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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배아 접착제’ 쓰면 착상 잘될까…865명 무작위시험 결과는

엠브리오글루 생아출산율 51.5%·일반 배양액 47.7%…통계적 차이는 없어
임상임신율도 63.0% 대 57.2%…35세 이상·반복이식·PGT-A에서도 뚜렷한 효과 확인 못해
대조군에도 저농도 히알루론산 포함…“효과 없다”보다 “추가 이득 입증 못했다”가 정확

 

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어렵게 얻은 배아를 자궁 안에 넣는 마지막 순간, 난임부부라면 누구나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배아가 이번에는 꼭 붙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간절한 마음을 파고드는 이름이 바로 엠브리오글루(EmbryoGlue)다. 우리말로 옮기면 ‘배아 접착제’다. 이름만 들으면 배아가 자궁내막에 착 달라붙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물질처럼 느껴진다.

 

실제 난임병원에서도 배아이식 때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보조요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고, 특히 반복해서 착상에 실패했거나 어렵게 배아 한두 개를 얻은 환자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2026년 유럽생식의학회(ESHRE)에서 발표된 865명 규모의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는 이런 기대에 적지 않은 물음표를 던졌다. 엠브리오글루를 사용한 여성의 생아출산율은 51.5%, 일반적인 이식용 배양액을 사용한 여성은 47.7%로 숫자상 엠브리오글루군이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이름은 ‘접착제’지만

 

엠브리오글루가 실제 풀처럼 배아를 자궁에 붙이는 것은 아니다. 핵심 성분은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HA)이다. 화장품의 보습 성분으로 익숙하지만 히알루론산은 사람의 몸에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여성 생식기관의 세포외 환경에도 관여한다.

 

배아와 자궁내막이 착상을 위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히알루론산이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배아이식 직전 배아를 히알루론산 농도가 높은 배양액에 담가 두면 착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는 임상임신율이나 생아출산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보고됐고, 이를 토대로 엠브리오글루는 세계 여러 난임센터에서 이른바 애드온(add-on), 즉 기본적인 시험관 시술에 추가하는 보조치료로 사용돼 왔다.

 

다만 기존 연구들은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한 경우가 포함돼 있거나 초기배아와 배반포, 신선이식과 동결이식이 뒤섞여 있어 최근 시험관 시술에서 흔한 ‘단일 배반포 이식’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865명을 무작위로 나눴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중국 4개 시험관아기 시술센터에서 체외수정(IVF) 또는 난자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을 받은 뒤 배반포 한 개를 이식할 예정인 여성 865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무작위로 엠브리오글루군 435명과 일반 배양액군 430명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배아이식 전 배반포를 각각의 배양액에서 약 30분 동안 배양한 뒤 이식했고,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로 단순한 임신반응이나 임신낭 확인이 아닌 생아출산율을 선택했다.

 

시험관 시술에서는 임신이 확인돼도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결과는 결국 ‘임신이 됐느냐’보다 ‘아이가 태어났느냐’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보면 엠브리오글루군에서는 435명 가운데 224명이 아이를 출산해 생아출산율이 51.5%였고, 일반 배양액군에서는 430명 가운데 205명이 출산해 47.7%였다.

 

절대적인 차이는 3.8%포인트였다.

 

얼핏 보면 엠브리오글루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 분석에서는 상대위험도(RR)가 1.08, 95% 신뢰구간이 0.95~1.23, P값은 0.261로 유의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3.8%포인트의 차이가 실제 엠브리오글루 효과 때문인지, 연구 참여자를 다시 뽑았을 때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우연한 차이인지 구분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숫자는 높았지만...

 

임상임신율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엠브리오글루군의 임상임신율은 63.0%, 일반 배양액군은 57.2%로 엠브리오글루군이 5.8%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생화학적 임신율 역시 70.3% 대 65.1%로 엠브리오글루군이 높았지만 차이는 확실하지 않았다.

