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자궁선근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궁 안쪽을 덮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근육층 안으로 파고들어 생기는 질환이라는 해부학적 설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근증을 단순한 ‘조직의 위치 이상’이 아니라 자궁 안에서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지속되는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해 유럽생식의학회(ESHRE 2026)에서 발표된 단일세포 분석 연구는 선근증 병변뿐 아니라 정상 위치의 자궁내막과 생리혈까지 분석해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연결된 질환 환경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ESHRE 2026에서 기초과학 분야 최우수 구두발표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선근증 여성 80명과 선근증이 없는 여성 65명 등에서 확보한 총 145개 임상 검체를 이용했다.
일부 검체에는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scRNA-seq)을 실시하고, 자궁근육층·자궁내막·생리혈에서는 사이토카인(cytokine) 분석을 병행했다.
세포 수천~수만 개를 한꺼번에 평균 내 분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단일세포 분석은 각각의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있는지를 구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근증에서 발견된 ‘CHI3L1+ 섬유아세포’
가장 눈에 띈 것은 선근증 병변에서 나타난 CHI3L1 양성(CHI3L1+) 섬유아세포였다.
섬유아세포(fibroblast)는 조직을 지탱하는 세포외기질을 만들고 상처 회복에 관여하는 세포다. 하지만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콜라겐과 각종 기질 성분이 축적되면서 조직이 단단해지는 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에서는 선근증 병변에서 CHI3L1을 많이 발현하는 특징적인 섬유아세포 집단이 확인됐다. 동시에 기능이 떨어진 소진 CD8+ T세포(exhausted CD8+ T cell)가 증가했고 여러 염증성·섬유화 관련 사이토카인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인터루킨(IL)-2·IL-4·IL-5·IL-16을 비롯해 인터페론 감마(IFN-γ), 변형성장인자 베타1(TGF-β1), 염기성 섬유아세포성장인자(bFGF)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를 염증과 섬유화, 신경 생성, 과도한 혈관 형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병변 환경으로 해석했다.
CHI3L1 섬유아세포의 의미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에서 분비되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가 특정 섬유아세포를 CHI3L1을 많이 만드는 섬유아세포로 변화시키면서 선근증의 섬유화를 촉진하는 과정이 제시됐다. 즉 선근증의 통증과 섬유화가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신경과 섬유아세포가 서로 영향을 주는 하나의 병태생리 과정일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병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정상 위치 자궁내막도 변해
이번 연구에서 더 중요한 대목은 변화가 자궁근육층 속 선근증 병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근증 여성의 정상 위치 자궁내막(eutopic endometrium)에서도 대식세포(macrophage)와 기질세포(stromal cell)가 정상과 다른 상태를 보였다. 세포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열충격단백질(HSP)이 증가했고 MRC1, CD163, SERPINE1, CCN2, THBS1, COL4A1 등 섬유화와 연관된 유전자 신호도 높아져 있었다.
이는 선근증을 단순히 “자궁근육층 속에 잘못 자리 잡은 자궁내막”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병변 주변뿐 아니라 배아가 실제 착상해야 하는 자궁내막 자체도 염증과 섬유화의 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임 치료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배아를 이식하더라도 배아를 받아들이는 자궁내막 환경이 달라져 있다면 착상 과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도 자궁내막에서 관찰된 염기성 섬유아세포성장인자(bFGF)의 발현 변화가 선근증 여성에서 나타나는 반복착상실패(recurrent implantation failure)의 기전을 설명할 단서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 반복착상실패의 직접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생리혈이 ‘자궁의 액체 조직검사’ 될까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생리혈이다.
현재 자궁선근증은 주로 질식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진단한다. 하지만 병변의 위치와 형태, 검사자의 경험 등에 따라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연구진은 선근증 여성의 생리혈에서도 정상 대조군과 다른 염증·면역 신호를 확인했다. 자궁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포와 면역환경의 변화가 생리혈에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생리혈 분석이 앞으로 선근증을 찾는 비침습적 진단 도구(non-invasive diagnostic tool)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당장 ‘생리혈 한 방울로 선근증을 진단하는 검사’가 나온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생리혈 단일세포 분석과 사이토카인 분석에 사용된 환자 수는 제한적이고, 실제 진단검사가 되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바이오마커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 것인지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방향은 흥미롭다. 생리혈은 자궁내막에서 직접 떨어져 나온 세포와 분비물, 면역물질을 포함한다. 이를 정밀 분석할 수 있다면 향후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자궁 안에서 일어나는 질병 변화를 읽어내는 일종의 ‘액체 조직검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하나다. 자궁선근증은 단순히 자궁내막 조직이 근육층으로 들어간 질환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염증이 지속되고, 면역세포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자궁 조직이 점차 섬유화되는 질환. 그리고 그 변화가 선근증 병변을 넘어 정상 위치 자궁내막과 생리혈에서도 관찰되는 질환.
이 관점이 확립된다면 앞으로 선근증 치료 역시 병변을 줄이거나 여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조절하는 치료, 나아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자궁내막 환경을 회복시키는 치료로 연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
※ 이 기사는 2026년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 2026년 7월호 보충판(Volume 41, Supplement 1)에 수록된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주요 연구는 ‘자궁선근증의 병변·자궁내막·생리혈에서 나타나는 전신적 염증·섬유화 환경: 단일세포 RNA 시퀀싱과 사이토카인 통합 분석’(발표번호 L26/O-078, 논문번호 deag083.078, DOI: 10.1093/humrep/deag083.078)입니다. 이 연구는 자궁선근증 조직에서 CHI3L1+ 섬유아세포와 비정상 면역세포, 염증·섬유화 관련 신호를 확인했으며, 생리혈에서도 관련 변화가 관찰돼 향후 비침습적 진단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ESHRE 2026 기초과학 분야 최우수 구두발표상(Basic Science Award for oral presentation)을 받았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