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급전이 필요해 50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하루 뒤 갚아야 할 돈은 105만 원이 됐다.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가족과 지인에게 나체사진을 보내겠다는 협박이 뒤따랐다.
연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이자에 개인정보와 사생활까지 담보로 잡는 불법 사금융이 사회초년생과 금융 취약계층을 파고들고 있다.
단순한 고금리 사채를 넘어 채무자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협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도 올해 최고 연 3만%가 넘는 불법 사금융이 적발된 만큼 청년 인구가 29만 명에 육박하는 용인 역시 온라인 불법대부 광고와 피해 실태를 선제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나체사진까지 요구한 ‘급전의 덫’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대구에 거점을 두고 불법 사금융 조직을 운영한 총책 A씨 등 조직원과 자금세탁업자, 대포통장 제공자 등 모두 29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12명이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사회초년생과 금융 취약계층 등 55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모두 14억 원가량을 빌려준 뒤 이자로만 약 12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돈을 빌리는 조건은 악랄했다.
대출 과정에서 채무자의 나체사진 등을 받아 보관하고,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면 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사금융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연락하는 기존 불법추심을 넘어 사생활과 성적 이미지를 협박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 연 평균 4300% … 살인적 금리
대출금은 대부분 수십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환기간이 하루에서 보름 안팎으로 매우 짧았고 이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연 환산 이자율은 평균 약 4300%, 최고 4만%를 웃돌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50만 원 대출이다. 50만 원을 빌린 채무자에게 불과 하루 뒤 이자 55만 원을 더해 105만 원을 요구했다. 하루 이자가 원금보다 많은 셈이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경기도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역시 법정 최고금리를 넘겨 이자를 받는 행위와 미등록 대부업, 온라인 불법 대부 등을 신고 대상으로 두고 있다.
개인정보 4만건이 ‘먹잇감 명단’으로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불법 사채업자들이 돈이 필요한 사람을 우연히 찾아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은 위장 대부업체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확보한 개인정보 약 4만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용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결국 개인정보가 불법 사금융의 ‘영업 명단’이 된 것이다.
경찰은 대포폰과 대포계좌,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추적해 대구지역 사무실 3곳을 찾아냈고 가명으로 활동하던 총책 등을 검거했다.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과 범죄수익 분배 내역도 확보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범죄수익금 4200만 원은 현장에서 압수했으며 차량과 예금 등 2억 4000만 원 상당의 재산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 경기도도 최고 3만 1937% 적발
이 같은 초고금리 사채가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도 올해 3월 영세 소기업과 자영업자, 저신용 서민 등을 상대로 불법 대출을 한 사금융업자들을 적발했다.
당시 적발된 사례 가운데 최고 이자율은 연 3만 1937%에 달했다. 경기도는 불법사금융 전담 수사조직을 투입해 12건을 수사하고 21명을 입건했다.
고금리 사채가 오프라인 명함이나 전단지를 뿌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SNS와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 광고,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형태로 옮겨가면서 지역의 경계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 청년 29만 용인도 ‘남의 일’ 아니다
용인도 이번 사건을 단순히 대구에서 발생한 범죄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용인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지역 내 18~39세 청년 인구는 28만 9835명이다.
특히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사회에 처음 진입하거나 독립생활을 시작하는 연령층이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조직이 노리는 대상 역시 상당수가 사회초년생과 저신용 청년, 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이다.
더욱이 최근의 불법 대출은 거리에서 대부업자를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휴대전화 한 대만 있으면 SNS 광고나 문자, 메신저를 통해 지역에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다.
돈을 빌려주는 순간 주민등록증과 연락처, 가족·지인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다시 추심과 협박에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용인에서도 등록되지 않은 온라인 대부업 광고가 어느 정도 유통되고 있는지, 청년과 저신용계층을 상대로 한 유사 피해가 없는지 경찰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현재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미등록 대부업과 연 20%를 넘는 불법 고금리, 온라인 불법 대부 등에 대한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 031-120을 통해 24시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