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받는 난임환자 가운데 배아이식을 앞두고 ‘아토시반(atosiban)’이라는 주사를 맞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자궁수축 억제 주사’ 또는 ‘착상 주사’로 불린다. 이식 직전 자궁이 움직이는 것을 줄여 배아가 안정적으로 착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을 듣지만, 실제 임신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에서 발표된 무작위대조시험에서 아토시반을 투여한 여성의 임상임신율이 대조군보다 크게 높게 나타나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연구 규모가 작고 기존 대규모 연구에서는 뚜렷한 생아출산 증가 효과가 확인되지 않아 모든 난임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이식 30분 전 6.75mg 투여…임상임신 58% 대 38%
인도 뉴델리의 난임센터 연구진은 2025년 2월부터 9월까지 동결배아이식을 받은 여성 10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에 나눴다. 대상자는 23~35세로 체질량지수(BMI) 30 미만, 정상적인 자궁강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궁내막 두께가 7㎜ 이상인 여성들이었다. 모두 좋은 등급의 배반포 2개를 이식했다.
50명은 배아이식 30분 전 아토시반 6.75㎎을 정맥으로 투여했고 나머지 50명은 일반적인 동결배아이식을 받았다.
결과는 눈에 띄었다. 초음파로 임신낭 등을 확인한 ‘임상임신율’은 아토시반 투여군이 58%로 대조군의 38%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착상률 역시 아토시반군 33.3%, 대조군 23.8%로 아토시반군이 약 9.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2). 임신 초기 유산율도 각각 17.2%와 21.1%로 아토시반군이 낮았지만 역시 의미 있는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왜 자궁수축을 막으면 착상에 도움이 될까
아토시반은 옥시토신 수용체 길항제다.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의 작용을 억제해 자궁의 움직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배아이식 순간 자궁이 지나치게 수축하면 자궁 안에 넣은 배아가 원래 위치에서 이동하거나 안정적인 착상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토시반을 사용하는 이론적 근거다. 실제 과거 연구에서도 배아이식 당시 자궁수축이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찰 결과들이 제시돼 왔다.
특히 자궁내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전 무작위 연구에서는 아토시반 투여 후 임상임신율이 58.3%로 대조군 38.3%보다 높았고 착상률도 각각 41.0%와 23.4%로 차이가 나타난 바 있다.
문제는 연구마다 결과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1100명 연구에선 생아출산 49.5% 대 44.7%…유의하지 않아
아토시반 효과를 판단할 때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연구가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1100명 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전에 한 차례 착상 실패를 경험하고 동결 배반포 이식을 받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아토시반과 위약을 비교했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생아출산율은 아토시반군 49.5%, 위약군 44.7%였다. 수치상으로는 4.8%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0).
흥미로운 대목도 있었다. 자궁수축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여성만 따로 분석했을 때 생아출산율은 아토시반군 51.9%, 대조군 39.3%로 12.6%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나 이 역시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아토시반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필요한 약이라기보다 자궁수축이 많거나 특정한 착상 실패 요인을 가진 환자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가려내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착상주사’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번 ESHRE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동결배아이식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조건에서 무작위시험을 실시했고 임상임신율에서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참여자가 100명에 불과하고 한 개 난임센터에서 진행된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연구 대상 역시 23~35세, 정상 자궁강, 내막 7㎜ 이상, 우수한 배반포 2개 이식 등 비교적 예후가 좋은 여성들로 제한돼 있어 고령 여성이나 반복착상실패 환자 등에게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연구진도 더 큰 규모의 다기관 무작위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난임치료에서 최종적으로 중요한 지표는 임신반응이나 임상임신을 넘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생아출산율이다.
따라서 현재 근거만 놓고 보면 아토시반을 ‘이식 전에 맞으면 착상률을 높여주는 주사’라고 단정하기보다 배아이식 때 자궁수축을 억제해 착상환경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법이지만, 모든 환자에서 임신과 출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입증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난임환자 입장에서는 “아토시반을 맞아야 하나”보다 “내 경우 자궁수축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지, 아토시반을 추가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지”를 담당 의료진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의 58%라는 숫자는 분명 눈길을 끌지만, 한 번의 작은 연구에서 나타난 임신율 상승이 곧 모든 배아이식의 성공률을 20%포인트 올려준다는 뜻은 아니다.
---------------------------------
※ 이 기사는 2026년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 2026년 7월호 보충판(Volume 41, Supplement 1)에 수록된 연구 ‘동결배아이식 전 아토시반 투여는 임상임신율 증가와 관련이 있다(Atosiban administration before frozen embryo transfer is associated with higher clinical pregnancy rate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발표번호 L26/P-504, 논문번호 deag083.837, DOI: 10.1093/humrep/deag083.837)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