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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미펜 먹으면 정자 늘어난다?”…클로미펜, 29%는 오히려 감소

테스토스테론 낮은 희소정자증 남성 166명 분석…71% 정자농도 증가
남성호르몬은 91%에서 정상화됐지만 정자 반응과는 ‘별개’
평균 아닌 ‘개인별 반응’ 봐야…연구진 “치료 3개월 뒤 정액검사 재평가 필요”

 

용인신문 | 정자 수가 적고 남성호르몬까지 낮다면 클로미펜을 먹어보자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여성의 배란유도제로 더 익숙한 약이지만, 남성에서는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끌어올리면서 정자 생성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클로미펜을 먹으면 실제 정자 수도 늘어날까.

 

클로미펜은 여성에게 복용했을 때 FSH(난포자극호르몬) 분비를 늘려 난포 성장을 돕고, 남성에게 사용했을 때에도 FSH 분비를 자극해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해 처방하는 약이다.

 

2026년 발표된 비교적 큰 규모의 연구에서는 남성 10명 가운데 7명에서 정자농도가 증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괜찮은 결과다. 그런데 나머지 약 3명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정자농도가 오히려 감소했다.

 

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클로미펜을 복용한 남성 대부분에서 테스토스테론은 올라갔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잘 오른 사람이라고 해서 정자 수도 함께 잘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성호르몬이 올라가면 정자도 늘어난다’는 단순한 공식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호르몬은 확실히 올랐다

 

이탈리아 비타-살루테 산라파엘레대학교와 산라파엘레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이 3.5ng/mL 미만이면서 정자농도가 1mL당 1500만 개 미만인 남성 166명을 분석했다.

 

이들은 하루 클로미펜 구연산염(Clomiphene citrate) 50mg을 최소 3개월 이상 복용했다. 실제 치료기간 중앙값은 4개월이었다.

 

먼저 테스토스테론을 보면 효과는 꽤 뚜렷했다.

 

치료 전 총 테스토스테론 중앙값은 2.9ng/mL였지만 치료 후 4.6ng/mL로 상승했다. 전체 166명 가운데 151명, 즉 91%가 연구진이 정한 정상화 기준인 3.5ng/mL 이상에 도달했다.

 

남성호르몬을 올리는 치료로만 보면 10명 중 9명에서 생화학적 반응이 나타난 셈이다.

 

클로미펜이 남성에게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직접 투여하면 뇌가 ‘몸 안에 남성호르몬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에 제동을 건다. 그 결과 황체형성호르몬(LH)과 난포자극호르몬(FSH)이 감소하고 고환 내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정자 생성이 억제될 수 있다. 심하면 무정자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클로미펜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다. 시상하부에서 에스트로겐의 음성 되먹임을 막아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을 증가시키고, 이어 LH와 FSH 분비를 자극한다. 외부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넣는 대신 자신의 고환이 테스토스테론을 더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임신을 원하는 남성에게 일반적인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 대신 클로미펜이 거론되는 이유다.

 

 

그런데 정자는 달랐다

 

문제는 난임부부에게 더 중요한 다음 결과다.

 

치료 전 정자농도 중앙값은 1mL당 400만 개였다. 클로미펜 치료 후에는 560만 개로 증가했다. 통계적으로는 유의한 증가였다.

 

개인별로 보면 166명 가운데 118명, 71.1%에서 정자농도가 조금이라도 증가했다.

 

하지만 48명, 28.9%에서는 정자농도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했다. 감소군의 정자농도 변화 중앙값은 1mL당 330만 개 감소였다. 단순한 미세 변동으로만 보기 어려운 환자도 있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결과가 나온다.

 

테스토스테론이 정상화된 사람 가운데 정자농도도 증가한 비율은 71%였다. 그런데 테스토스테론이 정상화되지 않은 사람에서도 정자농도가 증가한 비율이 73%였다.

 

통계적으로 두 반응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혈액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훌쩍 올랐다고 해서 “이제 정자도 좋아졌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성호르몬 반응과 정자 생성 반응은 서로 다른 결과였다.

 

 

‘400만→560만’의 함정

 

이번 연구를 볼 때 평균이나 중앙값만 봐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자농도가 400만/mL에서 560만/mL로 증가했다면 증가율만 놓고 보면 약 40%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좋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남성난임 치료에서는 ‘얼마나 증가했느냐’뿐 아니라 ‘그래서 임상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

 

연구진이 사용한 정상 정자농도 기준인 1600만/mL 이상에 도달한 남성은 전체의 13.3%, 22명에 불과했다.

