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토요일 밤 10시. 잠자리에 들려던 아이의 몸이 뜨겁다.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넣었더니 39도가 찍힌다. 해열제를 먹여야 하는지, 병원을 가야 하는지부터 막막하다. 평소 다니던 동네 소아과는 이미 문을 닫았다. 휴대전화로 ‘용인 야간 소아과’를 검색한다. 여러 병원 이름이 나오지만 지금 진료하는 곳인지 알기 어렵다. 응급실로 가자니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단순 고열로 응급실을 가도 되는지 망설여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토요일 밤 10시, 용인에서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
용인시가 2026년 현재 공식 안내하고 있는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은 모두 5곳이다. 기흥구의 강남병원과 용인아이들병원, 처인구의 웰봄소아청소년과의원, 수지구의 하늘빛어린이병원과 수지도담소아청소년과의원이다. 올해 수지도담소아청소년과의원이 추가 지정되면서 기존 4곳에서 5곳으로 늘었다.
문제는 ‘몇 곳이 있느냐’보다 ‘몇 시까지 문을 여느냐’다.
평일에는 사정이 그나마 낫다. 강남병원과 용인아이들병원은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소아 야간진료를 한다. 용인아이들병원은 병원 자체 안내에서도 평일 진료시간을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평일 밤 10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면 기흥구에서는 갈 수 있는 소아진료기관이 있다.
그러나 주말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남병원은 주말과 공휴일 오후 6시, 용인아이들병원 역시 오후 6시에 소아진료가 끝난다. 처인구 웰봄소아청소년과의원은 토요일 오후 2시까지다. 수지구 하늘빛어린이병원과 수지도담소아청소년과의원은 토요일 또는 주말·공휴일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결국 용인시가 공식적으로 안내하는 5개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기준으로 보면 토요일 밤 10시에는 갈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다.
같은 용인에서도 지역별 차이는 더 뚜렷하다. 평일 밤 10시 이후까지 소아 외래진료가 가능한 곳은 사실상 기흥구에 집중돼 있다. 처인구 웰봄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평일 오후 9시, 수지구의 하늘빛어린이병원과 수지도담소아청소년과의원도 대부분 오후 9시에 진료가 끝난다. 110만 명이 넘는 도시의 면적과 생활권을 생각하면 야간 소아진료기관 숫자뿐 아니라 ‘시간대별 접근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토요일 밤 10시 이후라면 선택지는 크게 달라진다. 아이 상태가 위급하다면 119나 응급실을 이용해야 한다. 용인시가 안내하는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은 처인구 다보스병원과 용인서울병원, 기흥구 강남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응급실이 24시간 운영된다’는 것과 ‘소아전문의가 24시간 소아응급진료를 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지만 병원이 별도로 안내하는 소아응급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야간 소아응급실은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를 데리고 심야 응급실로 향할 경우 소아환자 진료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인구 다보스병원은 응급의학과 진료 분야에 소아응급과 소아외상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의 의료진과 진료 가능 범위는 시간대와 당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출발 전 전화 확인이 안전하다.
‘병원까지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지켜봐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경우에는 지난해 도입된 ‘아이안심톡’도 활용할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아이안심톡은 12세 이하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해 365일 24시간 상담을 제공한다. 아이의 나이와 증상을 입력하면 응급실 방문 필요 여부와 대처 방법을 안내받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 상담으로 연결된다. 발열·구토·복통처럼 응급실을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증상일 때 특히 활용할 수 있다.
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심야약국이 있다. 용인시가 안내하는 공공심야약국은 5곳이다. 처인구 남사약국과 신건강100세약국, 기흥구 셀메드주오약국, 수지구 상현역 중앙약국과 앞서가는21세기약국이다. 남사약국·신건강100세약국·셀메드주오약국·상현역 중앙약국은 시 안내 기준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앞서가는21세기약국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결국 용인의 소아 야간의료 체계는 과거보다 분명 넓어졌다. 올해 수지도담소아청소년과의원이 추가되면서 야간·휴일 소아진료기관도 5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늦은 밤’에 시간을 맞춰 놓고 보면 빈틈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토요일 밤 9시 이후에는 시가 지정해 안내하는 소아 외래진료기관이 모두 문을 닫는다.
교사로 일하는 A씨(40세)는 “병원이 몇 개냐가 아니라 아이가 아픈 바로 그 시간에 문을 연 병원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토요일 밤 10시,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안고 검색창을 두드리는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긴 병원 명단이 아니라 ‘지금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전화하면 누가 알려주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라고 강조했다.
용인시 역시 소아 야간·휴일 진료기관을 5곳으로 확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평일과 주말, 오후 9시와 밤 11시, 자정 이후까지 시간대별 의료 공백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열은 병원 진료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 야간·휴일 진료시간은 의료기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방문 전 해당 의료기관에 전화로 진료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