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판정 뒤 병원·검사·시술·지원제도까지 일일이 환자가 직접 찾아 헤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수치 괜찮나요” “무슨 검사 해야 하나요” 질문 반복
시술받으면서 또 ‘난임 공부’… 잘못된 정보·경험담까지 뒤섞여 혼란 가중
검사·치료·지원제도·휴가·심리 상담까지 환자 눈높이 통합 안내 체계 절실
용인신문 | 저출생 시대 난임 문제는 개별 가정의 고통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적 과제다. 이번 기획에서는 정보 부재와 반복된 시술 실패로 난임부부가 겪는 심리적 고립감과 우울 등 사각지대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과거 용인시의 ‘태교도시’ 자산을 접목한 정서적 솔루션과 심리 방역 대안을 제시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난임 치료 의학 정보를 정확히 검증해 전달한다. 나아가 지자체, 의료계, 언론이 상생 공조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과 ‘지역사회 중심 난임 지원 네트워크’ 모델을 모색한다. 본지는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난임케어센터’ 인프라를 활용해 실질적인 정보 제공 창구이자 전문 상담 연계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IVF 시작합시다. 다음 생리 2~3일째 오세요”
진료는 3분, 답은 병원 밖에서 찾아야 했다
● 난임 판정 뒤 병원·검사·시술·지원제도까지 환자가 직접 찾아 헤매
●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 수치 괜찮나요” “무슨 검사를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 반복
● 시술받으면서 또 ‘난임 공부’…잘못된 정보·경험담까지 뒤섞여 혼란 가중
● 난임부부들 “시술비 지원 넘어 치료 전체 길을 알려주는 안내체계 필요”
“IVF 해봅시다. 다음 생리 시작하면 오세요.”
결혼 4년 차인 김아무개(36)씨 부부는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아 찾은 난임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인공수정(IUI)으로는 임신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바로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하자는 것이었다.
김씨 부부는 인공수정과 IVF의 차이조차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한 채 3분여 만에 진료실을 나왔다. 밖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부부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진료는 3분, 질문은 병원 밖에서 시작됐다.
병원 문을 나선 순간부터 오히려 질문이 시작됐다. 왜 IVF를 바로 해야 하는지, AMH는 무엇인지, 주사는 얼마나 맞아야 하는지, 난자는 몇 개나 자랄 수 있는지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날 저녁 김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 가입했다. 2003년 개설돼 약 3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커뮤니티로, ‘난임·인공수정·시험관’ 관련 질문을 나누는 게시판도 운영되고 있었다.
“그제야 항뮐러관호르몬(AMH)이 여성의 난소 안에 앞으로 자라날 수 있는 난자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 혈중 호르몬 수치가 또래보다 낮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죠.”
그러나 정보를 얻을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같은 AMH 수치를 놓고 누구는 “괜찮다”고 했고 누구는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난임 판정을 받은 것도 무서운데 어떤 정보가 맞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난임부부가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비용과 신체적 고통만이 아니다. 난임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병원을 선택하고 검사 결과를 이해하며 치료방법과 지원제도를 찾는 과정의 상당 부분을 환자가 감당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해석하는 일은 환자의 몫이다.
전국에는 약 270곳의 난임시술 의료기관이 있지만 IVF가 가능한 곳은 150여곳 수준이다. 상당수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돼 있어 지역에 따라 의료기관 선택의 폭에도 차이가 있다.
■ 난임카페에 반복된 10가지 질문
그렇다면 난임부부들은 치료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궁금해할까.
기자는 ‘맘스홀릭베이비’에 직접 가입해 최근 3년간 올라온 난임 관련 게시글을 살펴보고, 다른 난임 커뮤니티와 의료기관 FAQ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을 비교했다. 질문은 크게 10가지 유형으로 모아졌다.
첫째는 ‘AMH가 이 정도면 임신이 어려운가요’다. 자신의 난소 기능이 또래보다 떨어지는지, 난자가 몇 개나 자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둘째는 ‘인공수정을 더 해야 하나요, 시험관으로 넘어가야 하나요’, 셋째는 ‘난자를 몇 개 채취해야 괜찮은 건가요’다. 언제 IVF로 넘어갈지, 난포 수와 채취 난자 수가 적정한지를 다른 환자의 사례와 비교한다.
