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난임 진료를 받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AMH(항뮐러관호르몬)다. 난소에 남아 있는 난자의 ‘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정작 환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내 난자의 질은 좋은가”라는 것이다.
현재 난자의 질을 정확히 숫자로 보여주는 혈액검사는 없다. 여성의 나이와 난소예비력, 채취된 난자의 모양과 성숙도 등을 참고하고, 결국 수정이 잘 되는지, 배아가 배반포까지 자라는지를 지켜본 뒤에야 난자의 발달능력을 간접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이 난자 안에서 ‘좋은 난자’를 가려낼 수 있는 분자 신호를 찾으려는 이유다. 연구진 역시 인간에서는 배아 발달과 임신 결과가 여전히 난자 질을 평가하는 사실상의 표준이라고 설명한다.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에 지난 8월 20일 발표된 연구가 이 문제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팀은 발달능력이 서로 다른 난자의 단백질 전체 구성, 즉 ‘프로테옴(proteome)’을 비교해 난자 질과 관련된 특징적인 단백질 패턴을 찾아냈다.
‘좋아 보이는 난자’도 속은 다를 수 있다
연구에서 말하는 난자의 ‘발달능력(developmental competence)’은 단순히 난자가 성숙했다는 뜻이 아니다. 수정된 뒤 초기 배아 발달을 이어가고 배아 자체의 유전체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전까지 필요한 단백질과 RNA, 대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미경으로 보는 외형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생쥐 난자를 자연스럽게 체내에서 성숙시킨 그룹과 체외성숙(IVM)한 그룹, 그리고 난자가 성숙하기 전 준비기간을 두는 CAPA-IVM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실제 배아 발달을 확인한 결과 체외에서 성숙시킨 난자는 체내에서 성숙한 난자보다 배반포까지 도달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약 40% 수준의 배반포 형성률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단백질을 들여다보자 현미경으로는 알기 어려운 차이가 나타났다.
난자에서 약 1600개 단백질 분석…34개가 공통적으로 달랐다
연구진이 질량분석법으로 확인한 단백질은 생쥐 난자에서 약 1600개, 난자를 둘러싼 난구세포에서는 약 3100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체외에서 성숙한 난자에서 체내 성숙 난자와 일관되게 차이를 나타낸 단백질 34개가 확인됐다.
특히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번역(translation)’ 과정과 RNA 처리, 자가포식, 세포 내부의 물질을 운반하고 처리하는 엔도사이토시스 관련 단백질이었다.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성숙한 난자에서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EIF2A와 리보솜 단백질 RPL24·RPS24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체외성숙 난자에서는 세포 내 소낭과 물질운반에 관여하는 일부 단백질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난자가 수정과 초기 배아 발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단백질의 생산과 제거 시스템이 달라져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난자 주변에서 영양과 신호를 전달하는 난구세포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체내 성숙 난자의 난구세포에서는 산화스트레스 방어와 스테로이드 합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체외성숙 그룹에서는 세린과 콜레스테롤 합성과 관련된 단백질 변화가 확인됐다.
즉 좋은 난자와 발달능력이 떨어지는 난자의 차이가 단순한 ‘모양’이 아니라 난자 안에서 작동하는 단백질 시스템 자체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 난자에서도 같은 단백질 확인
연구진은 생쥐 실험에서 찾은 단백질이 사람 난자에도 존재하는지도 확인했다.
2025년 6월부터 11월까지 호주에서 난자채취를 받은 18~41세 여성 36명으로부터 치료에 사용할 수 없어 폐기 예정이던 미성숙 난자 49개를 기증받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부 난자를 체외에서 성숙시킨 뒤 EIF2A와 RPL24, CLTB 등의 단백질을 조사했고, 생쥐 난자에서 발견된 주요 단백질이 사람 난자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선이 하나 있다.
이번 연구가 사람의 ‘좋은 난자와 나쁜 난자’를 직접 비교해 임신 성공 여부까지 예측한 것은 아니다. 사람 난자 분석에 사용된 것은 정상적인 IVF 치료에 이용된 우수한 성숙난자가 아니라 치료에 사용할 수 없어 폐기될 예정이었던 미성숙 난자였다.
연구의 핵심적인 프로테옴 비교 역시 생쥐 모델에서 이뤄졌다. 연구진도 사람의 CAPA-IVM·IVM 난자에서 동일한 분자 변화가 유지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연구의 한계로 제시했다.
혈액 한 방울로 ‘난자 질 검사’하는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이제 혈액검사로 난자 질을 알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발견한 단백질은 혈액 속 지표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난자와 난구세포 자체의 단백질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오히려 연구의 의미는 지금까지 나이와 형태, 수정 이후 배아발달 결과를 통해 뒤늦게 판단했던 난자 질을 앞으로는 분자 수준에서 평가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데 있다.
특히 난자를 직접 손상시키지 않고 난구세포나 난자를 둘러싼 배양 환경 등에서 같은 단백질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면 활용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여러 난자가 채취됐을 때 어떤 난자가 배아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이번에 확인한 단백질 패턴이 난자 발달능력의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고 향후 난자 진단법과 체외성숙 기술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개별 난자의 임신·출산 가능성을 판정할 수 있는 임상검사가 되려면 사람의 정상 성숙난자를 포함한 대규모 검증과 실제 배아·임신 결과와의 연계 연구가 필요하다.
난임 환자에게 ‘좋은 난자가 몇 개인가’는 채취된 난자 숫자만큼이나 절실한 질문이다. 지금까지는 배아가 자라고 나서야 어느 정도 답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 답을 배아가 되기 전 난자 속 단백질에서 먼저 찾아낼 수 있을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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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제학술지 ‘Human Reproduction’에 2026년 8월 20일 게재된 연구 ‘발달능력이 서로 다른 난자 모델에서 확인한 난자 질의 단백질 특징(A proteomic signature of oocyte quality from models of varying oocyte developmental competence)’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논문번호 deag134, DOI: 10.1093/humrep/deag134.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