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의 늦여름, 이웃을 챙기는 손길은 부엌에서 시작됐다. 돼지고기를 볶고, 열무김치를 담그고, 나박김치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삼계탕 100인분을 준비했고, 사찰에서는 쌀 100포를 내놨다. 거리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직 한여름 더위가 남아 있는 8월 말, 주민들은 벌써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밭으로 나가 배추 1700포기와 무를 심었다.
용인특례시 곳곳에서 주민단체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종교단체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나눔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먹을거리 하나를 챙기고,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고, 숨어 있는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생활밀착형 복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반찬 한 통에 담긴 안부…“끼니도 챙기고 건강도 살피고”
지난 27일 처인구 포곡읍에서는 새마을지도자 부녀회 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회원들은 제육볶음과 열무김치를 직접 만들어 지역 취약계층 가정을 찾았다.
반찬만 전달한 것은 아니다. 문을 열고 얼굴을 마주하며 건강은 괜찮은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도 함께 살폈다.
포곡읍 새마을지도자 부녀회는 이 같은 반찬 나눔을 한 번의 행사로 끝내지 않고 매월 이어가고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같은 날 기흥구 동백2동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동백2동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와 협의회 회원들은 동백평생학습관과 함께 ‘여름철 반찬 나눔 행사’를 열고 직접 재료를 손질해 나박김치와 멸치·견과류 볶음을 만들었다.
정성껏 마련한 반찬은 독거 어르신과 저소득층 등 30가구의 밥상에 올랐다. 회원들은 각 가정을 찾아 음식을 전달하며 무더위 속 건강 상태도 함께 확인했다.
영덕2동에는 사찰에서 온 쌀이 쌓였다.
하갈동 대한불교조계종 대덕사는 백중을 맞아 신도들의 정성을 모아 마련한 쌀 100포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탁했다.
대덕사는 백중 기도를 마무리하는 회향의 의미를 지역사회 나눔으로 이어갔다. 종교적 행사를 사찰 안에서 끝내지 않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 것이다.
“혹시 주변에 힘든 이웃 없나요”…골목으로 나간 복지
누군가는 먹을거리를 나눴고, 누군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웃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28일 기흥구 보라동에서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행정복지센터 주변을 돌며 복지사각지대 발굴 캠페인을 벌였다.
실직이나 질병, 갑작스러운 생계곤란에 처하고도 제도를 모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복지망 밖에 머무는 가구를 찾기 위해서다.
협의체는 주민들에게 경기도 긴급복지 콜센터와 용인시무한돌봄센터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면 행정복지센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는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옆집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결국 같은 골목에 사는 주민이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이날 새 학기를 앞둔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교통카드도 전달했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지원이다.
삼계탕 100그릇이 찾아간 집…한 끼가 ‘돌봄’이 되다
29일 영덕1동에서는 뜨끈한 삼계탕이 어르신들의 집으로 배달됐다. 수원영은교회 마을공동체 봉사동아리 ‘영덕동마을쟁이’ 회원들은 취약계층 어르신 100가구에 삼계탕을 전달했다. 여름철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남은 더위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회원들은 한 집 한 집을 찾아 삼계탕을 건네며 어르신들의 건강과 생활 상태도 살폈다. 음식 한 그릇이 자연스럽게 안부를 확인하는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이처럼 지역에서 이어지는 먹거리 나눔은 단순한 식품 지원을 넘어선다.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면서 생활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경우 복지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돌봄망의 역할도 하고 있다.
여름 끝자락에 벌써 겨울 준비…배추 1700포기 심었다
같은 날 포곡읍에서는 조금 색다른 나눔이 시작됐다. 새마을지도자 부녀회를 비롯한 지역 6개 단체 회원들이 밭으로 나가 배추 1700포기와 무를 심었다.
지금 심은 배추와 무는 가을 동안 자라 겨울 김장김치가 된다. 수확한 채소로 직접 김치를 담가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여름 반찬 나눔이 끝나기도 전에 겨울 밥상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번 활동들을 하나씩 놓고 보면 반찬 몇 통, 쌀 몇 포대, 삼계탕 한 그릇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활동들이 연결되면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고 돌보는 촘촘한 안전망이 된다.
복지제도가 아무리 잘 마련돼 있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제도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외로움과 생활의 빈틈도 있다.
용인 곳곳에서 이어진 이번 나눔 활동이 보여준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밥 한 끼를 챙겨주고,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고,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없는지 살피는 일. 그리고 몇 달 뒤 누군가의 겨울 밥상에 오를 김치를 생각하며 지금부터 배추를 심는 일이다.
용인의 지역복지는 그렇게 거창한 구호보다 이웃의 밥상과 골목, 그리고 주민들의 손끝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