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한국 청년들이 결혼을 외면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결혼하고 싶다는 청년은 여전히 10명 중 8명에 달했다. 문제는 결혼 의향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만남’부터 막혀 있다는 점이다.
20~39세 미혼 청년 가운데 현재 교제하는 이성이 없다는 응답이 67.8%에 달했다.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같은 한국 청년의 81.4%는 언젠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을 원하지만 연애는 하지 못하는 청년층의 현실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의 민간 인구문제 싱크탱크 ‘미래를 선택하는 회의’가 30일 발표한 ‘한일 청년 의식 조사 2026’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과 일본의 20~39세 각각 2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 조사는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일본 조사는 7월 6일부터 8일까지 실시됐다.
한국 청년은 ‘비혼’보다 ‘결혼 대기’
한국 청년의 결혼 의향은 예상보다 높았다.
미혼 청년의 37.1%는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면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35.7%는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 8.6%는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합치면 결혼 의향이 있는 청년은 81.4%다.
반대로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18.6%였다.
한국 사회의 비혼·만혼 현상을 청년 개인의 가치관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상당수 청년이 결혼 자체를 거부해서 미혼으로 남아 있다기보다 결혼할 상대를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며 가정을 꾸리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장벽을 마주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결혼 의향은 80%를 넘는데 현재 교제 상대가 없는 미혼자가 67.8%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혼과 출산 감소의 원인을 결혼식 비용이나 육아 지원 같은 ‘결혼 이후’ 정책에서만 찾기보다 청년의 고용, 소득, 주거와 사회적 관계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일본은 달랐다…10명 중 4명 “평생 결혼 안 한다”
일본에서는 한 단계 더 강한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 미혼 청년 가운데 현재 교제 중인 이성이 없다는 응답은 78.5%였다. 한국보다 10.7%포인트 높다.
더 큰 차이는 결혼 의향에서 나타났다.
일본 청년 가운데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6%에 그쳤다. 한국의 81.4%보다 23.8%포인트 낮았다.
특히 일본 청년의 42.4%는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의 18.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국에서는 아직 ‘결혼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청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결혼 자체를 인생의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흐름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연애하지 않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인식은 갈리고 있는 셈이다.
아이는 ‘둘’이 좋지만…현실은 경제력부터
출산에 대한 생각에서도 한국 청년의 의향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 청년의 76.8%는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상적인 자녀 수로는 ‘2명’이라는 응답이 52.6%로 가장 많았다.
일본에서 자녀를 원한다는 응답은 50.5%였다. 일본 역시 이상적인 자녀 수로 ‘2명’을 선택한 비율이 28.9%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 모두에 상당히 긍정적인 의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혼인과 출산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과 현실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보여주는 답은 경제 문제였다.
“직장이 안정돼야 결혼”…집·소득 문제에 막혔다
결혼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을 묻자 한국 청년의 51.8%가 ‘본인과 배우자의 고용 및 수입 안정’을 선택했다.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47.1%가 주거비 부담 완화 등 신혼주택 확보를 꼽았다.
결혼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안정된 직장과 소득, 주거가 나란히 자리한 것이다.
일본 청년 역시 ‘본인·배우자의 고용과 수입 안정’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비율은 41.1%로 한국보다 낮았다. 일본에서는 ‘특별한 조건이 없다’는 응답도 33.6%로 두 번째로 높았다.
출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조건’으로 한국 청년의 56%가 경제적 부담 완화를 선택했다. 일본도 46.7%로 같은 항목이 1위였다.
결국 두 나라 청년 모두 결혼과 출산의 가장 큰 현실적 조건으로 ‘경제’를 지목한 셈이다.
저출생의 출발점, 출산보다 앞에 있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청년들이 결혼을 싫어하고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혼인과 출산이 줄어들고 있다고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청년 10명 중 8명은 여전히 결혼을 원하고, 4명 중 3명 이상은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10명 중 7명 가까이는 현재 연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가는 길의 앞단부터 끊기고 있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주거를 마련하고,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만들고, 결혼을 결정한 뒤에야 출산을 고민할 수 있다. 청년들의 응답을 따라가 보면 저출생은 어느 날 출산 단계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가 아니다.
취업과 소득, 주거 불안이 연애와 결혼을 늦추고 그 결과가 다시 출산 감소로 이어지는 긴 연결고리의 끝에 있다.
한국 청년들은 아직 결혼과 가족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세대라기보다, 결혼을 원하면서도 그 선택을 현실로 만들기 어려운 세대의 모습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