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추석이면 사람들은 집으로 향한다. 부모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고, 오랜만에 형제와 친척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모두에게 명절이 ‘가족이 모이는 날’인 것은 아니다. 찾아올 가족도, 이름을 불러줄 사람도 없이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다.
지난 21일 오전 용인 평온의 숲 다솜마루 앞에는 조금 특별한 추석상이 차려졌다. 이곳에서 기억한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1752명. 용인에서 공영장례 대상자로 마지막 길을 떠난 이들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린 ‘2026년 추석맞이 공영장례 대상자 합동 추모제’에는 용인시니어해오름봉사단과 유가족,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생전에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홀로 남겨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추모 방식도 조금 달랐다. 행사장에는 ‘기억의 벽(Memory Wall)’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그곳에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마음을 남겼다.
꽃 대신 불빛도 놓였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마지막 길을 밝힌다는 뜻을 담아 ‘LED 기억의 등불’을 밝혔다. 작은 불빛 하나하나가 모여 다솜마루 앞을 채웠다.
누군가는 가족이었고, 누군가는 이웃이었으며, 누군가는 평생 혼자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살아온 사연은 모두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무연고 사망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였다.
이번 추모제가 단순한 명절 행사를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족관계와 지역공동체가 느슨해지면서 죽음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이 장례를 치르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지막을 책임질 가족이나 지인을 찾기 어려운 죽음이 지역사회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되고 있다.
무연고 사망이라고 해서 반드시 평생 가족이 없었다는 뜻도 아니다. 가족이 있더라도 오랫동안 관계가 끊겼거나 장례를 맡을 사람이 없는 경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결국 ‘무연고’라는 말 뒤에는 저마다 다른 삶과 관계의 단절이 숨어 있다.
시가 이날 추모한 공영장례 대상자는 1752명이다.
숫자로만 보면 행정통계 한 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씩 놓고 보면 1752개의 삶이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친구였고 직장 동료였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날 시민들이 밝힌 등불은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살아 있는 동안 관계가 끊겼더라도 죽음까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회로 남겨두지는 않겠다는 지역사회의 약속에 가깝다.
시 관계자는 “한가위, 온 가족이 온기를 나누는 이 시기에 홀로 곁을 지켜주는 이 없이 떠나신 분들을 우리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기 위해 추모제를 마련했다”며 “사회적 고립이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를 살피는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공영장례 지원 조례와 장례식장 업무협약 등을 토대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