 

정자농도가 50% 이상 증가한 사람은 45.8%였지만, 전체운동정자수(TMSC)가 500만 개 이상에 도달한 사람도 22.9%였다. 전체운동정자수 중앙값 역시 치료 전 130만 개에서 치료 후 170만 개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진도 이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통계적으로 정자농도가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그 증가폭의 중앙값은 160만/mL였다. 중증 희소정자증 남성에게 정자가 100만~200만 개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자연임신 가능성을 크게 높이거나 보조생식술의 단계를 바꿀 정도의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반응군’은 정자농도가 단 한 번이라도 증가하면 포함됐다. 따라서 ‘71%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숫자를 그대로 ‘71%에서 임신 가능성이 의미 있게 좋아졌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연구진 역시 이런 반응 기준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과 동일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정자 운동성과 정상 형태율 역시 치료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잘 듣는 남성이 따로 있나

 

그렇다면 어떤 남성에게 클로미펜이 잘 들을까.

 

연구진은 연령, 체질량지수(BMI), 고환 크기, FSH, LH,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E2), 생활습관 등을 함께 분석했다.

 

테스토스테론 반응에서는 치료 전 에스트라디올이 높은 남성일수록 정상화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진은 에스트라디올이 높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로마타제 활성 등을 반영할 수 있고, 이 경우 시상하부의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차단하는 클로미펜의 작용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환자 선택 기준으로 사용할 단계는 아니다.

 

정자농도 반응에서는 조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치료 전 정자농도가 낮았던 남성일수록 치료 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대로 치료 시작 당시 정자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남성에서 역설적 감소가 더 많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현재 검사만으로 “이 사람은 클로미펜을 먹으면 정자가 줄어들 사람”을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자 감소군과 증가군 사이에서 FSH, LH,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고환 크기 등 전통적인 지표들은 뚜렷한 예측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연구가 남긴 숙제다.

 

 

3개월 뒤가 중요하다

 

클로미펜 치료 후 정자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은 이번에 처음 보고된 것도 아니다.

 

과거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클로미펜을 사용한 남성 가운데 일부에서 정자 수, 정자농도, 운동성, 전체운동정자수가 역설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됐다. 반면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전체적으로 정자농도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즉 클로미펜은 ‘효과가 있는 약이냐, 없는 약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간 반응 차이가 상당히 큰 약으로 보는 편이 현재 근거에 더 가깝다.

 

이번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근거로 클로미펜을 시작한 뒤 약 3개월 시점에서 정액검사를 다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성의 정자 생성에는 약 2개월 반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을 시작하고 며칠이나 몇 주 만에 정액검사 결과만 보고 효과를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반대로 수개월씩 약을 복용하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만 확인하고 정액검사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187명 가운데 8명이 치료 중 이상반응으로 약을 중단했다. 6명은 두통, 2명은 위장관 증상이 이유였다.

 

 

‘정자 늘리는 약’보다 정확한 자리

 

현재 미국비뇨의학회(AUA)와 미국생식의학회(ASRM) 남성난임 가이드라인은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난임 남성에서 클로미펜과 같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 아로마타제 억제제, 사람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hCG)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향후 임신을 원하는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 단독요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 또 원인불명 남성난임에서 SERM을 사용할 경우 보조생식술과 비교해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클로미펜을 단순한 ‘정자 늘리는 약’으로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테스토스테론이 낮으면서 임신을 원하는 남성에게 자신의 남성호르몬 생산을 자극하면서 생식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가운데 하나에 더 가깝다. 그 과정에서 일부 남성은 정자농도까지 좋아질 수 있지만, 그 효과의 크기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숫자는 그래서 71%보다 29%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약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약을 먹은 뒤 ‘내 정자가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클로미펜 치료에서 혈액검사로 확인한 테스토스테론 상승이 정액검사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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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이탈리아 비타-살루테 산라파엘레대학교(Vita-Salute San Raffaele University) 등의 연구진이 2026년 6월 5일 국제학술지 ‘월드 저널 오브 맨스 헬스(World Journal of Men’s Health)’에 온라인 발표한 ‘클로미펜 구연산염으로 치료받은 저테스토스테론성 희소정자증 남성의 치료 결과와 예측인자(Outcomes and Predictors in Hypogonadal Oligospermic Men Treated with Clomiphene Citrate)’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논문 DOI는 10.5534/wjmh.250371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