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 집을 나서 일터로 향하는 매일 아침, 기자는 어김없이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야만 한다. 제한 속도는 시속 30km. 몇 년 전 이 제도가 처음 강화되었을 무렵, 평소의 운전 습관 때문에 몇 차례 단속 카메라에 찍혀야만 했다. 10만 원이 넘는 과태료 고지서를 연거푸 받아 들고 씁쓸한 입맛을 다신 것은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이웃과 동료들도 도로 위에서 겪은 비슷한 낭패감을 토로하기 일쑤였다.
스쿨존 제도의 근본 취지를 부정할 시민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아이들의 생명과 보행 안전은 어떤 경제적·시간적 논리로도 침해받아서는 안 될 절대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안전 확보’라는 본질보다 ‘일률적 규제와 벌점과 벌금 징수’라는 행정 편의주의가 앞선다는 점이다. 정부는 단속 실효성이 입증되자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 어린이집 입구에 이르기까지 30km라는 속도제한 족쇄를 무분별하게 채웠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의 부재’에서 나타났다. 아이들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는 한밤중이나 새벽 2~3시, 인적이 완전히 끊긴 주말과 공휴일 대낮에도 뻥 뚫린 왕복 4차선 도로를 30km로 기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가한 도로 위에서 혹여나 과속 딱지를 뗄까 봐 전전긍긍하며 급제동을 밟다 보면 뒤따르던 차량과의 추돌 위기를 겪기도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24시간 규제야말로 교통흐름을 막는 것은 물론 운전자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고 있으니 시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는 이미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청이 최근 5년간 전국 스쿨존 사고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0건’이었다. 시간제 속도제한을 선제 도입한 39개 구간에서는 오히려 교통사고가 23.6% 줄었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6000여 곳이 탄력 운영 검토에 들어갔고, 대전광역시 등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변형 표지판을 설치하며 시속 50km 탄력 운영을 전면화하고 있다.
그러나 110만 용인특례시는 이 같은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수방관 하고 있다. 관내 스쿨존 226곳에 단속 카메라만 412대가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시간제 탄력 운영이 적용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수지와 기흥 등 과밀 도심 구간은 물론 처인의 간선도로변 스쿨존까지 획일적 잣대에 묶여 교통체증으로 운전자 피로도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가변 표지판 설치 예산이나 경찰과의 심의 절차를 핑계 대기엔 시민들의 감내 시간이 너무 길었다. 등하교 시간에는 철저히 30km로 아이들을 지키고, 통행이 전무한 심야와 주말에는 도로 본연의 흐름을 열어주는 유연한 법제도 정비와 조례 뒷받침이 시급하다.
이제라도 용인시와 관할 경찰서가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시간제 속도제한’이라는 적극 행정의 결단을 내려주릴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