 

반대로 유산율은 엠브리오글루군이 11.5%, 일반 배양액군이 9.3%로 엠브리오글루군에서 오히려 조금 높게 나타났지만 이 역시 유의한 차이가 아니었다. 결국 임신반응부터 임상임신, 유산, 최종 생아출산까지 주요 결과를 모두 살펴봤을 때 엠브리오글루를 사용한 쪽이 확실히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말을 ‘효과가 전혀 없다’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엠브리오글루군의 생아출산율이 실제로 3.8%포인트 높았지만 그 차이를 확실한 치료 효과라고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해석은 “엠브리오글루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일반적인 단일 배반포 이식에서 엠브리오글루가 생아출산율을 높인다는 확실한 근거를 이번 무작위시험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다르지 않을까”

 

난임치료에서 전체 평균만큼 중요한 것이 특정 환자에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문제다.

 

첫 번째 이식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이식을 한 여성이라면 어떨지, 35세 이상이라면 효과가 더 나타나지 않을지, 착상 전 유전검사(PGT-A)를 한 배아를 이식한다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신선배아이식과 동결배아이식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35세 미만과 이상, 첫 이식과 반복이식, 착상 전 유전검사(PGT-A) 여부, 신선배아이식과 동결배아이식, 배반포의 질 등을 나눠 하위분석을 진행했지만 어느 그룹에서도 엠브리오글루가 생아출산율을 뚜렷하게 높였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 결과는 실제 진료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엠브리오글루는 흔히 반복해서 착상에 실패했거나 나이가 많은 여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반복이식’ 환자가 엄격한 의미에서의 반복착상실패 환자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복착상실패 환자만을 따로 모집한 연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조군에도 있었다

 

이번 연구를 해석할 때 놓치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엠브리오글루에는 히알루론산이 0.5mg/mL 들어 있지만 비교군이 사용한 일반 배양액에도 약 0.125mg/mL의 히알루론산이 포함돼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시험은 ‘히알루론산을 사용한 경우’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연구가 아니라 히알루론산이 많이 들어 있는 배양액과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는 배양액을 비교한 연구에 가깝다.

 

이 차이는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 히알루론산 자체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면 대조군도 이미 어느 정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근거로 “히알루론산은 배아이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반면 현재 난임센터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현대적인 이식용 배양액과 비교했을 때 히알루론산 농도를 엠브리오글루 수준까지 더 높여 사용하는 것이 생아출산율을 뚜렷하게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난임부부에게 1~2%의 가능성도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다. 어렵게 만든 배아가 한 개뿐이라면 “확실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에서는 배아 접착제를 비롯해 자궁내막 스크래치, 각종 면역치료와 검사처럼 기본 시술에 추가되는 수많은 애드온이 등장하고 있고, 그때마다 환자가 따져봐야 할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작동 원리가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엠브리오글루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만 들으면 배아가 자궁에 더 단단하게 붙을 것 같지만 착상은 그렇게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배아의 염색체와 발달 능력, 자궁내막 상태, 호르몬 환경, 배아와 자궁내막 사이의 신호 전달, 이식 시점 등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관여한다.

 

어느 한 가지 성분을 추가했다고 해서 전체 착상 과정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이미 엠브리오글루를 사용한 환자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연구는 엠브리오글루가 위험하다는 연구도 아니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도 아니다.

 

다만 추가 비용을 들여 선택할 때는 “하면 조금이라도 낫겠지”라는 기대만으로 결정하기보다 자신의 연령과 배아 상태, 과거 이식 횟수를 고려했을 때 생아출산율을 실제로 얼마나 높인다는 근거가 있는지 의료진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배아 접착제’라는 이름은 간단하고 매력적이다.

 

하지만 착상은 이름처럼 간단하지 않다. 결국 시험관 시술에서 가장 믿어야 할 것은 좋은 이름이 아니라 좋은 데이터다. 이번 865명 무작위 대조시험 역시 그 점을 다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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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H. Cai 등 연구진이 2026년 유럽생식의학회(ESHRE)에서 발표하고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제41권 Supplement 1에 게재한 ‘단일 배반포 이식을 받는 여성에서 히알루론산 강화 배아이식 배양액의 효과(The efficacy of hyaluronic acid enriched embryo transfer medium in women undergoing single blastocyst transfer: a multicentre randomised controlled trial)’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연구는 4개 시험관아기 시술센터에서 여성 8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이며, 초록 번호는 L26/O-310, DOI는 10.1093/humrep/deag083.308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