넷째는 ‘수정률이나 배아 등급이 이 정도면 좋은 건가요’, 다섯째는 ‘PGT를 꼭 해야 하나요’, 여섯째는 ‘나의 배아를 봐주세요’다. 배아 사진까지 직접 올려 등급과 모양을 묻고 자신과 비슷한 배아로 임신한 사례를 찾는다.
일곱째는 ‘착상에 좋다는 영양제를 먹어야 하나요’, 여덟째는 ‘이 검사를 추가로 해야 하나요’다.
반복 실패를 겪은 환자들은 영양제부터 착상·면역·자궁내막·혈전검사까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묻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성이 다르거나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검사도 온라인에서는 성공 경험과 결합해 ‘꼭 해야 할 검사’처럼 전달되기도 한다.
아홉째는 ‘난임지원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신청하나요’다. 시술비와 검사비, 지자체 지원, 난임치료휴가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마지막 열 번째는 어쩌면 가장 절박하다.
‘저만 이런가요.’
피검사 수치가 기대보다 낮거나, 채취한 난자 가운데 배아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거나, 임신테스트기에 선이 보이지 않을 때 환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는다. 의학정보를 묻는 것 같지만 그 밑에는 ‘내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나에게도 임신 가능성이 남아 있는가’라는 불안이 깔려 있다.
■ 치료받으며 ‘난임 전문가’가 되는 환자들
IVF를 세 차례 받은 이모(39·닉네임 nys7**)씨는 난임치료를 시작한 뒤 “대학 입시 때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물어볼 게 열 가지 있어서 메모해 가도 2~3분 진료에서 한두 가지밖에 못 물어봐요. 결국 집에 와서 수능시험 공부하듯 찾아서 읽었어요.”
여섯 번째 IVF에 도전 중인 luss****씨도 “난자가 왜 매번 좋지 않은지, 10개 이상 수정됐는데 왜 이식할 배아는 3~4개뿐인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결과가 안 나오면 ‘이번에는 안 됐네요. 또 해봅시다’라는 말이 반복돼 답답했다”고 했다.
난임 환자는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니다. 병원을 고르고 검사 결과와 약물 사용법을 찾아보고 시술 일정과 지원사업, 직장에서 사용할 휴가까지 확인한다. 실패하면 다음 시술에서 무엇을 바꿀지도 찾아본다. 이른바 ‘정보 탐색 노동’이다.
직장인 최아무개(37)씨는 자궁선근증을 가진 상태에서 IVF를 반복했지만 임신에 실패했다. 이후 다른 의료진에게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을 다시 평가받고 일정 기간 치료한 뒤 IVF에 재도전해 임신에 성공했다. 그는 “환자인 동시에 난임치료를 공부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진마다 치료 전략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오진이나 잘못된 치료로 볼 수는 없다. 난임은 나이와 난소 기능, 자궁 상태, 남성 요인, 이전 시술 결과 등을 종합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환자라도 의료진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마리아의료재단 수지마리아 양광문 원장은 “난임치료에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의사마다 임상 경험과 중요하게 보는 지표, 치료 시점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 방향이 달라질수록 환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왜 이런 치료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은찬 분당제일병원 원장도 “같은 검사 결과라도 환자의 나이, 이전 시술 반응, 자궁과 난소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험이 많다는 것은 단순히 시술 건수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실패와 예외적 상황을 얼마나 많이 판단해봤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 비용 지원 너머 ‘난임 내비게이션’ 필요
결국 문제는 ‘어느 의사의 치료가 정답이냐’가 아니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치료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느냐다. 의료 현장의 설명이 부족한 자리를 인터넷 경험담이 채우기 시작하면 의학정보와 개인의 성공담 사이 경계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난임 지원은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다. 시술비 지원도 넓어졌고 관련 제도와 정보도 많아졌다. 그러나 정보는 병원과 정부, 지자체,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흩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난임 지원이 비용 보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난임 판정을 받은 순간부터 검사와 치료, 지원제도와 휴가, 심리 상담까지 환자의 상황에 맞게 연결해주는 이른바 ‘난임 내비게이션’과 같은 통합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검색창이 아니다. ‘왜 이 검사를 하는지’, ‘왜 이 치료를 선택했는지’, ‘실패하면 다음 선택지는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시술비는 지원하면서 치료의 길은 환자 스스로 찾아가도록 두는 것, 그 지점이 지금 난임지원 정책이 미처 채우지 못한 또 하나의 사각지대다. <특별취재반: 이승주, 박숙현 기자>
★ VF : 시험관아기 시술 IUI : 인공수정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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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칼럼>
조정현 원장
“착상은 검사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38년차 난임의사의 고백
난임 치료를 한 지 39년쯤 되고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좋은 진료가 반드시 많은 검사와 많은 처방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하나라도 더 찾아내고, 하나라도 더 해주는 것이 적극적인 진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꼭 필요한 것은 하고, 근거가 부족한 것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환자를 위한 진료라고 생각한다.
