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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업급여 30년 만에 대수술…월 22만원 줄이고 수급기간 늘린다

주7일 지급→주6일로…총액 유지하되 매달 받는 돈은 감소
최저임금보다 많던 ‘역전’ 손질…재취업수당 기준도 강화
육아휴직 재정 별도 계정으로…노사 보험료율 0.1%p씩 인상

 

 

용인신문 | 실직자가 매달 받는 실업급여가 내년부터 20만원 이상 줄어드는 대신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개월 이상 길어질 전망이다. 3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실업급여 지급 방식을 정부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면서다.

 

특히 일을 할 때 받는 최저임금보다 실업 상태에서 받는 구직급여가 더 많아지는 이른바 ‘소득 역전’ 문제를 없애고, 반복 수급과 조기재취업수당을 둘러싼 편법까지 동시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다.

 

여기에 육아휴직급여 등으로 연간 4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모성보호사업을 실업급여 재정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은 각각 0.1%포인트 오른다.

 

고용보험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실업급여 조정을 넘어 보험료와 육아휴직 재원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재정 구조 개편으로 확산되는 셈이다.

 

매달 덜 받고 더 오래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현재 주 7일에서 주 6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는 실직자의 구직급여를 계산할 때 일주일 7일 모두를 지급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실제 근로자의 임금체계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무급휴일 하루를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전체 지급일수와 총지급액을 줄이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같은 금액을 더 긴 기간에 나눠 받게 된다. 노동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수급자가 새 제도를 적용받을 경우 매달 받는 실업급여는 약 22만~23만원 줄어든다. 반면 수급기간은 개인별로 약 0.7개월에서 최대 1.5개월 늘어난다.

 

예컨대 지금보다 한 달에 받는 돈은 적어지지만 실업급여 자체가 조기에 끊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는 관련 고용보험법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새 지급 방식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다’ 논란 손질

정부가 월 지급액을 낮추려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간 역전 논란이 있다.

 

올해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환산 기준 약 198만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세후 월급 약 193만원보다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일할 때보다 쉬면서 받는 돈이 더 많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더욱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하한액을 적용받는 사람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전체 수급자의 63.4%인 109만1000명이 하한액 대상이다. 일반적인 임금의 60%를 적용받는 수급자는 7만6000명으로 4.4%에 불과하고, 상한액 적용자는 55만5000명으로 32.2%다.

 

정부는 지급 방식을 주 6일로 바꾸면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최저임금 월보수의 약 80%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그동안의 역전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일훈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월 지급액을 줄이는 것 자체가 구직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수급요건 개편과 고용서비스 개선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하한액 뒤집히는 구조도 막는다

실업급여의 상한액과 하한액을 결정하는 방식도 바뀐다. 지금처럼 최저임금 변동 등에 따라 하한액이 올라가면서 상한액과의 격차가 지나치게 좁아지거나 역전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상한액을 하한액의 103% 수준으로 연동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조기재취업수당 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조기재취업수당은 실업급여를 받던 사람이 지급기간을 상당 부분 남겨놓고 취업했을 때 남은 급여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다. 빠른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재취업자까지 수당을 받으면서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지급 제외 기준을 현재 월 임금 574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실업급여를 받다가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에 재취업한 근로자에게까지 별도의 장려금을 지급하는 데 따른 ‘사중손실’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체계와 각종 수당을 함께 정비하면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 실업급여 재정서 떼어낸다

이번 개편의 또 다른 축은 급격히 불어난 육아휴직·출산휴가 재정이다. 현재 육아휴직급여와 출산전후휴가급여 등 모성보호사업 비용은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 정책이 확대되면서 재정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모성보호 급여 지출은 2022년 약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지출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실업급여와 육아·출산 지원금을 하나의 계정에서 지출하는 현재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8년까지 가칭 ‘일·가정양립계정’을 신설해 육아휴직급여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출산전후휴가급여,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등을 별도 재정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도 오른다…노사 각각 0.9%→1%

새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일반회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일반회계 전입금을 올해보다 50% 늘린 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현재 각각 0.9%인 노사의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1.0%로 올린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0.1%포인트씩 추가 부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기획예산처와 노동계·경영계가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연내 체결한 뒤 향후 국가와 노사 간 구체적인 재원 분담 비율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출산율 반등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정책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며 별도 계정을 통해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고 노·사·정이 함께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주느냐 덜 주느냐’에서 ‘어떻게 다시 일하게 할 것인가’로

이번 개편의 핵심은 실업급여 총액을 단순히 깎는 데 있지 않다. 실직 직후 매달 받는 급여를 줄이는 대신 지급기간을 늘리고, 높은 임금으로 재취업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제한하면서 실업급여를 ‘생활보장’ 중심에서 ‘재취업 지원’ 중심으로 돌리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동시에 출산·육아 지원 재정을 실업급여에서 분리하면서 고용보험 역시 실업자 보호와 일·가정 양립이라는 서로 다른 정책 목적에 맞춰 재편된다.

 

다만 실업급여 수급자의 60% 이상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월 지급액을 20만원 이상 낮추는 방안은 실직자의 생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예상된다.

 

특히 고용보험료 인상까지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근로자와 기업의 추가 부담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30년 만에 시작되는 실업급여 개편이 반복수급과 재정누수를 줄이고 재취업을 앞당길 수 있을지, 아니면 실직자의 생계보장 수준만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지가 향후 법 개정 과정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