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해본 사람이라면 ‘2PN’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난자와 정자가 정상적으로 수정되면 수정란 안에 동그란 핵 두 개가 나타난다.
하나에는 엄마의 유전물질이, 다른 하나에는 아빠의 유전물질이 들어 있다. 아직 두 유전물질이 하나의 핵으로 합쳐지기 전 단계의 이 구조를 전핵(pronucleus)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정 후 약 16~18시간 뒤 현미경으로 전핵 두 개가 보이는 2PN(two pronuclei)은 오랫동안 ‘정상수정’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반대로 전핵이 하나만 보이는 1PN(one pronucleus)은 사정이 달랐다. 난자가 혼자 활성화됐거나 한쪽 부모의 유전물질만 가진 것은 아닌지 우려 때문에 배양을 중단하거나 이식 대상에서 제외하는 병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비정상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일찍 배아의 가능성을 포기해온 것은 아닐까.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8월호에 실린 대규모 연구가 바로 이 질문을 던졌다.
연구진은 호주 여러 난임센터에서 확인된 1PN 배아 1만3203개, 1만730주기를 추적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1PN 연구 가운데 임상 결과까지 분석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중 하나다.
전핵 하나, 정말 비정상일까
우선 1PN이 왜 생기는지를 알아야 한다. 전핵이 하나라고 해서 반드시 엄마나 아빠 한쪽의 유전물질만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엄마와 아빠의 전핵이 나타나는 시간이 조금 달라 검사 순간 하나만 관찰될 수도 있고, 두 전핵이 예상보다 빨리 가까워져 하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핵막이 일찍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즉 수정란의 실제 유전적 상태와 현미경으로 특정 시간에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1PN 가운데 배반포까지 성장한 배아를 대상으로 착상 전 유전검사와 부모 유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정말 엄마와 아빠의 유전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극적이었다.
‘96.9%’가 통념을 흔들었다
일반적인 체외수정(IVF), 즉 난자 주변에 정자를 함께 놓아 자연스럽게 수정되도록 한 뒤 만들어진 1PN 배반포 가운데 부모 유래를 확인할 수 있었던 454개를 검사한 결과 440개, 무려 96.9%에서 엄마와 아빠 양쪽의 유전물질이 모두 확인됐다.
한쪽 부모에게서만 유전물질이 온 단친 유래(uniparental inheritance)는 3.1%에 불과했다.
염색체 이상률도 흥미롭다. 일반 IVF에서 만들어진 1PN 배반포의 염색체 이상률은 37.3%, 정상적으로 2PN이 확인된 배아는 33.9%였다. 여성 나이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는 두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적어도 일반 IVF에서 발생해 배반포까지 제대로 성장한 1PN 가운데 상당수가 ‘잘못 수정된 배아’라기보다 정상적인 수정 과정을 거쳤지만 수정 확인 시점에 전핵 하나만 관찰된 배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서 숫자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1PN 배아의 96.9%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96.9%는 처음 발견된 1PN 1만3203개 전체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 일반 IVF에서 만들어진 1PN 가운데 배반포까지 살아남고 유전검사와 부모 유래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선택된 배아에서 나온 결과다. 연구진 역시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ICSI는 얘기가 달랐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미세수정(ICSI)이었다. 미세수정은 정자 한 마리를 골라 난자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ICSI에서 발생한 1PN 배반포 가운데 부모 유래 검사가 가능했던 164개를 분석했더니 양친 유래는 108개, 65.9%였다. 반대로 34.1%에서는 한쪽 부모의 유전물질만 확인됐다. 일반 IVF의 3.1%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염색체 이상도 ICSI 1PN에서는 45.5%로, 같은 ICSI에서 정상적인 2PN을 보였던 배아의 31.5%보다 높았다.
결국 ‘1PN’이라는 이름만 보고 모든 배아를 한 묶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일반 IVF에서 생긴 1PN과 ICSI 뒤 생긴 1PN은 유전적 배경이 상당히 다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도 일반 IVF에서 발생한 1PN은 위험도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는 반면, ICSI에서 발생한 1PN은 단친 유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유전학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살아남은 1PN은 달랐다
그렇다고 1PN이 처음부터 2PN과 똑같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배반포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큰 차이가 나타났다.
수정 5일째까지 배반포로 성장한 비율은 일반 IVF에서 1PN이 19.3%였던 반면 2PN은 63.3%였다. ICSI에서도 1PN은 9.7%, 2PN은 60.6%였다. 1PN 가운데 상당수는 초기 발달 과정에서 이미 멈춘다는 뜻이다.
이 부분이 이번 연구를 읽는 데 가장 중요하다.
“1PN도 2PN과 같다”가 연구의 결론이 아니다.
보다 정확한 해석은 “1PN 가운데 배반포까지 성장하고, 염색체와 부모 유래를 확인해 안전성이 검증된 배아라면 이식 단계에서는 2PN에서 나온 배반포와 상당히 비슷한 성적을 보였다”에 가깝다.
실제로 일반 IVF의 유전적으로 정상인 1PN 배반포를 이식했을 때 생아출산율은 이식당 40.9%, 2PN 배반포는 50.4%였다.
겉으로 보면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여성 나이와 배아 동결일, 환자별 차이 등을 보정하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사라졌다. 배반포의 질을 같은 등급끼리 비교했을 때도 임신과 생아출산 결과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ICSI에서도 유전적으로 정상이고 양친 유래가 확인된 1PN의 생아출산율은 40.7%였으며 2PN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ICSI 1PN 이식은 54건으로 표본이 작아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 염색체만 확인하면 될까
여기에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흔히 착상 전 염색체검사인 PGT-A에서 ‘정상배아’가 나오면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1PN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인 PGT-A는 주로 염색체가 몇 개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염색체 수가 정상이라고 해도 그 두 벌이 정말 엄마와 아빠에게서 한 벌씩 온 것인지, 아니면 엄마에게서 두 벌 또는 아빠에게서 두 벌 온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짧은반복서열 검사(STR genotyping)를 추가해 여러 염색체에서 엄마와 아빠의 유전물질이 모두 존재하는지를 확인했다.