착상에 실패한 여성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착상검사’다. 한 번, 두 번 이식에 실패하고 나면 ERA를 해봐야 하지 않느냐, NK세포가 높은 것은 아니냐, 면역검사나 혈전 검사까지 모두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해야 할 검사는 끝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착상이라는 과정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모든 배아가 자궁에 들어갔다고 해서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염색체나 발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배아는 아예 착상하지 못하기도 하고, 착상이 되더라도 초기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생식 과정에는 이렇게 발달하기 어려운 배아가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생물학적 선별 과정도 존재한다.
필자는 가끔 착상을 시험에 비유한다. 배아가 80점짜리라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80점은 그저 시험장인 자궁에 들어갈 자격을 갖췄다는 뜻에 가깝다. 실제 시험은 그다음부터다. 자궁내막은 적당한지, 착상 시기는 맞는지, 호르몬은 적절한지, 혈류와 면역환경은 괜찮은지 여러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배아만 좋아도 안 되고, 자궁만 좋아도 안 된다. 착상은 여러 조건의 박자가 절묘하게 맞아야 하고, 때로는 운까지 따라야 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한두 번 착상에 실패했다고 곧바로 ‘내 자궁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좋은 배아를 이식했다고 매번 임신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했다고 반드시 면역 이상이나 착상창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ERA(자궁내막 수용성 검사)다. 자궁내막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해 이른바 ‘착상 창’을 찾아 배아이식 시간을 맞춘다는 검사다. 이론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이 검사를 일상적으로 했을 때 실제 출산율을 확실히 높인다고 말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NK세포 검사도 마찬가지다. ‘자연살해세포’라는 이름 때문에 수치가 높으면 배아를 공격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혈액의 NK세포 수치와 자궁 안의 면역환경은 같지 않다. 특정 수치를 낮춘다고 임신율이 함께 올라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검사가 검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결과가 나오면 처방이 따라온다. 스테로이드, 아스피린, 항응고제, 면역글로불린, 지방유제 같은 치료가 하나둘 붙는다. 환자는 ‘이만큼 했으니 더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약에는 비용도 있고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검사를 권하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생각한다. ‘이 결과가 치료를 바꿀 것인가, 그리고 그 치료가 실제 임신과 출산을 늘린다는 근거가 있는가.’
물론 반복착상실패를 가볍게 보자는 뜻은 아니다. 자궁 안에 용종이나 점막하근종은 없는지, 난관수종이나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은 없는지, 배아 상태와 이식 과정, 프로게스테론 투여는 적절했는지부터 차근차근 다시 봐야 한다.
39년간 난임 환자를 보면서 오히려 어려웠던 것은 검사를 권하는 일이 아니라 검사를 말리는 일이었다. 의사가 해야 할 일은 환자의 불안을 검사와 약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검사는 제대로 하고, 불필요한 검사는 하지 않는 것. 필요한 약은 쓰되 근거가 부족한 약은 함부로 더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난임 진료의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조정현 원장
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전문위원, 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연세대 의대 졸업, 전 강남차병원 교수, 전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
※ 본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