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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혼자 살지 않는다…‘정액 속 미생물’이 남성난임의 새 변수로

한 연구서 락토바실러스 많을수록 정자 농도 높아…세균 균형과 운동성은 r=0.95
미생물·대사체 함께 분석하자 희소·운동성저하증 남성서 다른 패턴 확인
110명 무작위시험선 프로바이오틱스 3개월 후 정자 지표 개선…임신·출산 효과는 아직 미확인

 

용인신문 | 정자 수가 적거나 잘 움직이지 않는데 아무리 검사를 해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남성들이 있다. 호르몬도 정상이고 정계정맥류나 염색체 이상, 감염 같은 특별한 원인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른바 ‘특발성 남성난임’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자들이 정자만 들여다보던 현미경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자가 헤엄치고 있는 바로 그 액체, ‘정액’이다.

 

정액 속에는 정자와 단백질, 당, 지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은 양이지만 여러 미생물의 신호도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미생물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따라 정자 수와 운동성이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2026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직접 투여해 정액검사 수치가 달라지는지 확인한 무작위 대조시험까지 나왔다.

 

남성난임 연구에서 ‘정액 마이크로바이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정자는 혼자 떠다니지 않는다

 

국제학술지 ‘앤드롤로지(Andrology)’ 2026년 3월호에 실린 연구는 남성 100명의 정액 속 미생물과 정자 상태를 비교했다.

 

정확히 말하면 정액 전체의 미생물 지도를 그린 대규모 유전체 분석이라기보다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혐기성·통성혐기성 세균의 농도를 중심으로 정자 농도와 운동성, 정액 속 백혈구 등을 함께 살펴본 전향적 단면연구다.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다.

 

정액 속 락토바실러스 농도가 높을수록 정자 농도도 높았다. 상관계수는 r=0.42, P<0.001이었다. 반대로 혐기성·통성혐기성 세균이 많을수록 정자의 전진운동성은 떨어졌다. 이 관계의 상관계수는 r=-0.77이었다.

 

여기서 더 눈길을 끈 숫자는 따로 있었다.

 

 

숫자보다 강했던 ‘균형’

 

연구진은 락토바실러스의 양만 보지 않고 ‘락토바실러스가 전체 세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계산했다.

 

이 비율과 정자의 전진운동성 사이의 상관계수는 무려 r=0.95였다.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매우 강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락토바실러스 비율이 높을수록 정액 속 백혈구는 적었고 그 상관계수는 r=-0.96이었다. 미성숙 생식세포인 정자세포(spermatid)의 비율과도 r=-0.89라는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런 연관성은 여러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쉽게 말하면 단순히 ‘유익균 하나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액 안에서 어떤 세균들이 우세한지, 즉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 자체가 정자가 헤엄치기 좋은 환경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세균이 직접 정자의 꼬리를 잘 움직이게 만드는 것일까.

 

아직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염증이 심한 정액 환경에서는 정자 운동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특정 세균이 늘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일으켜 정자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둘 다 제3의 요인에 의해 함께 변했을 가능성도 있다.

 

상관관계가 아무리 강해도 원인과 결과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균이 바뀌자, 대사도 달랐다

 

2026년 1월 ‘프론티어스 인 셀룰러 앤드 인펙션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에 발표된 연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갔다.

 

연구진은 특발성 희소정자증·운동성저하증 등을 가진 남성 40명과 정상 생식력을 가진 남성 30명의 정액을 비교했다. 이번에는 16S rRNA 유전자 분석으로 미생물 구성을 조사하는 동시에 비표적 대사체 분석까지 시행했다.

 

즉 ‘어떤 균이 사는가’와 함께 ‘그 정액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과 대사 과정이 달라져 있는가’를 동시에 본 것이다.

 

두 그룹은 미생물 구성뿐 아니라 정액의 대사 패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특히 정자 수가 적은 그룹에서는 프레보텔라(Prevotella)를 비롯한 일부 기회감염성 세균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관찰됐고, 정상군과 비교했을 때 수백 개의 대사물질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미생물과 대사체를 연결해 분석하자 특정 세균과 지질·유기산 등의 변화가 서로 연관돼 움직이는 네트워크도 나타났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정액 속 세균이 단순히 ‘검사에서 발견되는 동승자’가 아니라 정액의 염증, 산화스트레스, 에너지 대사와 연결된 생물학적 환경의 일부일 가능성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정자는 사정되는 순간 갑자기 만들어지는 세포가 아니다. 고환에서 만들어져 부고환을 지나 성숙하고, 사정할 때 전립선과 정낭에서 나온 액체와 섞인다.

 

결국 정자의 상태만 보는 것보다 정자가 지나온 생식기관과 마지막으로 몸을 담그고 있는 정액의 환경까지 함께 봐야 남성난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한 발 더 나갔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온다.

