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전기차를 사기 전에는 주행거리와 보조금을 따지지만, 차를 사고 나면 더 자주 들여다보는 숫자가 있다. 배터리 잔량이다. 집이나 직장에 충전기를 확보한 운전자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운전자에게 충전기 위치는 사실상 주유소보다 중요한 생활 인프라가 됐다.
용인에서도 전기차가 빠르게 늘면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가 많이 사는 곳과 충전기가 많이 설치된 곳이 과연 일치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용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기후대기과를 상대로 전기자동차 등록대수와 지역별 현황을 고려해 충전시설 설치계획을 세우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순히 빈 땅이나 설치하기 쉬운 곳에 충전기를 놓을 것이 아니라 실제 전기차가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기준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충전기는 기흥에 가장 많았다
지역별 격차는 과거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용인시정연구원이 분석한 2022년 6월 기준 자료를 보면 용인에는 모두 3316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기흥구가 1499기로 가장 많았고 수지구 1298기, 처인구 519기 순이었다.
불과 1년 전인 2021년 4월에는 기흥구 726기, 수지구 652기, 처인구 368기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전체 충전기의 42%가 기흥구에 몰렸고 처인구는 21%에 그쳤다.
문제는 단순한 ‘충전기 개수’만으로 어느 지역이 편리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용인시정연구원 분석 당시 전체 충전기 가운데 아파트·빌라·주택 등 주거시설에 설치된 충전기가 2781기로 약 84%를 차지했다. 상당수가 공동주택 등에 설치된 충전기라는 뜻이다. 외부 차량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급속인지 완속인지에 따라 실제 시민이 체감하는 충전 여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충전기 100기가 있어도 해당 단지 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인근 단독주택이나 상가 이용자에게는 사실상 없는 충전기와 마찬가지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따져봐야
따라서 용인의 충전 인프라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처인·기흥·수지의 충전기 숫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각 구의 전기차 등록대수를 충전기 숫자로 나눠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를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 급속충전기 수, 24시간 개방 여부, 공동주택 비개방 충전기까지 분리하면 실제 충전 사정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충전기가 1000기 있는 지역에 전기차가 1만대 있다면 100대당 10기다. 반면 충전기 500기에 전기차가 3000대라면 100대당 약 17기다. 충전기 절대 숫자가 적은 지역이 오히려 전기차 한 대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 여건은 나을 수도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의회의 ‘데이터 기반 설치’ 주문이 의미를 갖는다.
2026년부터 충전기 ‘신고제’…데이터 확보 여건도 달라졌다
올해부터는 행정이 충전시설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한층 강화됐다.
개정된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자는 충전시설의 위치와 설치 수량, 충전 규격과 전기용량 등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규 시설은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신고해야 하고 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됐다. 기존 충전시설에도 유예기간이 적용돼 지난 5월 28일까지 신고와 보험 가입을 마치도록 했다. 미신고 시 50만원, 책임보험 미가입 시에는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제는 용인시가 ‘어디에 충전기가 있는지 모른다’고 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신고받은 충전시설 자료와 자동차등록 자료를 하나로 붙이는 작업이다. 처인·기흥·수지별 전기차 등록대수와 충전기 수, 급속충전기 수, 개방형 충전기 수를 매년 공개하면 용인에서 실제로 충전하기 가장 힘든 지역이 숫자로 드러난다.
전기차 보급정책은 차를 사도록 지원금을 지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차가 늘어난 만큼 충전할 곳도 따라가야 한다. 용인의 다음 전기차 정책은 ‘충전기를 몇 대 더 설치하겠다’가 아니라 ‘전기차가 많은 곳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얼마나 배치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