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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두 달 새 200원 떨어진 환율, 누가 웃고 누가 우나

7월 초 장중 1559원→9월 8일 1345.6원…두 달 새 200원 넘게 급락
1만 달러 바꾸는 데 200만원 이상 차이…해외여행·유학생 가정 ‘웃음’
달러예금·미국주식 투자자는 환차손 비상…수출기업도 ‘고환율 특수’ 끝나나

 

용인신문 | 두 달 전만 해도 달러 한 장 사기가 겁났다. 7월 초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9원까지 치솟으면서 해외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환전을 미뤘고,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은 매달 보내야 하는 생활비와 학비가 부담스러웠다. 미국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도 주가보다 환율부터 쳐다봤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원·달러 환율은 9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45.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장중 1334.7원까지 떨어지며 2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초 장중 1559원과 비교하면 달러값이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7월 한 달에만 환율이 125원 이상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환율 숫자만 보면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돈으로 바꿔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559원일 때 1만 달러를 사려면 단순 계산으로 1559만원이 필요했다. 1345.6원이라면 1345만6000원이면 된다. 똑같은 1만 달러를 사는데 약 213만원이 덜 든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항공권 한두 장 값이 생긴 셈이다.

 

5만 달러 유학비, 두 달 기다렸더니 1000만원 차이

환율 하락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유학비와 해외송금이다. 미국 대학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5만 달러를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1559원 환율에서는 약 7795만원이 필요하지만 1345.6원에서는 약 6728만원이다. 환율만으로 약 1067만원 차이가 난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호텔비와 식비, 쇼핑비 등으로 3000달러를 쓴다면 두 환율의 차이는 약 64만원이다. 여름 휴가철 높은 환율 때문에 미국 여행을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최근의 원화 강세가 상당한 가격 할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직구족도 웃는 쪽이다. 1000달러짜리 노트북이나 명품을 해외에서 산다고 가정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환율 1559원일 때 155만9000원에서 현재 환율 기준 약 134만6000원으로 20만원 넘게 내려간다. 카드사의 해외결제 수수료와 실제 적용 환율 등을 제외한 단순 비교지만 환율 변화가 소비자의 지갑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주가는 올랐는데 왜 내 계좌는?”…미국주식 투자자의 복병

반대로 달러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주식 투자자다.

 

7월 초 환율 1559원일 때 1만 달러어치 미국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당시 투자 원금은 원화로 약 1559만원이다. 미국 주가가 두 달 동안 한 푼도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아 여전히 1만 달러라고 해도 이를 1345.6원으로 환산하면 약 1346만원이다. 주가는 그대로인데 원화 평가금액은 약 213만원 줄어든다.

 

약 13.7%의 환율 하락을 주가 상승으로 메워야 원화 기준으로 겨우 본전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달러가 강할 때 미국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는 올랐는데 계좌 수익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미국주식에 장기간 투자하면서 달러 자산을 계속 보유할 사람이라면 당장의 원화 평가손익만으로 수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식을 팔아 원화로 바꾸려는 투자자에게는 환율이 사실상 또 하나의 수익률이다.

 

1550원대에 달러예금 넣었다면 ‘환차손’

달러예금 가입자 역시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고환율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1500원대에 달러를 사서 예금해 둔 사람은 달러 이자를 받았더라도 원화로 환전하는 순간 상당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559만원으로 1만 달러를 산 뒤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환율 기준 원화 가치는 약 1346만원이다. 환전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평가상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달러예금은 예금금리만 볼 상품이 아니라 가입할 때와 찾을 때의 환율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앞으로 달러 자산을 장기적으로 모으려는 투자자에게는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살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결국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달러를 이미 사둔 사람과 앞으로 달러를 사야 하는 사람의 희비가 정확히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수입업체는 반갑고 수출기업은 긴장한다

기업들의 희비도 갈린다. 달러로 원자재와 제품을 들여오는 수입업체에는 원화 강세가 비용 절감 요인이다. 100만 달러를 결제해야 하는 업체라면 1559원과 1345.6원의 차이는 단순 계산으로 무려 2억1300만원이 넘는다.

 

다만 최근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미리 달러를 확보해 둔 일부 수입업체들은 오히려 난감해졌다. 환율이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해 결제용 달러를 사놨는데 이후에도 환율이 계속 내려가면서 결과적으로 더 비싸게 달러를 사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이런 수입업체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환율 추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은 반대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처럼 해외에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들은 같은 1달러를 벌어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다. 올해 2분기 1500원을 웃돌았던 환율이 최근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기업 실적을 떠받쳤던 이른바 ‘고환율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체 달러는 왜 두 달 만에 200원이나 떨어졌나

환율이 이렇게 빠르게 내려온 배경에는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7월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과 대규모 달러 공급,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 등이 겹치면서 원화가 빠르게 강해졌다. 7월 한 달 동안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8월 들어서는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 등 달러 약세 요인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조선·중공업체의 수주대금 등 달러 공급 요인이 환율을 끌어내렸다. 7일에는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30원대 중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이 계속 일방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8일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서고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환율이 5거래일 만에 반등해 1345.6원에 마감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과 저가 달러 매수 수요 역시 추가 하락 속도를 늦출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환율이 워낙 빠르게 내려온 만큼 당분간 1330~1350원대에서 등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00원 떨어진 환율…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할인이다

결국 환율 200원의 차이는 외환시장 전광판 속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떠나고 유학비를 보내고 해외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 사람에게는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아낄 수 있는 ‘할인’이 됐지만, 달러예금에 돈을 넣어두거나 미국주식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환차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수입업체에는 원가 절감 기회지만 수출기업에는 실적 부담이다.

 

특히 두 달 만에 155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내려오는 것처럼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일 때는 “달러가 더 오를 것 같다”거나 “이제 계속 떨어질 것 같다”는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해외송금이나 유학비처럼 반드시 달러가 필요한 경우라면 필요한 금액을 여러 차례 나눠 환전하는 방식이 급격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달 전에는 “달러가 1600원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제는 정반대로 “1300원도 깨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200원 넘게 떨어진 환율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달러값이 움직일 때마다 숫자 뒤에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수백만원짜리 청구서를 받아든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