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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추천 영화&드라마

뻔한 재벌과 캔디 이야기인데… 왜 자꾸 보게 될까?

뻔한 주말극 공식 깼다… 상처 입은 둘이 서로를 살리는 법
익숙한데 새롭다… ‘사랑이 온다’에 푹 빠지는 이유

 

용인신문 |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이 고리타분한 공식은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였으나, 오늘날에는 가장 피해야 할 게으른 클리셰로 꼽힌다. 방송 중인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 역시 출발선은 이 낡은 문법 위에 서 있었다. 부유한 배경의 김무진(하석진 분)과 녹록지 않은 현실을 짊어진 한규림(안희연 분). 첫인상만 보면 주말극의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답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분명 어디서 본 설정인데 이상하게 새롭다", "자극적인 맛 대신 스며드는 온기가 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고루한 소재로 출발한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구원자' 대신 '함께 아픈 동반자'… 시혜적 로맨스의 탈피


가장 결정적인 차별점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성이다. 과거의 주말극 속 재벌 남주는 여주의 가난과 고난을 전지전능한 재력과 권력으로 해결해 주는 '백마 탄 왕자'였다. 여주는 그 구원의 손길을 받으며 신분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탔다.


그러나 ‘사랑이 온다’의 무진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구원할 여유가 없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재벌가의 일원이지만, 가정 내에서 받은 깊은 트라우마와 불화로 내면이 황폐해져 있다. 그는 규림에게 일방적인 시혜를 베풀지 않는다. 오히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내려는 규림의 단단한 생명력에 기대며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돈으로 여자의 빚을 갚아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는 '상호 치유적 동반자'로 거듭나는 지점에서 드라마는 신데렐라 서사의 작위성을 털어낸다.

 

 

환상 대신 발붙인 현실… '생활인'으로서의 주체성


여주인공 규림의 태도 역시 기존의 캔디형 캐릭터와 궤를 달리한다. 마냥 순진무구하게 세상의 부조리를 견디거나, 남자의 도움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고뭉치 가족의 짐과 싱글맘이라는 현실적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의 모습은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닌 치열한 '생활인' 그 자체다.


로맨스가 진전되는 과정에서도 "남자를 만나 인생 역전하겠다"는 환상은 끼어들 틈이 없다. 규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엄과 아이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일이다. 이러한 현실적 주체성이 부여되면서, 두 사람의 신분 격차는 신데렐라 판타지의 도구가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뤄지며 설득력을 얻는다.

 

 

'돈'이 아닌 '밥 한 끼'로 완성되는 진짜 가족의 의미


무엇보다 ‘사랑이 온다’가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극적인 갈등' 대신 '연대의 힘'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기존 드라마들이 빈부 격차를 그릴 때 흔히 꺼내 들던 시월드의 갑질, 출생의 비밀, 인위적인 악행 등의 막장 요소는 뒤로 물러나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식탁 위에 차려진 따뜻한 밥 한 끼다. 결손과 결핍투성이인 양쪽 집안의 인물들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소박한 음식을 통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결국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부자와 빈자의 결합'이 아니라, '상처 입은 타인들이 모여 진정한 가족을 재건해 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가난해서 불쌍하고, 부자라서 오만한' 낡은 이분법 대신,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를 대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배려. ‘사랑이 온다’가 진부한 클리셰의 늪에 빠지지 않고 주말 안방극장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