특히 연구에 사용된 일부 표준 PGT-A 방식은 세 벌의 염색체를 가진 삼배수체(triploidy)를 안정적으로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계도 연구진이 지적했다.
따라서 “PGT-A 정상 1PN이니 바로 이식해도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1PN을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때는 어떤 수정 방식에서 나온 배아인지, 배반포까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사용한 유전검사가 부모 유래까지 구별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아빠 쪽 유전물질만 두 벌 존재하는 경우에는 포상기태, 즉 정상적인 태아 대신 태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임신과 관련될 수 있어 부모 유래 확인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 단친 유래 1PN 대부분은 엄마 쪽 유래였지만 아빠 쪽만 가진 사례도 소수 확인됐다.
아기가 태어난 뒤는 어땠을까
난임부부가 가장 궁금해할 질문은 결국 하나다.
“그래서 그 배아를 이식해 태어난 아이는 괜찮았느냐”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정상임을 확인한 1PN 배반포 이식 뒤 출생 결과도 비교했다. 출생 주수, 만삭 출산 여부, 단태아 비율, 아이의 출생체중, 임신 주수에 비해 너무 작거나 큰 아이의 비율 등에서 2PN 배아와 의미 있는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산모나 신생아 합병증 역시 일반 IVF 1PN군 9.9%, 2PN군 9.6%로 비슷했고, ICSI에서도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에서 분석한 1PN 배반포 이식 257건에서는 포상기태가 보고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1PN 배아의 장기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라 과거 진료자료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이고, 실제 이식된 배아는 이미 여러 단계의 선별과 유전검사를 통과한 배아들이다. ICSI 1PN 이식 사례도 아직 많지 않다.
따라서 현재 근거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잘 선별된 1PN 배반포에서 현재까지 특별한 신생아 위험 증가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도가 가장 정확하다.
‘한 개뿐인 배아’의 무게
이번 논문에서 난임 환자에게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숫자는 어쩌면 96.9%가 아닐 수도 있다.
연구진이 1PN이 발생한 주기를 다시 살펴보니 일반 IVF 주기의 15.6%, ICSI 주기의 16.7%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2PN 배아가 하나도 없었다.
거의 여섯 주기 중 한 주기다.
이 환자들에게 1PN은 여러 배아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그 주기에서 얻은 유일한 가능성일 수 있다.
난자를 15개, 20개씩 얻는 환자라면 1PN 하나를 제외하는 결정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난자채취를 해도 난자가 한두 개밖에 나오지 않는 저난소나 극저난소 환자, 고령 환자에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난자 한 개를 얻기 위해 다시 주사를 맞고, 다시 채취를 하고, 다시 수정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1PN이니까 폐기한다’는 결정과 ‘배반포까지 배양한 뒤 추가 확인을 해본다’는 결정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
이번 연구가 저난소 환자만을 따로 분석한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저난소 환자의 임신율이 특별히 올라간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다만 사용할 수 있는 2PN 배아가 없는 주기가 6번 중 약 1번 있었다는 결과는 배아 수가 적은 환자에게 1PN을 보존하고 평가할 가치가 왜 큰지를 잘 보여준다.
‘폐기’에서 ‘선별’로
흥미롭게도 같은 ‘휴먼 리프로덕션’ 2026년 8월호에는 유럽생식의학회(ESHRE)의 새로운 IVF 검사실 권고안도 함께 실렸다.
과거에는 1PN에서 나온 배아의 이식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2026년 개정 권고안은 달라졌다. 1PN 가운데 상당수가 양친 유래 정상배아일 수 있고 실제 정상 출산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며, 배반포까지의 배양과 적절한 유전학적 평가를 결합한 ‘신중한 임상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와 의료진이 위험과 불확실성을 충분히 논의하고 각 난임센터가 명확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결국 1PN을 바라보는 질문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예전의 질문은 “전핵이 하나인데 버려야 하나”였다.
앞으로는 “이 1PN은 왜 하나로 보였으며, 배반포까지 정상적으로 성장했는가, 염색체는 정상인가, 엄마와 아빠의 유전물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가”를 묻게 될 가능성이 크다.
1PN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배아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배아 하나하나의 실제 유전적 정체를 확인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난자가 귀한 환자에게 이 변화는 단순한 배양실 기준의 변화가 아닐 수 있다.
어제까지 ‘사용할 수 없는 배아’였던 하나가, 제대로 확인해보면 아이가 될 수 있는 마지막 배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1PN을 무조건 이식하자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전핵이 하나 보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가능성까지 너무 일찍 닫아버리지 말자는 데 더 가깝다.
------------------------------------------
※ 이 기사는 호주 제니아(Genea)와 애들레이드대학교(The University of Adelaide) 등 연구진이 2026년 6월 22일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하고, 같은 해 8월호에 게재된 연구 ‘1PN 배아이식에 관한 대규모 후향적 연구는 통일된 모범진료지침의 개정 필요성을 뒷받침한다(A large retrospective study on 1PN embryo transfer supports the need for updated harmonized best practice guidelines)’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논문은 ‘휴먼 리프로덕션’ 제41권 8호 1293~1309쪽에 실렸으며, DOI는 10.1093/humrep/deag098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