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면 도로 가장자리부터 물이 차오른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빗물받이 하나가 이 순간에는 도로 침수를 막는 최전선이 된다.
문제는 정작 비가 많이 내릴 때 이 빗물받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빗물이 도로를 뒤덮고 낙엽과 쓰레기, 흙까지 몰려들면 어디에 빗물받이가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워진다.
용인시가 이런 ‘보이지 않는 배수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침수 취약지역 약 300곳에 ‘빗물받이 위치표시판’을 설치한다.
거창한 시설물을 새로 만드는 사업은 아니지만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순간 현장에서 빗물받이를 찾아 막힌 곳을 신속하게 뚫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상습 침수와 물 고임이 발생하거나 빗물받이가 막힐 가능성이 높은 구간을 중심으로 위치표시판을 설치한다고 14일 밝혔다.
설치 대상은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중앙시장역과 용인교 사이를 비롯해 기흥구 공세동 경부고속도로 공세육교 하부, 수지구 풍덕천동 두리소공원 일원 등 약 300곳이다.
빗물받이는 도로에 떨어진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도로 위 낙엽과 비닐, 담배꽁초, 흙 등이 빗물과 함께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입구를 막을 수 있다.
배수 능력이 떨어지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도로에 고이고, 짧은 시간에 물이 불어나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위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도로에 물이 차오른 뒤다. 빗물받이가 물속에 잠기거나 쓰레기에 덮이면 현장에 출동한 관리 인력도 정확한 위치를 곧바로 찾기 어렵다.
이번 위치표시판은 이런 상황에서 ‘빗물이 빠져나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 작은 표지판, 침수 초기 대응 ‘톡톡’
도로 침수는 물이 본격적으로 불어난 뒤보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배수구 위에 쌓인 낙엽이나 쓰레기를 일찍 제거해 물길을 확보하면 침수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면 대응 역시 늦어진다.
시는 위치표시판 설치로 집중호우 때 빗물받이를 찾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 정비 인력이 곧바로 배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치 장소도 무작정 정한 것이 아니다. 시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각 구청과 읍·면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벌여 상습적으로 물이 고이거나 빗물받이가 막힐 우려가 큰 지역을 추렸다. 이를 토대로 약 300곳을 우선 설치 대상지로 선정했다.
△ 300곳 ‘집중관리 구간’
핵심은 표시판 설치 이후다. 위치만 표시해 놓고 정작 빗물받이가 막혀 있다면 침수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는 표시판이 설치되는 구간을 각 구청 도로과와 도시미관과 등이 집중 관리하도록 하고 낙엽과 쓰레기 제거 등 빗물받이 정비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가을철이나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 때 배수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용인처럼 도심과 농촌,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이 함께 있는 도시에서는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지역에 따라 침수 위험이 다를 수 있다.
저지대 도로와 지하차도 주변, 경사가 끝나는 지점, 상가가 밀집한 도로 등은 짧은 시간에도 빗물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규모 배수시설 확충뿐 아니라 기존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도시 침수 대응의 기본이다.
이상일 시장은 “빗물받이는 집중호우 때 도로 침수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인 만큼 평소 위치를 명확히 표시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험지역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시민과 함께 신속히 대응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새로운 배수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설치돼 있는 빗물받이를 집중호우 때 얼마나 빨리 찾아 제대로 작동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시는 10월까지 300곳의 위치표시판 설치를 마무리하고 해당 구간의 빗물받이 정비와 관리도 지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