 

“좋은 균이 중요하다면 유산균을 먹으면 정자가 좋아지는 것 아닐까?”

 

바로 이 질문을 실제 임상시험으로 확인한 연구가 2026년 발표됐다.

 

이란의 두 대학병원 연구진은 원인을 찾기 어려운 특발성 희소·운동성·기형정자증(iOAT) 남성 110명을 프로바이오틱스군, 항산화제군, 위약군으로 나눠 3개월 동안 치료했다. 환자뿐 아니라 치료자와 평가자까지 배정을 알지 못하도록 한 삼중맹검 무작위 대조시험이었다.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람노서스, 아시도필루스, 불가리쿠스와 비피도박테리움 롱검·브레베, 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등이 포함됐고 프리바이오틱스인 프락토올리고당도 함께 들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단일 유산균보다는 여러 균주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넣은 ‘신바이오틱스(synbiotic)’에 가깝다.

 

3개월 뒤 차이가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보정한 평균 정자 농도는 프로바이오틱스군에서 약 513만/mL에서 1042만/mL로 증가했다. 운동성은 23.5%에서 46.7%, 정상 형태는 1.6%에서 4.31%로 높아졌다.

 

반면 위약군의 정자 농도는 약 479만/mL에서 491만/mL로 큰 변화가 없었고 운동성도 21.7%에서 22.8% 수준에 머물렀다.

 

프로바이오틱스군은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정자 농도와 운동성, 정상 형태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운동성과 정상 형태에서는 항산화제군보다도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적어도 “프로바이오틱스와 남성난임의 관계를 더 연구해 볼 이유”는 충분히 생긴 셈이다.

 

 

‘유산균=치료제’는 아니다

 

여기서 기사가 갑자기 “그러니 남편에게 유산균부터 먹이자”로 끝나면 곤란하다.

 

우선 110명은 남성난임 치료법을 확정하기에는 작은 규모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연구의 주 평가변수가 정액검사 수치였다는 점이다.

 

정자 수가 늘고 운동성이 좋아졌다는 것과 실제 부부의 임신율이 올라갔다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임신을 넘어 생아출산율까지 증가했는지도 이 연구에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좋아진 정액검사 수치가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을 실제로 높이는지는 앞으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2026년 유럽비뇨기과학회(EAU) 남성난임 가이드라인도 프로바이오틱스 치료를 별도 항목에서 다루고 있다.

 

기존 무작위시험에서 정자 농도와 운동성, 정상 형태, 정자 DNA 무결성 등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하면서도, 임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규모가 큰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락토바실러스라고 다 같은 균도 아니다

 

더 흥미로운 문제도 있다.

 

‘락토바실러스=좋은 균’이라는 공식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다른 정액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는 락토바실러스 이너스(Lactobacillus iners)가 오히려 정자 운동성이 비정상인 남성에게 더 많이 발견됐다.

 

같은 락토바실러스 속(genus)에 속하더라도 종(species)과 균주(strain)에 따라 작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은 “정액에 유산균이 많은가”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종의 세균이 있는지, 세균들끼리 어떤 비율을 이루는지, 그 미생물들이 어떤 대사물질을 만들어내는지, 그 결과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그랬듯 정액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결국 ‘좋은 균 하나, 나쁜 균 하나’를 찾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음 검사는 ‘정자 수’ 너머일까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액은 미생물 양 자체가 적은 ‘저생물량(low-biomass)’ 검체다. 채취 과정에서 피부나 요도 주변의 미생물이 섞이거나 검사실 시약에서 나온 미량의 세균 DNA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살아서 정액 안에 정착한 균이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도 없다. 최근 관련 리뷰들이 정액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엄격한 오염 관리와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정액 마이크로바이옴 검사가 일반적인 남성난임 검사에 당장 추가돼야 한다거나,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희소정자증의 표준 치료제가 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연구의 방향은 흥미롭다.

 

지금까지 남성난임 검사는 주로 “정자가 몇 마리인가”, “얼마나 움직이는가”, “정상 모양이 몇 %인가”를 측정했다. 앞으로는 그 정자가 어떤 미생물과 대사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까지 평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자 수가 적은 이유를 정자 하나에서만 찾던 시대에서, 정자를 둘러싼 ‘생태계’를 함께 보는 시대로 연구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던 일부 특발성 남성난임의 답이 그 작은 생태계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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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2026년 ‘앤드롤로지(Andrology)’에 발표된 정액 미생물 연구와 정액 마이크로바이옴·대사체 분석 연구, 특발성 희소·운동성·기형정자증 남성 110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바이오틱스 무작위 대조시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관련 논문 DOI는 10.1111/andr.70140, 10.3389/fcimb.2025.1741184, 10.30476/ijms.2025.105150.3888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