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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업습지’ 치열한 공방… ‘반딧불이’는 웃는다

용인신문 | 기록적인 폭염경보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8월 한여름, 이른 새벽 경안천변을 거닐 때마다 나무와 화초를 심고 물길을 고르던 처인구 호동(운학동 일원) 길업습지의 분주한 풍경을 마주하곤 했다. 10억여 원의 혈세가 투입된 ‘반딧불이 서식처 조성 사업’이 완공을 눈앞에 둔 지금, 용인신문 1면의 <로컬포커스> 기사는 단순히 반딧불이 서식처 완공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적합성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쟁 이야기다.

 

하수처리 재이용수의 한계, 겨울철 단수 우려, 불법 차박으로 인한 빛공해까지. 취재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지적들은 날카로웠지만, 언론인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뭉클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언제 작은 곤충 한 마리의 안위를 두고 이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소리를 높여본 적이 있었던가. 온통 아파트 분양과 도로 개설, 반도체 배후단지 개발과 땅값 상승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용인시. 그런 도시에서 오직 ‘1급수 청정 지표종인 반딧불이 유충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놓고 공론의 장이 열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 흙을 일궈온 주민 양승엽 씨가 “소독약 처리된 물에 여린 유충이 어찌 살겠느냐”며 제보 전화로 성토하던 기억은 매우 인상적이다. 취재 현장의 비판은 매서웠지만, 한편으론 반가운 마음이 앞섰음을 고백한다.

 

여기에 100명이 훌쩍 넘는 ‘용인반딧불이시민모임’ 회원들이 묵묵히 숲과 하천을 살피며 생태 지킴이를 자임하고 있으니, 지역 언론인이면서 용인시민인 기자 입장에서도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물론 용인시 환경 당국의 실천과 노력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거센 난개발의 세태 속에서도 도심 인근에 10억 원의 예산을 과감히 투입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처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행정의 정책적 의지와 용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환경 행정이 의욕적으로 첫발을 떼며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성장통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일은 이 소중한 관심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시의 데이터와 농민의 오랜 경험, 여기에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혜안이 맞물린다면 풀지 못할 숙제는 아니다. 하수처리수의 한계를 보완할 비상 지하수를 뚫고, 야간 조명을 차단하는 완충림을 가꾸며, 5년이고 10년이고 함께 관찰해 나가는 ‘민관 생태 거버넌스’가 바로 그 해답이다.

 

도심 속 회색 콘크리트 틈바구니에서 자라나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한여름 밤 길업습지 풀섶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연초록빛 불빛을 숨죽여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우는 날. 그 벅찬 감동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가 나누는 치열한 공방이야말로 값진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