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실손의료보험 시장에 ‘반값 보험료’를 내세운 5세대 상품이 등장했지만 오래된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더디다. 매년 오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우면서도 한 번 갈아타면 과거의 넓은 보장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가입자들이 따지는 것은 단순한 보험료 차이가 아니다. 당장 매달 내는 돈을 줄일 것인지, 앞으로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보장을 유지할 것인지가 실손보험 세대교체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2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도 최근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한때 월 3만원 정도였던 실손보험료가 6만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다른 보장성 보험까지 합하면 매달 보험료로만 1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
5세대로 바꾸면 실손보험료를 월 1만원 안팎까지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는 줄어들지만 비급여 치료를 받을 때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싸진 보험료보다 큰 ‘보장 차이’
보험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기존 가입자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지만 1·2세대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상품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이유는 오래된 실손보험의 상품 구조에 있다. 초기 실손은 현재 판매되는 상품과 비교해 보장 범위가 넓고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1세대와 일부 초기 2세대 상품은 비중증 비급여 치료에서도 가입자의 본인부담률이 10~20%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반면 5세대에서는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이 50%까지 높아진다.
보험료만 보면 5세대가 매력적이지만 의료 이용이 많아지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비급여 보장 한도 역시 크게 달라졌다. 5세대는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관리하면서 비중증 비급여 연간 보장 한도를 기존 최대 5000만원 수준에서 1000만원으로 낮췄다.
가입자가 보험료 절감액만 보고 섣불리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래된 실손, ‘비싸도 유지’ 심리
실손보험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보험료는 낮아지는 대신 자기부담은 커지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가 조정돼 왔다.
5세대 실손도 같은 흐름이다. 보험료는 4세대보다 약 30% 저렴하고 1·2세대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럼에도 초기 가입자들이 기존 상품을 붙잡는 것은 다시 가입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희소성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실손상품은 신규 가입이 이미 중단돼 있기 때문에 5세대로 전환한 뒤 마음이 바뀌더라도 예전 조건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 고령화로 의료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보험료 부담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가입자도 적지 않다.
보험료만 놓고 보면 ‘비싼 보험’이지만 실제 치료비까지 포함하면 반드시 불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실손보험도 ‘얼마나 병원 가느냐’가 기준
반대로 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라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실손보험을 갖고 있지만 실제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이 드문 경우 매년 오르는 보험료를 계속 부담하면서 넓은 보장을 유지할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손보험 전환 여부는 어느 세대 상품이 무조건 좋고 나쁜 문제라기보다 가입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비급여 치료 이용 빈도, 현재 보험료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 변화도 변수다. 4세대 가입자의 재가입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데다 오는 11월부터는 일부 기존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안도 예정돼 있어 전환 수요가 늘어날지 주목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기 실손보험은 보장이 넓은 만큼 보험료 상승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병원을 자주 이용하거나 비급여 치료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의료 이용이 거의 없는 사람의 선택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가장 오래된 상품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매달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넓은 보장을 살 것인지, 보장을 줄이는 대신 고정비를 낮출 것인지가 핵심이다.
5세대 실손의 성패 역시 결국 이 계산 앞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