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 수지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1년간 수지구 아파트값이 24.8% 뛰면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구의 상승률이 6.8%, 서초구가 8.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수지의 상승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드러난다. 한때 ‘강남 집값을 따라가는 지역’ 정도로 평가받던 수지가 이제는 오히려 강남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수도권 주택시장의 새로운 핵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시세를 분석한 결과, 성남시 분당구가 29.5% 올라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광명시가 28.4%, 서울 동작구가 25.3%였고 용인시 수지구가 24.8%로 4위에 올랐다. 서울 광진구 23.8%, 경기 하남시 22.8%, 서울 성동구 22.6%, 성북구 22.4%, 화성 동탄구 21.4%, 송파구 17.7%가 뒤를 이었다. 상승률 상위 10곳은 모두 서울과 경기 지역이었다.
특히 수지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직전 1년간 수지·하남·동탄 등 경기 주요 지역의 상승률은 0.8~6.4%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 1년에는 21.4~24.8%까지 뛰었다. 수지가 단순히 수도권 상승장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상승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 지역이라는 의미다.
강남 6.8% 오를 때 수지는 24.8%
반면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은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강남구는 직전 1년 22.6% 올랐지만 최근 1년 상승률은 6.8%로 낮아졌고, 서초구도 19.3%에서 8.0%로 줄었다. 수지의 최근 1년 상승률 24.8%는 강남의 약 3.6배, 서초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강남 불패’라는 익숙한 공식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 자체가 워낙 높아진 강남·서초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경기 핵심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지는 이 조건에 가장 잘 맞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분당과 바로 맞닿아 있고,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기 쉽다. 판교·분당의 일자리와 상업·교육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일부 지역은 분당보다 가격 진입장벽이 낮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뿐 아니라 분당의 가격 상승 부담을 느낀 실수요까지 수지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다.
분당이 뛰자 수지도 따라 뛰었다
수지 상승세를 이해하려면 바로 옆 분당을 빼놓을 수 없다. 분당은 최근 1년간 29.5%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직전 1년 상승률 10.6%에서 18.9%포인트나 확대됐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야탑·서현·구미동을 중심으로 시세가 크게 올랐다.
분당의 가격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인접한 수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체지역으로 부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풍덕천동과 죽전동, 동천동, 성복동, 상현동 등은 분당 생활권과 가깝고 서울 출퇴근 수요도 많다. 특히 신분당선이 지나는 동천·성복·상현 일대는 강남 접근성이 수지 집값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자료를 집계한 민간 부동산 정보사이트를 보면 수지구에서는 최근에도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초 동천동 ‘동천디이스트’ 전용 85㎡가 12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상현동 ‘성복역리버파크’ 전용 60㎡는 8억6500만원, 성복동 ‘벽산첼시빌2차’ 전용 134㎡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자료에서 수지구의 올해 8월 평균 3.3㎡당 실거래 가격은 약 3811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월별 평균가격은 거래 단지와 면적 구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직방이 집계한 8월 말 기준 수지구의 3.3㎡당 아파트 매매시세는 2898만원이었다. 하남 3710만원, 광명 3556만원보다 낮고 동탄 2704만원보다는 높았다. 공급면적 112㎡를 기준으로 하면 이들 경기 핵심지역은 대략 9억~12억원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가 이미 15억~20억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수지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수도권 주거지로 평가받는 이유다.
“분당은 너무 올랐다”…수지가 대안으로
시장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의 중심이 초고가 강남권에서 비강남 서울과 경기 핵심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대출과 세 부담이 고가주택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으면서도 교통과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직방 역시 고가주택에 대한 금융·세금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수지는 여기에 용인 자체의 성장 기대까지 겹쳐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수도권 남부 교통망 확충과 개발사업도 지속되고 있다. 수지 자체가 반도체산단이 들어서는 처인구와는 거리가 있지만, 용인이라는 도시 전체의 성장 기대가 주택시장 심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상승률 24.8%라는 수치는 직방 플랫폼에 등록된 단지별 매매시세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격지수나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과는 조사 방식이 다르다. 개별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과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수지의 모든 아파트가 1년 새 24.8% 올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최근 흐름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분당이 29.5%로 전국 상승률 1위에 오른 바로 옆에서 수지가 24.8%로 전국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강남 6.8%, 서초 8.0%와 비교하면 상승 속도는 훨씬 빨랐다.
서울 강남을 바라보던 수도권 집값의 시선이 이제 분당을 거쳐 수지로 내려오고 있다. ‘강남 대신 분당, 분당이 비싸지면 수지’라는 새로운 주택 수요의 이동이 용인 집값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