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대학 하나가 학생을 가르치고, 졸업하면 기업이 채용하는 기존 인재양성 방식이 달라진다. 충남에서는 바이오 공정을 배우고 경기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익힌 뒤 대구의 임상 실증 역량까지 연결하는 ‘초광역 교육체계’가 만들어진다. 그 중심에 단국대학교가 선다.
단국대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사업의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6개 초광역 인재양성 모델이 선정된 가운데 단국대는 ‘AI 기반 첨단바이오제조’를 앞세워 건양대·계명대·아주대·유한대와 손잡고 충남과 경기, 대구를 잇는 대규모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한 대학 간 공동수업을 넘어 지역별 산업 강점을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엮는 것이 핵심이다. 모델별로 앞으로 4년 동안 지방비를 포함해 최대 720억 원이 지원되며, 단국대 컨소시엄은 2030년까지 AI 기반 첨단바이오제조 분야 융합인재 260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충남은 제조, 경기는 AI, 대구는 임상…지역 강점 하나로 묶는다
이번 컨소시엄에서 충청남도는 주관 지방정부를 맡는다. 충남의 공정개발·제조실증 역량과 경기의 AI·데이터 기술, 대구의 임상실증 기반을 하나로 연결해 연구개발부터 생산과 실증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AX 바이오제조 인재양성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산업은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개발과 제조, 품질관리, 데이터 분석, 임상 검증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AI 기술까지 빠르게 접목되면서 바이오 지식과 데이터·인공지능을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수요도 커지고 있다.
단국대 컨소시엄은 이 같은 산업 변화에 맞춰 각 대학이 가진 강점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으로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어느 한 대학이 모든 시설과 교수진을 갖추는 대신 대학마다 잘하는 분야를 나눠 맡고 학생들이 필요한 교육을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국대가 ‘허브’…5개 대학 강의실·장비 함께 쓴다
사업 운영 방식도 기존 대학 교육과 다르다. 단국대가 초광역 공동교육의 ‘허브(Hub)’를 맡고 건양대·계명대·아주대·유한대가 각자의 특화분야를 담당하는 ‘스포크(Spoke)’ 방식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학과 지역의 경계가 사라지는 셈이다. 참여 대학이 보유한 교과목과 교수진은 물론 실험·실습시설과 연구장비, 기업 연계 자원까지 공동으로 활용하게 된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원하는 장비나 수업이 없더라도 다른 참여 대학의 교육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컨소시엄은 이를 위해 학부 공동교과목 61개와 대학원 심화교과목 9개 등 모두 70개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필요한 과목을 조합해 마이크로디그리를 이수하거나 부전공·복수전공으로 확장할 수 있다. 전공 하나만 배우는 인재가 아니라 바이오와 AI, 제조·데이터를 넘나드는 현장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뜻이다.
2030년까지 목표로 잡은 인원은 2600명이다. 단순 교육 수료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교육과정에 얼마나 녹여내느냐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종근당 등 기업도 교실 안으로
기업 참여도 눈에 띈다. 유한양행과 종근당, 다산제약, 메가젠임플란트, 세신정밀, 에스디바이오센서, 엔포유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8개 기업·기관이 사업에 함께한다.
이들은 단순 자문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기업이 현장에서 실제 겪고 있는 문제를 학생들이 해결하는 ‘AX-PBL’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거쳐 취업으로 연결하고 학생 창업과 기술사업화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기업 현장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부터 실제 산업현장의 문제를 접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교육단계부터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학협력의 새로운 실험으로도 볼 수 있다.
‘지역대학’ 넘어 초광역 산업인재 플랫폼으로
이번 사업의 의미는 단국대 한 대학의 대형 국책사업 수주에만 있지 않다. 지역마다 따로 운영되던 대학·기업·연구 인프라를 묶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인재를 키우는 구조를 만든다는 데 있다.
특히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경기 남부와 제조 기반을 갖춘 충남, 의료·임상 인프라가 강한 대구가 하나의 교육·산업벨트로 연결될 경우 향후 기업 유치와 청년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2600명의 학생을 양성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어느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어떤 연구성과와 창업으로 이어지는지가 이번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가 될 전망이다.
안순철 단국대 총장은 “그동안 단국대가 축적해 온 바이오헬스 교육 및 연구 역량과 초광역 산학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AI 기반 첨단바이오제조 분야의 인재 양성과 지역 발전을 연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하나의 캠퍼스 안에서 인재를 길러내던 시대에서 여러 대학과 지역, 기업이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처럼 움직이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단국대를 중심으로 충남·경기·대구를 잇는 ‘AI 바이오 인재벨트’가 실제 산업과 일자리로 얼마나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