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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행정기관, ‘세종 대이동’ … 공직자 주거문제 '대두'

주거·통근·가족 분리 문제 새로운 ‘쟁점’

 

 

용인신문 |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서울과 과천에서 일해 온 공무원들의 ‘생활 대이동’도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서울청사와 정부과천청사에 남아 있던 부처는 물론 경찰청과 앞으로 출범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까지 세종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행정수도 기능을 세종으로 더욱 집중한다는 정부 구상이 현실화되는 것이지만, 당장 이전 대상 공무원들에게는 사무실보다 집과 가족 문제가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서울 근무’ 자체가 인사상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부처와 전국 순환근무가 일상인 조직 사이에서는 이전을 받아들이는 온도차도 뚜렷하다.

 

행정안전부는 3일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에 청사를 둔 중앙행정기관을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시로 순차 이전한다고 밝혔다.

 

검찰청 폐지 이후 오는 10월 출범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등도 청사 신축이 완료되는 대로 이전할 예정이다. 정부 조직의 무게중심이 사실상 세종으로 한층 더 이동하는 셈이다.

 

△ 성평등가족부, ‘술렁’

가장 크게 술렁이는 곳은 성평등가족부다. 현재 성평등가족부 소속 공무원 300여 명은 모두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서울 근무를 선호해 다른 중앙부처에서 전보해 온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세종 이전은 단순히 사무실 주소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 형성해 놓은 주거와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통근 방식까지 다시 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발표 직후 동료들 사이에서 이전 문제가 가장 큰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등에 집중하던 상황에서 세종 이전 방침이 갑작스럽게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중앙부처 상당수가 이미 세종으로 이전한 상황에서도 성평등가족부는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동안 서울 근무가 부처 인사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면, 이번 이전을 계기로 인력 유출이나 전보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법무부, ‘이전’보다 ‘거처’ 고민

정부과천청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법무부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법무부 전체 소속 공무원은 약 2만 4000명에 달하지만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000여 명 정도다.

 

나머지는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소년원, 보호관찰소, 출입국기관 등에서 근무한다.

 

전국 단위 순환근무가 이미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 ‘세종 근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주거다.

 

법무부는 지방 근무자에게 관사를 제공해 왔지만 본부 전체가 세종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과 다른 규모의 주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세종에서 별도의 집을 마련해야 할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과거 폐지했던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 제도의 재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문제와 맞닿아 있다.

 

2021년 이른바 ‘공무원 재테크’ 논란 속에 폐지된 제도지만 대규모 기관 이전이 다시 시작되면서 주거 지원 방식도 새롭게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 전국 도는 검사, 본청 떠나는 경찰

검찰 조직은 상대적으로 담담하다. 검사들은 통상 일정 기간마다 전국 검찰청을 옮기는 순환 인사를 거친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생활이 반복되는 만큼 세종 근무 역시 기존 인사 이동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가족을 지방에 두고 혼자 근무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검찰청이나 수도권 주요 검찰청 근무 역시 장기간 보장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직 내부 체감도는 성평등가족부와 크게 다르다.

 

경찰청 역시 아직은 세종 이전이 당장의 현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재 경찰청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본청을 두고 있다. 다만 경찰 조직을 둘러싼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전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청이 실제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상징성은 작지 않다. 치안정책을 총괄하는 경찰청 본부가 서울을 떠나는 것은 경찰 조직 역사에서도 큰 변화다.

 

△ ‘행정수도 완성’ 뒤에 따라오는 생활권 재편

이번 이전은 단순한 기관 재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교부와 통일부 등 일부 부처를 제외하면 중앙행정의 핵심 기관이 세종에 더욱 집중되고, 수사·치안기관 본부까지 세종으로 이동하게 된다. 서울과 과천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중앙정부 조직의 지형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기관 이전에는 언제나 사람의 이동이 뒤따른다.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공무원이 근무지를 옮기면 주거와 교육, 교통, 배우자 직장, 가족 분리 문제까지 동시에 발생한다.

 

특히 이미 세종에 정착한 공무원과 달리 수도권 근무를 전제로 생활 기반을 마련해 온 직원들에게는 이전 속도와 지원 방식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부처마다 반응은 다르지만 공통된 질문은 하나다.

 

‘세종으로 출근하라’는 결정은 내려졌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종 이전 구상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관심은 기관 명단에서 공무원들의 실제 이동 대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마지막 퍼즐이 청사 이전이라면, 그 퍼즐을 채울 사람들의 주거와 생활 기반까지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