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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 달도 못 버틴 ‘종부세 개편’ … 정부, 부동산 방향 전환

비거주 1주택 공제 9억 → 12억 원상복구

 

 

용인신문 | 정부가 1주택자의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달리하겠다던 방침을 사실상 접었다.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29일 만이다.

 

부동산 세제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며 내세웠던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이 여당의 반발과 부동산 민심 악화를 넘지 못하면서 정부 세제 정책의 일관성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조정 대상이 전체 주택 소유자의 극히 일부인 종부세 납부자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조차 유지하지 못하면서 향후 부동산·자산 과세 개편 과정에서도 비슷한 후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29일 만에 뒤집힌 종부세

정부가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 원이 그대로 유지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실거주자는 14억 원으로 확대하는 대신, 실제 거주하지 않는 보유자는 9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같은 1주택이라도 주거 목적으로 실제 거주하는 집과 보유·투자 목적의 주택을 세제상 구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발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핵심 방침이 수정됐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공제 축소를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한 뒤 불과 9일 만이다.

 

결국 실거주자는 공제를 확대하면서도 비거주자의 기존 혜택 역시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정부가 제시했던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 과세’는 상당 부분 무력화된 셈이다.

 

△ 국무회의 직전 급선회

정책 변경 시점도 주목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국무회의 직전까지도 당초 세제개편안을 우선 의결한 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막판에 정부안 자체를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최근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민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당의 세 부담 완화 요구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에 대한 공제도 완화됐다. 당초 개편안은 부부가 공동명의로 주택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경우 각각 4억 원씩 모두 8억 원을 공제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정으로 각각 6억 원씩, 총 12억 원을 공제받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

 

△ 보유세 상한 강화, 없던 일로

종부세뿐만 아니다. 정부는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고 있는 ‘세 부담 상한’ 역시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전년도 납부액의 최대 150%로 제한된 세 부담 상한을 200%까지 높이는 방안이 추진됐다. 공시가격 상승이나 세율 조정이 실제 보유세 부담으로 보다 빠르게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철회됐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추진했던 주택 보유 단계의 과세 강화 장치가 잇따라 빠지면서 당초 개편안의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저항하면 정책 바뀐다” 우려

문제는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에만 있지 않다. 정책을 발표한 뒤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지자 한 달도 되지 않아 정부가 방향을 바꿨다는 선례가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종부세는 모든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 개인 주택 소유자는 약 1597만 6000명인 반면 종부세 납부 대상은 전체의 약 3% 수준이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납부자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약 1% 정도다.

 

정부가 과세 형평성을 이유로 정책을 추진했다면 대상과 효과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정책 수정 과정에서 이 같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정부가 공정 과세라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강한 반발이 발생하면 정부가 물러설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남긴 점이 향후 개혁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총선 앞둔 국회, 추가 완화 가능성

세 부담 완화 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에서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는 방안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필요한 내용을 추가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수정안을 내놓은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제액이나 과세 기준을 추가로 완화하자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번 세제개편의 최종 모습은 정부가 처음 발표했던 안보다 상당폭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