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고속도로에서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켜면 앞차가 느려질 때 차량도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길이 뚫리면 다시 가속한다.
차로유지보조까지 작동하면 핸들도 알아서 움직인다. 몇십㎞를 달리는 동안 페달과 핸들을 거의 건드리지 않다 보면 ‘차가 알아서 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하지만 바로 그 착각이 위험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신월여의지하도로 한 지점에서 1년 사이 비슷한 차량 전복사고가 8차례 반복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행보조 기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고 차량에는 차선 유지 등 주행보조 기능이 탑재돼 있었고, 관계기관은 도로 표시와 조명, 도로 구조 등이 차량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정 기능이 사고 원인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한 시대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스마트크루즈와 차로유지 기능은 과연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 사고시 책임은 운전자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설정 속도와 차간거리를 조절하고, 차로유지보조는 차량이 차로 중앙을 따라가도록 조향을 돕는다.
두 기능이 함께 작동하면 자동차가 사실상 스스로 달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승용차에 적용된 시스템은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다. 흔히 레벨2 수준으로 분류되는 주행보조 기능은 운전자가 계속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해야 한다.
문제는 기능이 잘 작동할수록 사람이 오히려 기계를 더 믿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연구에서는 부분 자동화 기능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이 휴대전화를 보거나 두 손을 운전대에서 떼는 등 주의가 분산되는 행동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에 익숙해질수록 경고가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방심해도 되는지를 학습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 끼어들기·희미한 차선·터널 … 기계가 어려워하는 순간
주행보조 시스템이 특히 취약한 상황도 있다. 다른 차량이 갑자기 끼어드는 경우, 차선이 희미하거나 여러 표시가 겹친 곳, 공사구간, 급곡선, 터널처럼 조명과 그림자가 반복되는 구간 등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적응형 크루즈와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을 결합한 시스템을 실제 도로에서 시험한 결과,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나 차로 유지 실패 상황에서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스마트크루즈를 켰다고 앞차만 믿고 따라가거나 차로유지 기능이 켜졌다고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것은 위험하다.
차량이 차선을 잘못 읽거나 앞차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운전자가 즉시 조향하거나 제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가장 안전한 사용법은 ‘차가 운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운전하고 차가 일부를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국내 사고통계, ‘기능별 집계’ 조차 부족
더 큰 문제는 통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통계는 시험·허가 자율주행차 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반 승용차의 스마트크루즈나 차로유지보조 사고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반면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량에서 스마트크루즈나 차로유지보조가 작동 중이었는지를 별도로 분류한 전국 단위 사고통계는 찾기 어렵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에서도 사고 유형과 도로 형태, 법규 위반 등은 구분하지만 주행보조 기능 사용 여부를 별도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동차에는 빠르게 새로운 기술이 들어가고 있지만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통계체계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레벨2 운전자보조시스템 작동 중 발생한 일부 사고를 제조사가 보고하도록 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다만 보급 대수와 주행거리 등이 동일하지 않아 제조사별 안전성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도 있다.
△ ‘자율주행 느낌’ 가장 위험
스마트크루즈와 차로유지보조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기술이다. 문제는 운전자가 그 능력을 실제보다 크게 믿을 때다.
자동차는 앞차를 보고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따라 핸들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공사 때문에 차선이 사라졌는지, 옆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지, 터널 안에서 무엇이 진짜 차선인지까지 언제나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스마트크루즈 시대의 원칙은 단순하다. 발은 잠시 페달에서 뗄 수 있어도 눈까지 도로에서 떼서는 안 된다. 자동차가 운전을 ‘도와주는’ 시대는 이미 왔다. 하지만 자동차가 운전을 ‘책임지는’ 시대가 온 것은 아직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