 만들고, 임신율과 출산율을 높일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새로운 질문을 하나 던진다.
같은 임신 성공률을 얻을 수 있다면 정자와 난자, 그리고 수정 직후의 배아에 가장 적은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난자세포질내정자주입술(이하 ICSI)가 필요한 남성난임 환자에게 ICSI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GnRH 길항제를 중단하거나 배반포 배양을 피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ICSI는 줄일 수 있는지, 난소자극은 환자에게 맞게 더 정교하게 할 수 있는지, 배양실 환경에서 배아가 받는 스트레스를 더 줄일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번 ‘Nature Medicine(네이처 메디신)’ 연구가 보여준 것은 ‘시험관아기 시술(IVF)는 위험하다’는 결론이 아니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의 여러 단계가 아이의 유전체에 아주 미세한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처음으로 대규모 자료에서 포착됐고, 이제 생식의학이 임신 성공률뿐 아니라 그 과정의 생물학적 안전성까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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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중국 난징의과대학(Nanjing Medical University) 생식의학·자녀건강 국가중점연구실(State Key Laboratory of Reproductive Medicine and Offspring Health) 연구진이 2026년 8월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대규모 전장유전체 분석으로 살펴본 새로운 유전변이의 양상과 건강 영향(Large-scale whole-genome sequencing reveals the landscape and health implications of de novo mutations)’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논문 DOI는 10.1038/s41591-026-04585-2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