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난자채취를 마친 뒤 “난자는 여러 개 나왔는데 성숙 난자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난임 환자들이 있다. 채취된 난자가 모두 수정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난자 핵 안에 배포(germinal vesicle)가 남아 있는 배포기(GV) 단계 난자는 감수분열을 충분히 마치지 못한 미성숙 난자로, 일반적인 체외수정(IVF) 과정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미성숙한 난자를 곧바로 포기하지 않고 배양실에서 하루가량 더 배양해 성숙시키면 일부 난임 환자에게 새로운 배아와 출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ICSI)과 착상전 유전검사(PGT-A)를 받은 여성 가운데 예상보다 성숙 난자가 적었던 39세 미만 여성 47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난자채취 당시 성숙난자(MII)가 6개 이하이면서 전체 난자의 성숙률이 낮고, 배포기(GV) 미성숙 난자가 4개 이상 나온 환자들이었다.
GV 난자 266개 중 127개가 성숙난자로
연구진은 채취 당시 이미 성숙해 있던 성숙난자(MII)는 일반적인 방법대로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ICSI)을 시행하고, 배포기(GV) 상태였던 미성숙 난자는 타임랩스 배양기에서 최대 24시간 추가 배양했다.
이처럼 채취 당시 미성숙했던 난자를 체외에서 추가로 배양해 성숙시키는 방법을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이라고 한다.
연구 대상 환자 47명에게서 나온 배포기(GV) 난자는 모두 266개였다. 이 가운데 127개가 24시간 이내에 수정이 가능한 성숙난자(MII) 단계까지 성숙했다. 전체 배포기(GV) 난자를 기준으로 한 성숙률은 47.7%였다.
환자별 평균으로 보면 난자채취 당시 확보된 성숙난자(MII)는 4.4개였다. 그러나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을 통해 평균 2.7개의 성숙난자(MII)가 추가되면서 실제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ICSI)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는 평균 7.1개로 늘었다.
처음 확보했던 성숙 난자가 많지 않았던 환자에게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난자가 10개, 15개씩 나오는 환자에게 추가 난자 2~3개는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매번 난자채취를 해도 성숙난자가 2~4개에 그치는 환자라면 난자 한 개의 의미는 달라진다. 난자 하나가 수정란이 되고, 배반포가 되고, 다시 정상배아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또 한 번의 난자채취가 필요한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반포 도달률은 낮았지만 정상배아 비율은 비슷
다만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을 통해 성숙한 난자가 처음부터 성숙해 있던 난자와 완전히 같은 발달 능력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 난자의 수정률은 처음부터 성숙했던 성숙난자(MII)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수정 이후 배반포까지 성장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미성숙 난자를 추가 배양하면 상당수가 성숙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그 난자가 모두 좋은 배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일단 배반포까지 성장한 뒤에는 결과가 달라졌다.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 난자에서 만들어진 배반포의 형태학적 질과 착상전 유전검사(PGT-A)에서 확인된 정상배수체(euploid) 배아 비율은 처음부터 성숙했던 난자에서 만들어진 배반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가장 큰 관문은 ‘배반포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였다.
47명 중 11명 ‘정상배아’ 추가 확보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실제 정상배아 확보 결과다.
연구 대상 47명 가운데 11명은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을 통해 성숙한 난자에서 최소 1개의 정상배수체(euploid) 배아를 추가로 확보했다.
당초 난자채취 당일에는 미성숙 난자로 분류돼 활용하기 어려웠던 난자가 추가 배양과 수정, 배양, 착상전 유전검사(PGT-A)를 거쳐 실제 이식 가능한 정상배아로 이어진 것이다.
난임 환자 입장에서 보면 ‘미성숙 난자 하나를 더 살렸다’는 수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착상전 유전검사(PGT-A)를 시행하는 환자의 경우 채취된 난자가 성숙하고, 수정되고, 배반포까지 자란 뒤 다시 염색체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야 실제 이식 가능한 배아가 된다. 단계마다 난자와 배아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 확보되는 난자 한두 개가 최종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생아출산 환자 수 상대적으로 20% 증가
연구진의 분석에서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은 정상배아를 확보한 환자 수를 늘리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배포기(GV) 난자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면 정상배수체(euploid) 배아를 최소 1개 이상 확보한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약 8% 증가했다.
또 최종적으로 생아출산에 도달한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약 2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수치를 ‘구제 체외성숙을 하면 출산율이 20%포인트 올라간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 전체에서 출산율이 20%포인트 높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구제 체외성숙을 통해 추가 배아가 만들어지면서 생아출산에 성공한 환자 수가 기존 대비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다.
모든 미성숙 난자를 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도 결과의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연구는 한 난임센터에서 진행된 후향적 연구이며 대상 환자도 47명으로 많지 않다. 특히 모든 체외수정(IVF)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39세 미만이면서 예상보다 성숙난자가 적고, 배포기(GV) 난자가 여러 개 나온 환자라는 제한된 조건이 적용됐다.
따라서 모든 체외수정(IVF) 환자에게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을 시행하면 임신율이나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 미성숙 난자를 추가 배양해 성숙시켰더라도 배반포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낮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난자채취 당일 ‘미성숙’ 판정을 받은 난자의 가능성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난소기능이 떨어졌거나 반복적인 난자채취에서도 성숙난자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난자 한 개의 가치는 크다. 지금까지 활용이 제한됐던 배포기(GV) 난자를 적절한 환자에서 선별적으로 하루 더 배양하는 전략이 ‘버려지는 난자를 줄이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으로는 어떤 환자의 배포기(GV) 난자가 성숙할 가능성이 높은지, 또 어떤 난자가 정상배아와 출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하는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미성숙 난자를 버릴 것인가, 하루 더 기다려볼 것인가.’ 난자 수가 부족한 일부 난임 환자에게 배양실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정상배아 한 개와 또 한 번의 출산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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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 2026년 9월호(Volume 41, Issue 9)에 게재된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주요 연구는 ‘배포기 난자의 구제: 가치 없는 치료인가, 환자 중심 접근인가? 저예후 환자에서 8년간의 임상 경험(Germinal vesicle oocytes’ rescue: a worthless treatment or a patient-centred approach? Eight years of clinical experience in poor prognosis patients)’으로, 다닐로 치마도모(Danilo Cimadomo) 연구팀이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성숙 난자 확보가 예상보다 적었던 39세 미만 환자 47명을 대상으로 배포기(GV) 미성숙 난자를 구제 체외성숙(rescue IVM) 방식으로 추가 배양했을 때 성숙난자·배반포·정상배수체 배아 확보와 누적 생아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논문은 ‘휴먼 리프로덕션’ 제41권 9호 1507~1521쪽에 수록됐으며, 논문번호는 deag115, DOI는 10.1093/humrep/deag115입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